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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카테고리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작성자 : 조덕제 2015-06-12 14:17:04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법정책적 문제점(2005. 4.)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법정책적 문제점




 조 덕 제 변호사

* [시민과 변호사] 통권 135호(2005년 4월호),

서울지방변호사회, 제53-68




1. 머리말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2005년 1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위 법률은 2003년 12월 29일 국회 의결을 거쳐 2004년 1월 29일 법률 제7150호로 공포되었는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배아 등의 생성 ․ 연구, 유전자검사, 유전정보 등의 보호 및 이용, 유전자치료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은 생명공학의 육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에 대한 윤리적 접근을 시작한 최초의 법률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가 있다. 그러나 위 법률은 입법 과정에서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사실상 우월하게 반영된 결과 여러 가지 생명윤리적 문제를 안고 태어난 태생적 장애 상태가 되고 말았다.
입법 과정에서 논의의 초점이 되어온 것 중의 하나는 인간배아 관련 규정의 내용이다.
인간의 배아(Embryo)는 수정 후 약 14일이 지나면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나타나게 되고, 이후 각 세포들이 구체적인 신체기관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인간 배아에서 장차 어떠한 신체기관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줄기세포(Stem Cell)를 추출, 배양하면 필요한 신체기관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수정 후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배아를 난치병 치료 등을 위한 매력적인 실험의 자원으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다는 것은 그 배아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배아의 생명 보호 및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하여 윤리적, 법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배아 관련 규정을 중심으로 위 법률의 입법 배경과 과정을 먼저 살펴본 후, ‘배아의 정의’와 ‘배아의 생성 ․ 연구’ 등에 관한 현행 법률의 내용과 문제점, 인간배아 연구(실험)의 대안을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입법 배경과 과정

  가. 생명공학육성법의 취지
 (1) 우리나라는 일찍이 1983. 12. 31. 법률 제3718호로 생명공학육성법을 제정하였다. 위 법은 생명공학 육성을 통한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의 수립,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와 생명공학실무추진위원회의 설치, 한국생명공학연구소의 설립, 공동연구의 촉진, 관련 산업체에 대한 지원, 기술정보의 수집과 보급, 생명공학육성시책 강구, 생명공학연구 관련 조세감면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제정되기 직전인 2003. 12. 9. 생명공학육성법중개정법률이 국회 의결을 거쳐 2003. 12. 30. 법률 제7014호로 공포되어, 2004.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개정된 법률의 주요 내용은, 생명공학의 법적 정의를 기초의과학(基礎醫科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고(제2조), 기초의과학의 연구개발 및 육성업무를 과학기술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의 공동 소관으로 하며(제13조 제1항), 그 외 생명공학의 산업적 응용촉진에 대한 정부의 지원시책 강구 의무를 규정한 것(제11조) 등이다.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절차가 마무리되기 직전에 생명공학의 법적 개념이 의학의 일부로까지 확대되고, 생명공학 주관 부서인 과학기술부의 권한이 강화되었으며, 생명공학 산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이러한 입법태도는 우리나라에서 첨단 생명공학에 있어서, 생명윤리 존중 입장보다는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2) 생명공학육성법은 근본적으로 생명공학의 육성에만 치중하였고 생명공학   과 관련한 생명윤리 문제에 관하여는 법률 차원의 아무런 규제나 안전장치를 두   지 아니하였다.
 다만 정부에 대하여 생명공학 연구 및 산업화의 촉진을 위한 실험지침을 작성 ․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그 실험지침 안에 생물학적 위험성,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및 윤리적 문제 발생의 사전 방지에 필요한 조치와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이전 ․ 취급 ․ 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도록 위임한 정도이었다(제15조).
 그러나 정부는 위 실험지침마저도 마련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다가 입법 후 14년 만인 1997년 4월 22일 유전자재조합실험지침 1개를 겨우 작성하였을 정도로, 생명윤리 문제는 등한시하여 왔다.
        


나. 제15대 국회의 생명윤리 관련 법률안 
 생명윤리에 관한 정부의 입장이나 관련 정책이 위와 같은 상태에서, 1997년 7월 3일 장영달 의원 외 46인이 생명공학육성법중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고, 1998년 11월 19일에는 이상희 의원 외 35인이 생명공학육성법중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위 법률안들은 생명공학육성법 내에 생명윤리에 관한 규정을 추가하려는 것이었으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위)에 회부된 채 생명공학계, 산업계 등과  종교계, 시민단체 등 사이의 견해 대립으로 진척이 없게 되었다.그러자 우선 인간복제만이라도 금지하려는 의도로 1999년 11월 4일 이성재 의원 외 19인이 인간복제금지법안을 발의하였다. 위 법안들은 2000년 5월 29일 제15대 국회의원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되었다.


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

 (1) 2000년에 들어와서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초안한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가칭)’이 과학기술부 등 부처간의 지속적인 이견으로 난항을 거듭하던 중 2002년 7월 25일 국무조정실에 의하여 이후에는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절차를 1차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준비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이에 따라 2002년 9월 24일 보건복지부안으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이 입법예고되었다(보건복지부 공고 제2002-122호).   

      

(2) 2002년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은,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법률안 명칭에 사용하고 있으나, 생명윤리 존중 목적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생명공학 육성을 바라는 국가정책 하에서 과학기술부, 생명공학계와 산업계 등의 강력하고도 집요한 요구로 인하여 이미 생명공학 육성 목적과의 절충을 통하여 마련된 것이다. 절충 사례의 대표적인 내용은, 체세포핵이식 연구의 허용을 전제로 한 단서 조항 삽입(제11조 제4항 단서), 일정한 경우 잔여배아 연구의 허용(제14조) 등이다.                  
          

라. 제16대 국회의 생명윤리 관련 법률안과 청원(정부안 제출 이전)

(1) 2002년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에 대하여 과학기술부, 체세포핵이식 관련 생명공학계 등에서 체세포핵이식 연구(실험)의 보다 탄력적인 허용을 요구하는 등 생명공학 육성의 입장을 더 많이 반영하여야 한다는 이견을 제시하여 정부안 작성이 지연되었고, 이러한 터에 종교계, 여성계, 시민단체 등의 생명윤리 존중 주장은 더 이상 반영될 계제가 되지 못한 채 생명윤리 입장은 더 후퇴할 상황에 처하였다.


 (2) 이에 2002년 11월 6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간사 단체로 한 생명윤리법제정공동캠페인단이 대표 김환석 명의로 2002년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을 토대로 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 제출하였고(소개의원 김홍신 의원),
 이어서 1주일 후 2002년 11월 13일 김홍신 의원 외 87인의 발의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 제출하였는데, 위 법률안의 내용은  2002년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 내용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었다.


(3) 그러자 이에 반대하여 생명공학 육성을 우선하는 입장에서도, 2003년 1월 2일 국회 과기위 앞으로 이상희 의원 외 26인의 발의로 정부의 과학기술부 시안을 토대로 한 ‘인간복제금지및줄기세포연구등에관한법률안’을 제출하였다.그리고 다음날인 2003년 1월 3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도 이원형 의원 외 19인의 발의로 위 법률안과 같은 취지의 ‘인간복제금지및줄기세포연구등에관한법률안’을 제출하였다.


 (4) 한편 종교계에서는, 2003년 3월 27일 김덕규 의원 외 41인의 발의로 천주교의 입장을 반영한 ‘생명윤리기본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 제출하였고, 2003년 4월 21일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가 위원장 김일수 명의로 ‘인간배아보호법’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 제출하였다(소개의원 정세균 의원). 종교계의 법안이나 청원 내용은 체세포핵이식과 잔여배아 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5) 그 결과 16대 국회에는, 정부 부처간 이견 조정이 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의 각 입장을 대변한 5개(실질적으로는 두 가지 종류)의 법안과 청원, 종교계의 입장을 대변한 2개의 법안과 청원이 각각 제출된 채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국회는 단일안 형태의 정부안이 제출되기를 기다리는 형국이 되었다.

 

마. 보건복지부가 확정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

 이러한 상태에서 2003년 4월 30일 보건복지부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안’을 확정하여 법제처에 송부하였다. 보건복지부가 2002년 9월 24일 입법 예고한 이후 7개월 이상 과학기술부와 이견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부와 생명공학계의 집요한 요구에 따라, 체세포복제배아에 관한 별도의 규정(보건복지부 확정안 제4장 제2절)을 신설하고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사실상 허용하는 등 보건복지부 확정안은 종전의 입법예고안보다 퇴보한 내용이 되었다.    
    
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

 (1) 그 후 2003년 10월 14일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는데, 이 정부안은 보건복지부 확정안이 2003년 4월 30일 법제처에 제출된 이후 5개월 이상 차관회의 등을 통하여 또 다시 힘겨루기 끝에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추가로 더 반영된 결과물이다.


(2)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 금지에 관한 직접적 명문 규정이 삭제되었다.
그 결과, 인간개체복제 목적으로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를 한 경우, 본래 보건복지부 확정안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하게 되어 있던 것을(위 보건복지부 확정안 제48조), 정부안에서는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를 무단으로 한 경우와 같이 취급됨으로써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은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위 정부안 제51조 제1항 제6호), 처벌 수위가 교묘하게 하향 변경되었다.


(3) 잔여배아의 연구도 그 목적 범위가 교묘하게 확대되었다. 
즉 잔여배아의 연구를 할 수 있는 목적과 관련하여, 2003년 4월의 보건복지부 최종안은 제14조 제2호에서, ‘2. 근이영양증 등 그 밖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및 시술’로 규정하고 있었다.그런데 그 후 정부안과 현행 법률은 제17조 제2, 3호에서, ‘2.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3. 그 밖에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로 변경 ․ 확대되었다. 제3호에서 교묘한 문언 정리를 통하여 종전의 희귀 ․ 난치병 연구 목적에 한정하였던 취지마저도 사라지고만 것이다. 이는 정부안 확정과정에서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우월하고 또한 집요함을 알 수 있는 하나의 대표적인 증거이다. 법문 정리에 있어서의 교묘한 기술이 입법과정에 반영된 것은, 첨단 생명공학 분야의 전문성과 관련하여 입법자나 법조계가 잘 알지 못한다면서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책임을 다하지 아니한 점도 하나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 현행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정

(1) 현행 법률은 이상과 같은 경과로 작성, 제출된 정부안이 내용은 모두 그대로 한 채 제안 형태만 국회 대안으로 바뀌어 2003년 12월 29일 국회의 의결을 거친 것이다.
서로 다른 내용으로 제출되어 있던 기존의 여러 법률안이나 청원에 대하여는 국회 대안을 이유로 모두 폐기하기 위하여 위 정부안도 함께 폐기하면서, 실제로는 가장 늦게 제출된 정부안의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여 국회 대안이라며 국회가 스스로 제안하는 형식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당시 제244회 국회(임시회)는 제16대 국회의원들의 사실상 마지막 국회로서, 직전정기국회 회기 중의 정쟁 등과 관련하여 처리하지 못한 많은 법안들을 제대로 심사할 계제가 되지 아니하였고, 회기종료 직전인 12월 29일 여러 법률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도 통과된 것이다.


(2)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실제로는 정부안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안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상태에서 생명윤리 존중 입장과 생명공학 육성 입장을 평면적으로 절충한 형태로 입법예고 되었을 뿐 아니라, 그 후 국회에 제출될 때까지 이례적으로 13개월 가까이나 정부 내에서 이견 조정을 한다면서 사실은 밀행적 힘겨루기 끝에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정부 내 심사단계마다 계속 추가 반영되면서 생명윤리 입장은 더욱더 퇴보한 상태로 변하여 버린 것이다.


(3)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은 법률 명칭에는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생명윤리 존중 입장과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라는 두 가지를 절충하는 것을 전제로, 제1조(목적)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병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명권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최고의 헌법규범으로서,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보다 우선하므로, 위 법률은 목적 규정에서부터 이미 적절하지 아니한 것이다.
더구나 위 법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생명윤리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허다하고 특히 생명윤리 논의의 초점인 배아에 관한 규정들은 오히려 반(反)생명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인간배아에 관한 현행 법률의 내용과 문제점

가. 배아의 정의 관련


(1)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는 배아의 법적 정의에 관하여 ‘배아라 함은 수정란 및 수정된 때로부터 발생학적으로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까지의 분열된 세포군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위 규정은 배아에 관하여, 발생학적 개념을 도입하여 법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발생학적으로 볼 때, 모든 장기가 형성되는 약 8주까지의 존재를 배아로, 그 이후 장기가 양적 성장을 하는 기간의 존재를 태아(Fetus)로 흔히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발생학적 개념은 시기적인 이유와 생명체의 조건과 기능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서, 배아의 생존능력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3) 그런데 배아에 관한 윤리적, 법적 논의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전제는, 배아의 개념이 발생학적, 과학적 개념이 아니라 규범적 개념이라는 것이다.이와 관련하여 태아의 법적 의의에 관하여 보면, 우리나라의 학설 ․ 판례는 발생학적 분류와 다른 규범적 개념을 정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형법상 태아의 시기(始期)에 관하여 학설상으로는 수정시설과 착상시설이 있는데, 어느 학설에 의하더라도 태아의 법적 개념에는 수정 후 8주 이후라는 발생학적 태아 단계만이 아니라 발생학적 배아 단계도 일정 부분 포함되어 있다.사법상 태아의 의의도, 모체 내에 있으며 장차 자연인으로 출생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발육의 정도는 이를 묻지 아니하는 바, 이 또한 발생학적 태아 개념과 다르다. 그리고 낙태죄에 관한 대법원판례는,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라고 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학설 ․ 판례상 태아의 규범적 개념에는 발생학적 분류상의 배아 단계도 포함되어 있다. 발생학적 분류상의 배아도 단순한 생물학적 재료, 즉 세포덩어리가 아니라 생명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헌법 체계 하에서 배아의 생명은 인격의 근원으로서 그 존엄과 가치를 법적으로도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스스로는 자신을 방어하거나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생명이다. 거대한 현미경적 폭력 앞에 노출된 연약한 생명이다. 그러므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필요한 생명인 것이다. 물론 위 판례는 모태 내 착상을 전제로 한 생명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착상 전의 배아라고 하여, 그리고 체외에 있는 배아라고 하여 차별할 실질적 이유는 없다. 배아, 태아, 출생한 인간은 동일한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에서는 형법 및 사법상의 개념과 달리, 굳이 발생학적 분류 개념을 도입하여  배아를 정의하면서, 발생학적으로 일정 단계까지를 구분하여 그 단계까지의 배아를 세포군이라고 한 입법 의도는 무엇일까?
인간 생명의 발생에 있어서 일정 단계까지를 법적으로 구분하여 세포덩어리로 규정한 것은, 윤리적, 법적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게 배아 실험을 허용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아를 세포덩어리로 정의함으로써 실험의 대상인 물질 내지 물건으로 보는 것은 생명공학적 관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배아 정의 규정은 이미 배아 실험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법률명칭에는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법률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反)생명윤리인 것이다.


(5) 참고로, 1990년 12월 19일에 공포된 독일의 배아보호법 제8조 제1항은 ‘이 법에서 배아라 함은 세포핵융합 이후 수정되어 분화능력이 있는 인간의 난자를 말하며, 나아가 일정한 조건하에서 분열하여 인간 개체로 발생할 수 있는 배아로부터 채취된 미분화된 모든 세포를 포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리, 배아가 세포로서 갖는 인간의 잠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배아가 단순한 세포덩어리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 인공수정배아의 생성 ․ 연구 관련


 (1)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3장 제2절은 인공수정배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에서 인공수정배아는 인간의 정자와 난자를 인공적인 방법으로 수정시켜 생성한 배아를 의미한다.
위 법률에 의하면, 누구든지 임신 외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여서는 아니 된다(법률 제13조 제1항).
위 법률 규정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법률 제51조 제1항 제3, 4, 5호).


(2) 한편, 위 법률은 ‘잔여배아라 함은 인공수정으로 생성된 배아 중 임신의 목적으로 이용하고 남은 배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법률 제2조 제2호), 이러한 잔여배아의 연구 내지 실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보존기간이 경과하고 발생학적으로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의 잔여배아(법률 제2조 제3호)를, 불임치료법 및 피임기술의 개발을 위한 연구,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그 밖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법률 제17조). 위 법률 제17조를 위반하여 잔여배아를 이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법률 제51조 제2항)


(3) 인공수정배아에 관한 위 규정들은 배아 생성과 연구 등에 관하여 나름으로 어떠한 요건을 정하고 있고, 위반 시의 처벌 규정이나 그 외 행정적 관리감독 규정도 있는 등 일견할 때에는, 생명윤리 존중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위 규정들은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희귀 ․ 난치병 연구만이 아니라, 피임 연구를 위하여도, 나아가 하위법령에 대한 사실상 백지위임을 통하여 사실상 제한 없이 인간배아 연구(실험)를 허용하여 버린 것이다.
위 법률의 근본적인 문제는, 배아 실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준 것이다. 하위 법령에 대한 사실상 백지 위임에 따라 그 실험의 허용 범위도 나날이 확대될 것이 뻔하다. 배아 정의 규정에서 배아를 세포 덩어리로 본 관점은, 배아를 물질이나 물건처럼 ‘보존’이나  ‘폐기’의 대상으로 규정하고(법률 제16조 등), 개방적으로 연구를 허용하는 것으로 필연적 귀결이 되고만 것이다.


 (4) 위 법률에서는 잔여배아를 생명과학기술의 연구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까지 마련하여 두면서도, 임신의 목적으로 인공수정배아를 생성하는 경우에 있어서 생성 배아의 수효에 관한 제한 규정이나, 그 외 인공수정의 전제와 기준,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은 법률 차원에서 마련하여 두지 않고 있다. 이는 사실은 처음부터 실험 목적이면서도 임신의 목적을 빙자하여 과다하게 잉여배아를 생성하는 빌미가 될 것이다.
배아의 정의에서도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은 반(反)생명윤리적 입법취지와 우리나라의 낮은 생명윤리 의식수준, 무모한 의료계의 관행, 과학기술계의 팽배한 실험 수요 등을 종합할 때, 앞으로 인공수정배아의 다량 생성, 잔여배아를 통한 실험, 타 연구처 공급 등 반생명윤리적 사태의 발생이 심히 우려된다.


 (5)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모체에 착상되거나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의 초기 배아는 여전히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오히려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로 인하여  법적 면죄부까지 얻게 되어 배아 생명에 대한 침해가 종전보다 더 많아질 위험에 처하였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6) 그리고 우리의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 태도 자체가 인간 생명의 존엄과 관련한 생명윤리 존중보다는 생명공학 육성에 더 호의적인 상태에서, 위 법률에 의한 법적 제재와 관리 감독만으로는 생명윤리적 위험에 대한 실효적 예방과 대책이 되기 어렵다. 


(7)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을 비롯하여 국제적으로는 배아에 대한 연구(실험)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 반대편에서 법적으로 배아연구(실험)를 서둘러 허용하고 나선 것은 무지하거나 무모한 입법정책이 아닐 수 없다. 

 


다. 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 ․ 연구 관련

 (1)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3장 제3절은 체세포복제배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에서 체세포복제배아라 함은 핵이 제거된 인간 또는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행위, 즉 체세포핵이식행위(법률 제2조 제4호)에 의하여 생성된 배아를 말한다(법률 제2조 제5호).
위 법률에 의하면, 누구든지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목적 외에는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 규정에 위반하여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목적 외에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법률 제51조 제1항 제6호).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할 수 있는 연구의 종류 ․ 대상 및 범위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법률 제22조 제2항).


 (2) 위 법률은 인간복제와 구별하여 배아복제(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 생성 또는 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이라는 용어 사용)를 규정하면서 일정한 연구목적의 배아복제를 허용하고 있는 입법형태이다. 이러한 법제는 복제의 목적에 따라 인간개체복제를 위한 생산적 복제와 질병치료 목적의 치유적 복제로 구분하는 방법에 의한 것으로서, 이론적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할지라도, 현실에 있어서는 치유적 복제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생산적 복제 즉 인간개체복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아복제(체세포복제에 의한 배아생성) 문제는 인간개체복제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은 배아복제를 인간복제 관점이 아니라 배아연구 관점에서 별도로 규정하면서, 배아복제를 일정한 연구목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인공수정 후 잔여배아가 실험자원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사정과 관련한 생명공학계의 실험 수요 때문이다. 즉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현행 법률과 달리, 배아복제(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 생성)는 본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에서는 제3장 ‘인간복제 등’에서 다루고 있었다.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가 절대적 금지 사항으로 되어 있었음은 물론(위 안 제10조 제1항 제1호), 그 외 어떠한 체세포핵이식(복제)도 금지한다는 원칙 규정이 명시되어 있었다(위 안 제11조 제4항).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 외 일체의 체세포복제에 대하여, ‘다만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그 허용을 결정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으나(위 안 제11조 제4항 단서),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이 아니라, 개별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전제로 한 개별적 허용 결정을 필요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었기에, 이는 모든 체세포핵이식을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3) 위 법률은 생산적 복제와 치유적 복제를 구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묘한 문언 정리를 통하여, 인간개체복제 목적으로 배아복제하는 경우와 연구목적으로 배아복제하는 경우를, 법적 취급에 있어서 실제로는 구별하지 아니한 채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즉 위 법률 제51조 제1항 제6호에 의하면,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체세포핵이식행위(로 인한 배아복제)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는데, 인간개체복제에 관한 제11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체세포복제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서는 아니되며, 착상된 상태를 유지하거나 출산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만 규정하는 한편,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 금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 금지 규정은, 정부안 작성 과정에서 삭제되었다),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도 결과적으로 위 법률 제51조 제1항 제6호에 의하여,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배아복제와 단순하게 같이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개체복제 목적으로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를 한 경우, 본래 보건복지부 확정안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하게 되어 있던 것을(보건복지부 확정안 제48조), 정부안 및 현행 법률에서는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를 무단으로 한 경우와 같이 취급됨으로써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은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정부안 제51조 제1항 제6호), 교묘하게 처벌 수위가 하향 변경된 것이다. 


 (4) 한편 현행 법률은 제12조
 제2항 제2호에서, 이른바 ‘이종간(異種間) 체세포핵이식행위’를 절대적 금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그런데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논리적으로 두 가지 유형이 있는 이종간 체세포핵이식행위 중 한 가지는 ‘이종간 체세포핵이식행위’가 아니라 ‘체세포핵이식행위’(이는 일정한 연구 목적인 경우 법률상 허용하고 있다)로 둔갑되어 있다. 따라서 이종간 체세포핵이식행위 금지 취지는 법률 자체에 의하여 그 절반의 경우가 이미 무력화되어 있다.즉 소나 돼지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실험을 주로 하여온 수의학자 등은 사활을 걸고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의 허용을 요구하여 왔는데,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이 이른바 반인반수 등 인류사회에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공할 위험이 우려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절대적 금지 쪽으로  굳어지자,  입법자는 ‘체세포핵이식’의 개념에 관하여, ‘핵이 제거된 인간 또는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법률 규정에 의하여 정의하는 편법을 이용한 것이다(법률 제2조 제5호). 이는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안에서부터 생명공학계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그리하여 생명공학계는 이종간 체세포핵이식 실험에 관하여, 이제 법적 면죄부까지 받게 되었는데, 이러한 입법사례는 우리나라 생명공학계의 입장을 그대로 입법에 반영하기 위한 대표적 편법이라고 할 수 있다.이에 따라 법률 규정은,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의 논리적 두 가지 유형 중, 생명공학계에서 흔히 실험하여 온 첫째 유형인,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경우는 이종간 이식이 아니고, 둘째 유형인, 인간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경우만을 이종간 이식이라고 한 기이한 형태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생명공학계는 첨단 공학과 관련하여 기술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법적 면죄부는 사실상 거의 다 얻은 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생명윤리에 관한 법률이 생명윤리를 침해한 것이 되었다.


(5)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복제배아 생성은 바로 무성생식에 의한 배아복제이다. 배아복제는 인간개체복제로 진행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에 대한 직접적 훼손이 예상된다. 배아복제의 허용문제는 생명과 인권에 대한 국가적 이해 수준을 드러내는 바로미터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법률과 법정책에 대하여 심각한 생명윤리적 성찰이 절실히 필요하다.   

 

라. 학문 연구의 자유와의 관계

(1) 먼저 과학과 기술의 관계를 보면, 과학(Science)은 체계화된 이론적 지식이라고 할 때, 기술(Technology)은 그 이론적 지식에 대한 실천 내지 적용이다. 본래 순수한 이론으로서의 과학 자체는 가치중립적일 수 있으나, 기술은 가치내재적, 가치지향적이고 인간의 가치화의 산물이다.
그런데 생명현상에 대한 첨단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명과학기술이라는 용어 이외에 생명공학(Biotechnology)이라는 용어가 상례화 되었다. 생명공학은 한쪽 발은 과학(또는 연구)에, 그리고 다른 한쪽 발은 기술(또는 산업)에 딛고 있지만 귀착지는 기술(Technology)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가치지향적일 뿐 아니라, 특히 생명공학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고 있어 생명공학자로서도 부와 명성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영역으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생명과학기술 내지 생명공학은 더 이상 순수한 학문의 영역만이 아닐 뿐 아니라 경제주의, 국가 경쟁력 강화 정책 등과 결합하여 막강한 권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생명공학이 순수한 이론으로서의 학문의 영역만이 아닐 뿐 아니라 목전의 이익이나 성과에 치우쳐 근시안적 시각에서 무모한 도전을 감행할 위험이나 유혹이 심각하게 존재하는 상태에서, 생명과학기술 내지 생명공학 연구의 자유는 순수한 학문 연구의 자유와 동일시하기도 어렵다.
(2) 한편 학문 연구의 자유라는 범주에서 가정적으로 살펴보더라도, 학문 연구의 자유는 내재적 한계와 외부적 제한이 있는데,  인간배아 연구(실험)의 경우를 보면, 생명체를 대상으로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에 관한 침해를 연구자가 감행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대상이나 방법의 당위성이 학문적으로 논증되거나 통제된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학문 연구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에 해당할 뿐 아니라, 헌법적 공공의 안녕질서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로서 연구의 자유의 외부적 제한 사유 또한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인간배아 연구(실험)의 자유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인간배아 연구의 대안

  가. 헌법상 최고 근본규범인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 보호를 위한 생명윤리적 성찰과 법적 규제는 생명공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니다. 생명 자체를 수단으로 하거나 생명을 조작하는 등의 연구나 실험에 대한 윤리적 숙고나 법적 규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 인류의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함인 것이다. 생명공학계의 책임윤리를 촉구하며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하여 생명공학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나. 여기서 인간배아 연구(실험)에 대한 대안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안의 하나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배아가 아니라 성인의 골수, 신경, 지방 등 신체의 일부나 제대혈(탯줄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무엇보다도 생명윤리적 문제가 없다.
그리고 생명윤리적 문제가 없다는 윤리적 특징을 논외로 과학기술적으로만 보더라도, 첫째,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이미 임상적으로 적용되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고, 둘째, 배아줄기세포보다 다양한 공급원을 가지고 있으며, 셋째, 분화능력이 무한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예상외의 기형종과 같은 종양이나 유전자 발현의 불안정성이 없고, 넷째, 특히 제대혈로부터 추출하는 줄기세포는 뼈, 연골, 지방, 신경, 근육 세포 등으로 분화할 수 있어 다양한 분화능력도 확인되는 등 장점이 많다. 한편 성체줄기세포는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줄기세포의 수가 감소하고 분화능력이나 증식능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으나, 제대혈을 통하여서나 젊은 때에 미리 줄기세포를 확보하여 두는 등 방법으로 그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소홀히 한 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생명공학적 현실과 정부정책은, 생명윤리에 관한 무지와 무모함, 배아 연구(실험) 효과의 과대 포장으로 인한 장밋빛 환상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5. 맺음말

인간배아 연구(실험)에 있어서 법적 논의의 핵심은 인격의 근원인 배아의 생명권과 이미 출생한 인간의 건강권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인공수정 후의 잔여배아나 체세포복제배아 등에 대한 연구(실험) 문제는, 법률 규정이 성문화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 법적 논의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법규범의 실질적 내용은 법률 조문만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상위법인 헌법의 이념 아래에서 법체계에 대한 유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이해에 따라 비로소 정하여지는 것이다.그런데 우리나라의 헌법체계에서 인간의 존엄이 최고의 근본규범이고, 인간 존엄권의 핵심 내용인 생명권이 다른 기본권에 양보될 수 없는 최상위의 기본권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법체계하에서 인간배아 연구(실험)에 관한 현행 법률 규정은 생명윤리를 존중한다는 명목을 내걸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생명윤리적 성찰을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건강권을 위하여 생명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입법되어,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혼란하게 한 위헌적 법률이다. 이 점에서 인간배아 연구(실험)에 관한 현행 법률 규정은 법규범으로서의 실질적 효력이 심히 의심스럽다.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은 법률 명칭에 걸맞게 첨단 생명공학으로 인한 위험요소에 대하여 생명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법정책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생명윤리적 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사회적 합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경제주의와 과학기술주의가 우월하게 작용하여 생명윤리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제정된 해당 법률 규정은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첨언하는 것은, 생명윤리를 논함에 있어서 윤리규범과 법규범의 상관관계이다. 윤리와 법의 일반적 구별에 의하면, 윤리는 임의규범으로서 위반 시 비난이 따르는 정도이고, 법은 강제규범으로서 위반 시 제재가 따르는 것이며, 윤리의 최소한이 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 생명공학시대에 있어서 생명현상에 개입하는 행위 영역에 관한 한 윤리와 법, 즉 생명윤리규범과 법규범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생명윤리의 문제는 곧 법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생명공학시대에 있어서 생명윤리와 법규범에 관하여 법학자와 법조인의 연구와 참여가 절실히 요청된다.

 

작성자 : 조덕제 2015-06-12 14:06:23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 경과와 생명윤리적 입장의 왜곡(2005. 10. 17.)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 경과와 생명윤리적 입장의 왜곡




 조덕제 변호사(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사무처장)

발표일: 2005. 10. 17.


1. 생명공학 육성 정책 관련 문제
 가. 우리나라는 일찍이 1983. 12. 31. 법률 제3718호로 생명공학육성법을 제정하였는데, 이 법은 입법 목적이 생명공학의 육성에만 치중한 것입니다.
 이 법은 생명공학과 관련한 생명윤리 문제에 관하여는 법률 차원에서 아무런 규제나 안전장치를 두지 아니한 상태에서, 다만 정부에 대하여 생명공학 연구 및 산업화의 촉진을 위한 실험지침을 작성 ․ 시행하도록 위임하고 그 실험지침 안에 생물학적 위험성,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및 윤리적 문제 발생의 사전 방지에 필요한 조치와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이전 ․ 취급 ․ 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도록 위임하였을 뿐입니다(제15조).
 더구나 정부는 법률의 위임에 의한 실험지침마저도 마련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다가 입법후 14년 만인 1997. 4. 22. 유전자재조합실험지침 1개를 겨우 작성하였을 정도로, 생명윤리 문제는 등한시하여 왔습니다(이 유전자재조합실험지침은, 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에 대비하고 생물다양성협약 가입에 따른 조치와 관련하여 1995. 1. 5.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시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이전, 취득, 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규정(제15조 제2항 후단)이 추가된 후, 1997. 4. 22. 비로소 작성된 것입니다. 그나마 이 실험지침은 이를 위반하더라도 법적 제재력이 없는 지침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실질적인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지 못하여 왔습니다). 
 

  나. 그리고 생명윤리법이 제정되기 직전인 2003. 12. 9. 생명공학육성법중개정법률이 국회 의결을 거쳐 2003. 12. 30. 법률 제7014호로 공포되고, 2004.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개정된 법률의 주요 내용은, 생명공학의 법적 정의를 기초의과학(基礎醫科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고(제2조), 기초의과학의 연구개발 및 육성업무를 과학기술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의 공동 소관으로 하며(제13조 제1항), 그 외 생명공학의 산업적 응용촉진에 대한 정부의 지원시책 강구 의무를 규정한 것(제11조) 등입니다.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절차가 마무리되기 직전에 생명공학의 법적 개념이 의학의 일부로까지 확대되고, 생명공학 주관 부서인 과학기술부의 권한이 강화되었으며, 생명공학계와 관련 산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된 것입니다. 이러한 입법태도는 우리나라에서 첨단 생명공학에 있어서, 생명윤리 존중 입장보다는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다. 그러나 생명공학을 육성함에 있어서 생명윤리 문제를 등한시하거나 생명윤리를 존중하지 아니하는 정부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합니다. 

생명윤리는 생명공학의 전제이고, 생명공학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헌법상 최고 근본규범인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의 보호를 위하여 생명윤리적 성찰과 법규범적 규제를 하는 것은 생명공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닙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 인류의 미래 세대를 지키려는 것입니다. 생명공학계의 책임윤리를 촉구하며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하여 생명공학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거시적으로 볼 때 생명윤리 존중 입장은 생명공학 육성 정책과 관련하여서도 오히려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보증합니다.



2. 1999. 9. 13. 시민패널 보고서 내용 등 백안시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의 생명윤리 관련 입법시도는 1997년부터 있었고 정부차원에서는 2000년부터 나름으로 입법 준비를 하여왔다고 할 수 있는데,  본래 우리나라에서 시민 여론은 현행법의 내용과 달리 생명윤리적 입장이 우월하였습니다.  이는 종교계나 윤리학계를 중심으로 한 입장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즉, 1999. 9. 10. ~ 13. 연세대에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최한 생명복제기술합의회의에 참가한 시민패널 16인은, 언론방송 등을 통하여 공개 모집되어 최종 선정된 시민들로서, 생명복제기술의 논란과 관련된 전문가 패널의 강의를 듣고 토론과 조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민패널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인간 생명의 시작에 관하여 16인 중 14인이 수정 직후부터라고 합의하였고, 나머지 2인만 수정 후 14일부터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첨단 생명공학의 실상과 윤리적 문제에 관하여 조금만 알게 되면 우리나라 일반 시민의 건전한 양식과 기준에 비추어, 배아는 수정 시부터 인간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나 한림대학교 인문학연구소 등 종래 시민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전국적 여론조사도 수차례 있었으나, 그 당시 여론조사 결과가 일부 생명공학자의 입장에 맞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당국자나 국내언론은 이를 백안시하였습니다.


3. 2001. 7. 10.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내용과 사후 변경 등
 과학기술부는 2000. 9. 국무조정실에서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구성 ․ 운영방향이 결정됨에 따라 2000. 11.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장관 직속으로 설치하였고, 이에 위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생명공학의 윤리문제에 관한 연구 활동을 하여, 2001. 7. 10.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의 기본 골격을 발표하였습니다.
 위 시안에 의하면, 이종간 교잡배아 창출 금지,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배아 창출 금지, 불임치료 목적 이외의 난자 채취 금지, 불임치료 목적 이외의 인간배아 창출 금지, 불임치료 목적의 체외수정 배아 보호(단 폐기될 동결 배아 이용 연구는 한시적 허용),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가능한 한 성체 줄기세포 연구로 유도하는 방향으로의 국가 지원 등 내용인 바, 현행법의 내용에 비하여 생명윤리 입장이 보다 존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학기술부는 위 자문위원회의 시안을 무시하고, 이후 위 자문위원회 자체도 백안시하여 오던 중 위 시안 발표 1년 여 후인 2002. 7. 18. 설명회를 자청하여, 위 자문위원회의 시안과 달리, 체세포 복제배아 및 이종간 교잡배아를 금지하지 않고 앞으로 신설할 생명과학윤리안전위원회에서 그 허용여부를 검토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번복 ․ 발표하였습니다. 과학기술부는 번복된 새로운 시안에 관하여, 그 골격만 밝혔을 뿐 시안 자체는 공개하지 아니하였습니다.


4. 2002. 초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법 시안과 전후 문제
 보건복지부는 2002. 초 생명윤리법 시안의 골격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하여 2001. 10. 제출받은 ‘생명과학 관련 국민보건안전 ․ 윤리확보를 위한 정책개발 및 인프라 구축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이의경 박사)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위 시안의 골격에 의하면, 임신 목적의 체세포복제배아는 물론 치료 목적의 체세포복제배아도 생산 불허, 이종간 교잡 불허 등 내용인 바, 현행법의 내용에 비하여 보다 생명윤리적 입장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02. 7. 15. 공청회를 개최함에 있어서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를 통하여 ‘치료 목적이라도 체세포복제를 허용할 경우 인간 개체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든 체세포복제를 금지하였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종래의 연구결과를 일체 공개하지 아니하여 오다가 위 공청회 개최에 앞서 휴일을 포함하여 불과 4일 전에야 공청회 개최 예정사실을 발표하였고, 공청회 개최 전에 이미 국무조정실에는 공청회 발표와는 다르게 치료 목적의 체세포 복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안을 제출한 상태라는 언론보도(가톨릭신문 2002. 7. 20.자, 경향신문 2002. 7. 22.자) 까지 있는 등, 당시 입법 준비과정에서 생명윤리적 비난을 의식한 밀실행정과 형식적 전시용 공청회 개최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위 생명윤리법 시안을 골격만 밝혔을 뿐 시안 자체는 공개하지 아니하였습니다.



5. 현행법의 입법 경과와 생명윤리적 입장의 왜곡
 가. 정부는 2002. 9. 24. 보건복지부안으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고(보건복지부 공고 제2002-122호), 2003. 4. 보건복지부가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을 확정하여 법제처에 송부하였으며, 그 후 2003. 10. 14. 최종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당국자나 언론이 종래 생명윤리적 시민 여론이나 연구결과에 대하여는 생명공학 육성 정책에 맞지 아니하다고 백안시하고 반면 생명공학의 연구결과에 관하여는 집중적으로 홍보하여 오다가, 결국 충분한 사회적 합의과정도 거치지 아니한 채 밀실행정과 부처간 힘겨루기 끝에 생명공학 육성을 바라는 국가정책 하에서 과학기술부, 생명공학계와 산업계 등의 강력하고도 집요한 요구로 인하여 생명윤리적 입장과 생명공학적 입장을 평면적으로 절충한 형태로 입법예고한 것입니다.
 입법예고안은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법률안 명칭에 사용하고 있으나 생명윤리 존중 입장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BT 관련 대규모 예산 및 인력 증대 문제 등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의 부처간 대립 양상에서, 부총리 부서인 과학기술부는 산자부 등 관련 부처와 생명공학계 등을 동원한 세 과시, BT 벤처 이익 대변 자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역이용한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하여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생명공학 육성 정책을 강조하여 왔고, 보건복지부는 당시까지 종래 2년간 담당부서 또는 담당자가 세 번이나 교체되는 등 생명윤리에 관한 사명이나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결국 보건복지부가 생명공학 육성 입장에 굴복하여 타협하는 태도로 나간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체세포핵 이식 연구의 허용에 관한 단서 조항 삽입(입법예고안 제11조 제4항 단서), 체세포핵 이식의 개념 정의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사실상 이종간 체세포핵 이식을 허용(위 안 제2조 제2호), 잔여배아 연구의 허용(위 안 제14조) 등).
 더구나 그 후에도 국회에 법률안이 제출될 때까지 이례적으로 13개월 가까이나 정부 내에서 이견 조정을 한다면서 사실은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정부의 내부 심사단계마다 계속 추가로 반영되면서 생명윤리적 입장은 더욱더 경시되고 왜곡된 상태로 변하여 버렸습니다(보건복지부 확정안은 체세포복제배아에 관한 별도의 규정(제4장 제2절)을 신설하고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등으로 다시 왜곡되었고, 그 후 정부안은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 금지에 관한 직접적 명문 규정을 삭제하고 잔여배아 실험을 일반 연구 목적으로도 허용하는 등 또다시 왜곡되었습니다).
그리고 입법 경과의 어느 단계에서 일단 침해되거나 왜곡된 부분의 생명윤리 입장은 그 이후 어떤 단계에서도 회복되거나 바로 잡아지지 아니하고 굳어져버린 것입니다.
 
 나. 생명윤리법은 국회가 정부안의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모두 그대로 이용한 채, 제안 형태만 국회 대안으로 바꾸어 2003. 12. 29. 통과시킨 것입니다. 제16대 국회에는 정부안 제출 당시 이미 배아와 관련된 생명윤리에 관하여 7건의 법률안 내지 청원이 각 제출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기존의 여러 법률안이나 청원을 모두 폐기하고 정부안을 사실상 채택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존의 여러 법률안과 청원을 정부안과 함께 모두 폐기하면서, 실제로는 정부안의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여 국회 대안이라며 국회가 스스로 제안하는 형식으로 통과시킨 것입니다.
 당시 제244회 국회(임시회)는 2004년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제16대 국회의원들의 사실상 마지막 국회로서, 그 전의 정기국회 회기 때부터 있어 왔던 정쟁이 임시국회에서도 계속된 탓에 많은 법안들을 제대로 심사할 계제가 되지 못하였고, 회기종료 직전인 2003. 12. 29. 여러 법률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생명윤리법도 통과시킨 것입니다.



 6. 맺음말 
 배아 연구 즉,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생명윤리법의 규정들은 생명윤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법률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 실질을 보면 생명윤리에 위반되는 즉, 생명윤리에 관한 실질적 법규범에 위반되는 법률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는 종래 생명윤리에 입각한 시민 여론이나 연구결과에 대하여는 생명공학 육성 정책에 맞지 아니하다고 백안시하고 반면 배아 관련 생명공학의 연구결과에 대하여는 집중적으로 홍보하여온 정부 정책 하에서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정부의 밀실적 심사단계마다 계속 추가로 반영되면서 생명윤리적 입장은 더욱더 경시되고 왜곡된 결과이며, 경제주의와 과학기술주의가 공리주의를 교묘하게 업은 채 생명윤리보다 우월적으로 입법에 반영된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배아 줄기세포 연구 관련 규정들을 비롯한 생명윤리 침해 규정들은 조속히 개폐되거나 헌법적 판단을 통하여 무효화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생명윤리법이 그야말로 법률 명칭에 걸맞게 첨단 생명공학으로 인한 위험요소에 대하여 생명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작성자 : 박충구 2015-06-12 11:22:33
과학주의를 제어할 법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2005. 6. 12.)


과학주의를 제어할 법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박충구(감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

발표일 : 2005. 06. 12.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윤리적 비판

현대 첨단 생명과학의 고지에 태극기를 꽃은 전대미문의 획기적 사건으로 알려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에 대하여 세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우려는 특히 종교계에서 울려나오고 있으며 급기야 기독교, 천주교, 유교, 불교에서 명백한 반대와 비판의 소리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 그가 불치병 환자들의 질병 치료 연구를 위한 실험에서 생명경외와 존엄의 윤리를 버렸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비판의 소리에 대하여 황 교수의 연구를 지지하는 이들은 종교의 상투적인 과학 발목잡기라든지, 온 국민이 긍지를 가질만한 과학적 업적을 좌초시킬 비판이라고 힐난하면서 공연한 트집을 잡는 비난이라고 간주하는 소리도 적잖이 들려오는 가운데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윤리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나는 종교계를 비롯한 윤리학계와 인문학계의 "비판"을 "비난"으로 알아듣는 이들이 가진 제국주의적 과학주의에 대한 맹신을 우려한다. 이안 바버는 과학을 국수주의적인 이해관계에 결부시켜 그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일러 정치 경제적 제국주의와 유사한 성격의 제국주의적 과학주의(imperialistic scientism)라고 하였다. 어떤 이는 심지어 황 교수에 대한 비판을 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고통에 종교나 윤리학자들이 나 몰라라 하며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생명윤리학적 비판은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거나 난치병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뜻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윤리적 정당성을 고려하지 않고 행해지는 인간생명의 조작과 실험에 대한 비판을 비난으로 알아듣는 것은 비판을 수용할 줄 모르는 편협함이거나 윤리적 숙고 없는 단순한 과학주의의 소산일 수 있다. 이러한 과학주의에 대한 무비판적인 예찬은 그 과학적 연구가 윤리적 정당성을 상실할 경우 도덕적 비판의 역풍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황 교수 측의 궁색한 변명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여 어떤 이는 황 교수가 만든 배아는 난자와 정자가 만난 것이 아니므로 수정란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매우 비윤리적이며 비과학적인 주장이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가 창조한 배아는 자연의 수정란이 아니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그 배아는 인위적으로 인간 난자 속에 46개의 염색체가 넣어진 생명으로서 수정란과 동일하게 움직이며 분열하기 때문에 수정란과 동등하다. 이는 배아가 일정한 생명의 조건을 가지고 생명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분명한 인간생명의 초기단계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가 만든 배아가 수정란이 아니라면 만의 하나 복제배아가 발생하여 만들어진 복제인간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무서운 명제로 전치될 것을 생각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러므로 황 교수의 연구가 자신이 비자연적인 방법으로 창조한 배아가 수정란이 아니며, 따라서 인간 생명의 초기단계가 아니라는 명제위에서 이루어 졌다면, 황 교수의 연구는 윤리적 정당성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하나의 생명을 비생명으로 오판했다는 주장이며, 따라서 인간생명의 초기단계에 이른 생명의 생명권을 부정한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험실에서 그에 의하여 생산된 배아가 수정란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수정”이라는 어휘에 한 생명의 존재유무를 판단하려는 자의적 기준을 따른 판단이므로 과학적인 판단이라 할 수 없다. 그는 그가 조작하여 생산한 배아가 “살아 세포분열을 하여” 배반포기 단계에 이르렀을 때 그것을 파괴하여 살아있는 줄기세포를 얻은 것이다.

황 교수의 연구를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생명윤리적 질문을 회피하기 생명발생의 단계를 나누어 14일 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비록 자연의 수정란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지각성과 개체성을 갖출 시점인 14일 이전은 단지 세포덩이일 뿐 하나의 독자성을 가진 생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혹시 생명이라 할지라도 아직 온전한 생명이 아니므로 이미 태어난 한 인간과 견줄 수 없는 상대적으로 “적은” 존재라고 보아 생명의 존재론적 가치를 비교와 평가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그리하여 기존의 생명을 위하여 희생시켜도 될 생명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비윤리성은 생명의 본원적 의미를 외면하고 실용주의적 생명의 서열화를 강요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한번 서열화 되기 시작하면 그 다음 단계도 "적은 생명"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어 생명에 대한 경외의 윤리는 경사면을 디뎌 미끄러지게 될 것이다.


하나님 뜻에 어긋난 생명 조작과 파괴

기독교 신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수정란 파괴행위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간에 의한 비자연적이며 그러므로 조작적인 인간생명 창조 행위”이다. 이렇게 창조된 배아는 하나님이 아닌 인간 창조자의 목적에 따라 생명을 얻어 움직이다가 배반포기 단계에서 줄기세포가 척출되어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황 교수의 실험실에서 창조된 배아는 이렇게 신의 주권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버림받은 생명이 된다. 인간생명의 첫 단계에 인간이 개입하여 일어나는 생명조작과 발생 및 파괴는 인류가 우려하며 금기시하던 비윤리적인 행위이며 명백히 하나님의 생명창조와 보전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무시하고 생명 윤리적인 판단을 유보하거나 무시하면서라도 우리나라가 세계를 제패할 생명공학의 선두주자가 될 기회를 얻었다는 사고는 일종의 제국주의적 과학주의의 한 전형일 뿐이다.

과학자들에 의한 줄기세포 연구의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동물을 이용하여 줄기세포를 연구해온 과학자들이 자연생명질서를 조작하여 비자연적인 생명을 만들어 내게 되었을 때,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1990년 초부터 인간생명 경외와 존엄성의 윤리적 가치를 지킬 목적으로 인간생명과 배아 보호법들을 제정하고, 배아복제행위나 배아복제줄기세포연구를 법으로 금지해 왔다. 예를 들자면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태리, 노르웨이 등의 나라 중에는 자국의 치료용 배아생산을 금지한 법규정을 위반한 사람에게는 징역 5년까지 구형하는 형법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제사회는 황 교수가 행한 류의 연구용 인간복제배아 생산을 금지하는 협약들을 체결함으로써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윤리적이며 법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던 것이다.


선진국의 생명윤리법안과 협약

유럽의회의 “유전공학에 관한 결의안”(1989), “유네스코의 인간 존엄성 선언”(1996), “유럽생명윤리협약”(1996), “인간복제 금지에 대한 유엔의 결의안”(2005)들은 한결같이 생명경외와 존엄성의 윤리라는 측면에서 현대 생명공학의 오류를 막아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었다.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약속에 의거 자국의 생명윤리법안을 제정하였다. 이는 인간 생명 초기단계인 “배아”를 실험실의 실험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류사회의 인식을 뜻하며, 동시에 인간에 의한 인간생명 조작행위는 비윤리적인 것이라는 판단에 합의해온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황 교수의 연구에 종교계와 윤리학자들이 환호를 보내지 않는 것은 과학에 대한 단순한 종교의 반대이거나 줄기세포연구 자체에 대한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그의 연구가 가지고 있는 비윤리성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황 교수의 연구는 위대한 생명 공학적인 개가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큰 반생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그가 많은 나라들이 생명윤리법으로 금지해 둔 연구를 서둘러 수행한 것을 일러 선도적 연구라고 자평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자유로운 과학연구의 정신이 제한받고 있다고 불평해 온 사람들이나 불치의 병으로 인하여 너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은 부담스러운 윤리적인 질문보다는 황 교수의 연구결과를 전폭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문으로서 과학은 인문과학과 마찬가지로 인류사회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에 그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생명파괴를 수단으로 삼는 연구는 결국 반생명적이며 비윤리적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종교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윤리적인 비판을 환상적인 생명공학 특수(特需)를 마음속에 그리게 만들고, 적당한 국수주의적인 이해관계를 개입시키거나, 감상적 국민적 정서를 불러일으켜 상쇄시키려는 노력은 생명윤리 후진국의 실상을 외면한 결코 지혜로울 수 없는 일시방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황 교수의 실험실에서 그동안 희생적으로 연구해온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적 업적만을 꿈꾸는 이들이 아니라, 생명윤리의 높은 기준을 갖춘 이들로서 전 지구적 생명경외와 존엄의 정신을 존중한 연구를 수행하여 세계인들로부터 진정한 사랑과 존경과 치하를 받을 수 있는 연구자들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생명공학만이 아니라 생명윤리의 선진국으로 인정받아 또 하나의 노벨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기대한다.


과학주의의 오류를 제어할 생명윤리법안의 제정

생명공학 선진국일 뿐 아니라 생명윤리의 선진국이 되려면 국제협약을 준수하는 높은 도덕성을 갖춘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무구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창출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생명을 조작하여 유전자의 안정성을 해하는 괴물(chimera)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법안이 장치되어야 한다. 이번 황 교수의 연구는 우리나라의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제정과정에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개입하여 법 규정의 허점을 만들어 낸 결과라는 지적도 있었다. 인류사회로부터 존중받을 수 없는 저급한 도덕성을 묵인하는 과학주의가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야심 찬 제국주의적 생명공학자들의 의욕을 부추긴 것이다. 도덕성 없는 과학주의가 불러올 미래의 비극을 예견하면서 나는 신앙인으로서 선진국 수준의 생명윤리 법안 제정의 긴급한 필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인을 경악하게 하고 있는 광우병과 조류독감 사스는 생명의 안정성을 교란시킨 인간의 과학적 개입이 문제가 되어 신종 바이러스나 효소가 작용하게 된 것이다. 생명의 장엄한 역사에 인간이 무분별하게 개입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러므로 생명윤리 법안에는 과학자들이 생명의 안정성을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동 식물 유전자간의 무분별한 교잡실험의 금지와 더불어 인간의 유전자와 동물의 유전자를 섞는 행위를 비롯하여 인간생명을 조작하는 인간복제 및 치료용 복제행위, 그리고 인간의 난자나 체세포 핵을 동물의 것들과 융합하는 류의 과학적 실험과 시도를 금지하는 항목들이 명시되어야 한다. 이런 법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우리에게 넘겨준 생명의 안정성을 우리 후손들에게도 소중히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보전과 생명간의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 :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2015-06-11 16:04:34
"배아는 인간 생명입니다" (2010. 5. 28.)

 

"배아는 인간 생명입니다"

- 배아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 입장 -



협회

배아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2010. 5. 27.)에 대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 입장

발표일 : 2010. 05. 28.




‘초기 배아는 인간으로 볼 수 없다’는 등 내용의 2010년 5월 27일 헌법재판소 결정은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착상이나 원시선 발현 이전의 배아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 생명의 시작점이 생물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 보더라도 수정이 이루어진 때라는 상식을 외면한 것일 뿐 아니라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의견을 무시한 비윤리적인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인간의 생명은 수정이 이루어진 때에 시작된다는 입장이 생물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 그리고 인간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근거를 가진 진리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

착상이나 원시선 발현은 배아가 수정된 이후의 성장 과정과 관련된 것이지, 착상이나 원시선 발현을 전후해서 생명체의 본질이 달라진다거나 연속성이 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착상이나 원시선 발현 과정 등 성장단계의 특성을 가지고 배아가 인간 생명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원시선도 어느 순간에 즉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에 걸쳐 점차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이므로 그 발현 시점을 단계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도 없고 개체에 따라서는 원시선의 발현 과정에 시간차가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명체의 자연적 연속성에 대한 인위적 조작이나 차단, 환경의 변화는 생명체의 동일성을 본질적으로 다르게 하는 것이 되지 못하므로 인공수태시술 후 남은 배아나 체세포복제배아도 생성된 이상 인간 생명체로서 보호받아야 합니다.

2. 인간의 성장단계에 있어 아직 자신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배아에 대해 그 생명권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고 오히려 배아 생명의 조작과 파괴를 수반하는 배아 실험을 허용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지극히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으로서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우리 사회에서 먼저 출생한 이른바 ‘독립된 인간’들의 이기심에 의한 횡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법적 판단은 건전한 윤리적 근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더욱이 인간의 생명은 절대적인 가치임을 고려할 때 인간의 생명에 대한 판단을 보편적인 도덕 의식에 근거하지 않고 사회적 승인이라는 모호하거나 불투명한 근거 위에서 내릴 수는 없습니다.

배아는 수정된 때로부터 그 부모와도 다른 새로운 생명체로서 고유한 정체성과 영혼을 가진 독립된 인간 생명이므로 법적으로도 생명의 존엄성과 고귀한 가치를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먼저 출생한 사람들의 편의나 사정을 이유로 배아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체세포복제배아 실험은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체세포복제배아를 인위적으로 생성한 후 다시 죽이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죽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체를 만든다고 하는 또 다른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지니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마땅히 금지되어야 합니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아 생명의 박탈이라는 윤리적 문제 이외에도 분화능력을 통제하기 어려워 인체에 이식하는 경우 암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임상용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배아 실험을 허용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이와 달리 배아 생명의 박탈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이미 국내외적으로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임상 시험 결과 상당한 효능이 입증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성체세포를 이용하는 유도만능형 역분화줄기세포 연구 등 대안이 있으므로 이러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합니다.

3. 배아의 생명은 배아에게 고유한 것이므로 배아를 생성하게 된 부모에게도 배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배아 생명의 박탈을 초래하는 배아 실험이나 배아 폐기에 대한 동의권을 그 부모에게 인정한다는 것은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입니다.

배아 생명의 박탈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는 배아 실험이나 배아 폐기에 대해, 배아가 성장단계상 아직 현실적으로 의사를 표시할 능력이 갖추어진 상태가 아니지만 배아는 자신에 대한 실험이나 폐기를 반대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그 부모가 배아 실험이나 폐기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인 배아가 반대할 것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배아 실험이나 폐기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배아 생명을 박탈하는 데 대한 부모의 동의권이라는 것은 인정될 수 없는 것입니다.

4. 임신을 목적으로 부득이 인공수정배아를 생성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시술에 필요한 최소한의 배아만을 생성함으로써 남는 배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등 제도적으로 적극 보완해야 합니다.

인공수정배아를 생성함에 있어 그 숫자를 제한하지 않으면, 난자 제공자와 관련된 여러 문제 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잉여배아의 대량 보관 문제, 보관 비용 증가 문제, 보관 기간의 제한 문제, 보관중인 배아의 폐기 즉 배아 생명의 박탈 문제로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게 되므로, 근본적으로 처음부터 인공수정배아의 생성 단계에서 배아 숫자의 제한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사실상 실험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임신의 목적을 빙자해서 배아를 다수 생성할 위험이나 소지도 차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보관중인 냉동배아도 인간 생명으로서 자궁에 착상되면 신생아로 출산될 수 있으므로 폐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인공수태시술 후 남은 배아도 생성된 이상 자연적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존되어야 하며 보존에 필요한 재정적 부담이 배아 폐기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5.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생명윤리의식을 더욱 높이고 건전한 윤리적 근거에 입각한 입법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 또한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리 협회는 올바른 생명존중 문화와 제도의 확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010년 5월 28일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공동대표 박재형

작성자 : 한국교회언론회 2015-06-11 16:01:08
모든 생명은 배아로부터 시작 된다 (2010. 5. 28.)

 

모든 생명은 배아로부터 시작 된다

 

 

한국교회언론회

배아 관련 5월 27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한국교회언론회의 논평

발표일 : 2010. 05. 28.

 


5월 27일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가 여성의 자국에 착상되지 아니한 배아(胚芽)는 '인간의 기본권'을 부여받을 수 없다는 것과 이 상태의 배아를 연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요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의 요지는 배아를 완전한 인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임신 목적의 배아 생성이 계속 허용됨은 물론, 난치병 치료라는 명목으로 배아 실험 등 줄기세포의 연구의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법으로 예단할 수 없는, 생명의 존귀와 가치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즉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지 않았다 하여 생명체로 보지 않는 것은 생명의 존귀성을 저버리는 것이다.

모든 생명의 시작은 배아로부터 시작된다. 수정, 착상, 배아, 태아의 단계별로 생명체를 분리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미 수정되면서부터 한 생명체로 인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재의 결정이 배아를 세포덩어리로 보고, 연구의 목적으로 생명체를 이용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배아 실험과 배아줄기세포 실험에 대한 유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아줄기세포 실험에 찬성하는 쪽은 몇 가지 이유를 대고 있다. 즉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 결제 발전을 위해서, 과학연구 발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 대하여는 우리 사회가 관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생명체를 죽여야 하는 과정을 간과하고 있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또 다른 생명을 죽여야 한다면 이것은 모순이 아닌가.

또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고, 과학발전을 위한 연구라는 명분도,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면서까지 하게 될 때에, 도리어 인류에게 화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배아 실험이 아니라도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같은 치료할 방법이 있는데, 생명윤리를 외면하면서까지 쉬운 방법만을 고집하는 것은 생명존중의 근본적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법에 의하여 생명문제를 결정한 것이어서, 생명윤리법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가 아니라, 자칫하면 '생명경시'라는 심각한 논란거리를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법은 스스로 생명을 지켜낼 수 없는 생명권을 보호해 주는 것이 그 바른 역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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