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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카테고리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작성자 : 조덕제 2015-06-12 14:56:54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실정법과 생명윤리(2005. 10. 17.)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실정법과 생명윤리



조덕제(변호사,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사무처장)

 

제2회 목회자를 위한 생명윤리 세미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생명윤리"

발표일: 2005. 10. 17.



1. 머리말
 가. 배아줄기세포는 수정 후 6-7일 정도의 배반포기 배아에서 내부세포괴를 추출하여 얻게 되는 줄기세포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체외 배양에 의하여 영구적인 세포분열이 가능하고(분열능) 어떠한 신체기관으로도 분화 ․ 성장할 수 있는(분화능) 이른바 만능세포입니다.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의 분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모든 정상 세포군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고, 이에 따라 초기 인간배아를 난치병 치료 등을 위한 매력적인 실험의 자원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배아줄기세포 연구’라는 것은 장차 신생아로 성장할 부분인 배아의 내부세포괴를 추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연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실상은 연구 대상이라는 그 배아를 살리거나 그 배아의 성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아 파괴 즉, 배아의 생명현상의 박탈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1) 

 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논의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생명현상에 개입하는 인간의 행위영역에 있어서 윤리와 법규범의 관계입니다.
윤리와 법규범의 일반적 구별에 의하면, 윤리는 임의규범으로서 이를 위반하면 윤리적 비난이 따르고, 법규범은 강제규범으로서 이를 위반하면 법적 제재가 따르며, 윤리의 최소한이 법규범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첨단 생명공학시대에 있어서 생명현상에 개입하는 행위영역에 관한 한 윤리위반의 문제도 생명가치 침해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므로, 윤리위반이라고 하여 단순히 비난에만 그칠 수 없게 됩니다. 즉, 생명윤리위반과 생명윤리에 관한 법규범위반은 실질적으로 제재의 필요성이 동일하며 규범준수 영역 또한 동일하다고 할 것이어서, 생명윤리적 문제는 동시에 생명윤리에 관한 법규범적 문제가 됩니다.2)
 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실정법은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   률’(이하 ‘생명윤리법’이라 합니다)이 있습니다. 이 법은 2003. 12. 29. 국회 의결을 거쳐 2004. 1. 29. 법률 제7150호로 공포된 후, 2005. 1. 1.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3)
 이 법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배아 등의 생성 ․ 연구, 유전자검사, 유전정보 등의 보호 및 이용, 유전자치료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법률 문언상 ‘배아줄기세포’라는 용어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배아 연구’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실제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생명윤리법상 허용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의 획득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즉, 첫째, 인공수정에 의한 배아를 이용하는 경우(법 제17조, 제2조 제3호), 둘째, 인간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한 복제배아를 이용하는 경우(법 제22조, 제23조, 제2조 제4호 일부), 셋째,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한 잡종 복제배아를 이용하는 경우(법 제22조, 23조, 제2조 제4호 일부) 입니다.
 이러한 배아 연구 즉,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법률 규정들은 생명윤리 존중 입장이 아니라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우월하게 반영된 대표적 규정들로서, 법률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 실질을 보면 생명윤리에 위반되는 즉, 생명윤리에 관한 실질적 법규범에 위반되는 법률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생명윤리법은 법률 명칭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생명윤리적 문제를 안고 태어난 태생적 장애 상태의 법률이 되고 말았습니다.

 라. 이하에서는 인간배아의 법규범적 의의와 지위에 관하여 먼저 살펴 본 후, 배  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법률 규정들의 문제점, 배아 보호를 위한 윤리적 ․ 법규범적 검토,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대안 등의 순서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인간배아의 법규범적 의의와 지위

 가. 배아의 정의에 관한 법률 규정의 문제점


(1) 생명윤리법은 배아의 실정법적 정의에 관하여 ‘배아라 함은 수정란 및 수정된 때로부터 발생학적으로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까지의 분열된 세포군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2호).


(2) 발생학적으로 볼 때, 수정 후 모든 장기가 형성되는 약 8주까지의 존재를 배아(Embryo)로, 그 이후 장기가 양적 성장을 하는 기간의 존재를 태아(Fetus)로 흔히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생학적 개념은 시기적인 이유와 생명체의 조건과 기능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서, 배아의 생명현상 내지 생존능력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은 아닙니다.
생명윤리법의 배아에 관한 정의 규정은 이러한 발생학적 개념을 도입하여 배아를 정의한 것으로서, 위 정의 규정의 실질적 내용에 의하면, 배아는 수정 후 약 8주까지의 존재로서 세포군 즉, 세포덩어리라는 것이 됩니다.


(3) 그런데 배아에 관한 법적 논의에 있어서 문제되는 것은, 배아의 법규범적 개념이지 발생학적, 생물학적 개념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배아를 발생학적 개념으로 정의한 생명윤리법의 규정은 배아의 실질적인 법규범적 의의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나. 인간배아의 법규범적 의의

(1) 배아의 법규범적 의의와 관련하여 먼저 ‘태아’의 법규범적 의의에 관하여 봅니다.
우리나라의 학설 ․ 판례에서는 태아에 관하여 발생학적 분류와 다른 규범적 개념을 이미 정립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태아의 시기(始期)에 관하여 학설상으로는 수정시설이나 착상시설이 있지만, 어느 학설에 의하더라도 태아는 수정시 내지 착상시부터의 생명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태아의 법규범적 의의에는 수정 후 8주 이후라는 ‘발생학적 태아’ 단계만이 아니라 수정 후 8주 이내라는 ‘발생학적 배아’ 단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법상 태아의 법규범적 의의도 모체 내에 있으며 장차 자연인으로 출생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발육의 정도는 이를 묻지 아니하는 바, 이 또한 발생학적 태아 개념과 다릅니다.
대법원 1985. 6. 11. 선고 84도1958 판결에 의하면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바”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학설 ․ 판례상 태아의 법규범적 의의에는 발생학적 분류상의 배아 단계가 이미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간배아는 법적 보호대상인 인간생명체이지 단순한 생물학적 재료 즉 세포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위 판례에 의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헌법체계 하에서 인간배아는 법규범상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 그 존엄과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체입니다. 배아, 태아, 출생한 인간은 동일한 생명체로서의 고유한 유전자를 가진  존재로서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입니다.4)
 더구나 배아는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거나 보호할 능력이 없는 연약한 생명체이므로, 법규범상 실질적 정의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성인에 비하여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생명체인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배아가 착상 전의 배아라거나 인공수정 후 체외에 보관 중인 배아라거나, 인간의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체세포복제배아라거나 하여 달리 취급할 이유나 근거는 없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윤리법에서는 헌법체계 하의 형법 및 사법상의 법규범적 개념과 달리, 굳이 발생학적 개념을 도입하여 배아를 정의하면서, 발생학적으로 일정 단계까지의 배아를 세포군이라고 규정한 입법 의도는 무엇이겠습니까?  인간생명의 발생과정에 있어서 일정한 단계까지를 구분하여 세포덩어리로 규정한 것은, 실정법 규정을 이용하여 윤리적 ․ 법규범적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게 배아 실험을 허용하기 위한 의도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아를 세포덩어리로 정의함으로써 실험의 대상인 물질 내지 물건으로 보는 것은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따라서 배아의 정의에 관한 생명윤리법의 규정은 이미 배아 실험을 전제로 한 의도적인 것입니다. 


(4) 참고로, 1990. 12. 19. 공포된 독일의 배아보호법 제8조 제1항은 ‘이 법에서 배아라 함은 세포핵융합 이후 수정되어 분화능력이 있는 인간의 난자를 말하며, 나아가 일정한 조건하에서 분열하여 인간 개체로 발생할 수 있는 배아로부터 채취된 미분화된 모든 세포를 포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리, 배아가 세포로서 갖는 인간의 잠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서, 배아가 단순한 세포덩어리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5)


 다. 인간배아의 법규범적 지위
(1) 인간배아의 법규범적 지위는 ‘인간 생명의 시작을 언제로부터 보는가’ 하는 점과 직결되는데, 인간생명은 수정시(체세포핵이식의 경우는 핵이식시)부터라고 할 것입니다.
첫째, 수정시 이미 고유하고 완전한 유전자가 존재하게 되고, 둘째, 수정시부터 분화 발육과정에 들어가며 이후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고, 셋째, 수정과 착상 사이에 명확한 시기적 구별이 불가능하며 개체에 따라서도 시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2)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헌법체계 하에서 법규범적으로 “인간”의 범위는 수정시(체세포핵이식의 경우는 핵이식시)부터라고 할 것입니다. 수정 후 성장의 연속선상에 있는 인간 생명에 대하여 어느 시점을 단절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생명권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주체를 달리 보아야 할 이유가 없으며, 단절을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정체성을 상실케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배아는 우리나라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인간”으로서, 생명권의 주체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할 것입니다.   
배아 정의에 관한 생명윤리법의 규정은 이에 반하여 인간배아를 단순한 세포군으로 정의함으로써, 인공수정 후 잔여배아와 체세포복제배아를 도구로 전락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으며,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려는 본래적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배아줄기세포 관련 법률 규정들의 문제점

가. 생명윤리법상 허용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의 획득 방법

 생명윤리법상 허용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의 획득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즉, 첫째, 인공수정에 의한 배아를 이용하는 경우(법 제17조, 제2조 제3호), 둘째, 인간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한 복제배아를 이용하는 경우(법 제22조, 제23조, 제2조 제4호 일부), 셋째,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한 잡종 복제배아를 이용하는 경우(법 제22조, 23조, 제2조 제4호 일부) 입니다.

 

나. 인공수정배아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하여
(1) 잔여배아 실험에 관한 법률 규정
 생명윤리법상 ‘잔여배아’라 함은 인공수정으로 생성된 인간배아 중 임신의 목적으로 이용하고 남은 배아를 말합니다(법 제2조 제2호).
 이러한 잔여배아의 실험에 관한 법률 규정 내용을 보면, 보존기간이 경과하고 발생학적으로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의 잔여배아(법 제2조 제3호)를, 불임치료법 및 피임기술의 개발을 위한 연구,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그 밖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법 제17조).

(2) 잔여배아 실험 허용 규정의 문제점

(가) 생명윤리법상 잔여배아 실험을 허용한 규정의 근본적인 문제는, 배아 실험  즉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법적 허용 근거를 마련하여 준 것입니다.
 배아의 정의에 관한 규정에서 배아를 세포 덩어리로 본 관점은, 배아를 물질이나 물건처럼 ‘보존’이나 ‘폐기’의 대상으로 규정하고(법 제16조), 개방적으로 연구를 허용하는 것으로 필연적 귀결이 되고만 것입니다.       
 (나) 법률에 의하여 잔여배아 실험의 허용 근거가 마련됨으로 인하여, 대통령령 등에 대한 사실상 백지 위임에 따라 잔여배아 실험의 허용 범위가 나날이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법률 규정은 희귀 ․ 난치병 연구만이 아니라, 피임 연구를 위하여도 배아 실험을 허용하고, 나아가 대통령령이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그 외 연구를 위하여도 그 허용범위를 백지 위임함으로써 사실상 제한 없이 배아 실험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 한편 이러한 잔여배아의 실험 범위에 관한 법률 내용 자체도 입법과정에서 이미 그 범위가 교묘하게 확대되었습니다.
 즉, 잔여배아의 연구 범위와 관련하여, 2003. 4.의 보건복지부 확정안은 ‘2. 근이영양증 등 그 밖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및 시술’로 되어 있었습니다(위 확정안 제14조 제2호).
그런데 그 후 2003. 10.의 정부안과 현행 법률은 ‘2.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3. 그 밖에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로 변경 ․ 확대되었습니다(정부안 및 법률 제17조 제2, 3호).
 종전의 희귀 ․ 난치병 연구 목적에 배아 실험을 한정하였던 취지마저도 그 후 교묘한 문언 정리를 통하여 사라지고 이제는 일반 연구 목적으로도 배아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법률 자체를 교묘히 바꾼 것입니다. 이는 정부안 확정과정에서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얼마나 우월하고 또한 얼마나 집요하며 교묘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라) 생명윤리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모태에 착상되기 전이나 원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전의 초기 배아는 여전히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오히려 생명윤리법으로 인하여 배아 실험이 법적 면죄부까지 얻게 되어 초기배아의 생명에 대한 침해가 종전보다 더 많아질 위험에 처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 생명윤리법이 잔여배아 실험에 관한 규정에서 배아 실험에 관하여 나름으로 어떠한 요건을 정하고 있고 위반시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며, 그 외 배아연구기관의 등록, 배아연구계획서의 승인, 잔여배아의 제공 및 관리(제18조 내지 제20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등 얼핏 보면 생명윤리법이 생명윤리적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 태도 자체가 인간생명의 존엄과 관련한 생명윤리 존중보다는 생명공학 육성에 더 호의적인 상태에서, 위와 같은 법적 제재와 관리 감독으로는 생명윤리적 위험에 대한 실효적 예방과 대책이 될 수가 없습니다.
  
  (3) 인공수정배아 생성 규정의 문제점

 생명윤리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임신 외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여서는 아니 됩니다(제13조 제1항).
 그런데, 생명윤리법에서는 잔여배아를 생명과학기술의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까지 마련하여 두면서도, 임신의 목적으로 인공수정배아를 생성하는 경우에 있어서 생성 배아의 수효에 관한 제한 규정이나, 그 외 인공수정의 전제와 기준,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은 법률 차원에서 마련하여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입법적 잘못은, 처음부터 실험 목적이면서도 임신의 목적을 빙자하여 과다하게 잉여배아를 생성하는 빌미가 될 것입니다. 반(反)생명윤리적 입법취지와 우리나라의 낮은 생명윤리 정책 수준, 무모한 의료계의 관행, 과학기술계의 팽배한 실험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인공수정배아의 다량 생성, 잔여배아를 통한 실험, 타 연구처 공급 등 생명윤리위반 사태의 발생이 심히 우려됩니다.


다. 체세포복제배아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하여 

 (1) 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 ․ 실험에 관한 법률 규정

 생명윤리법상 ‘체세포복제배아’라 함은 핵이 제거된 인간 또는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행위에 의하여 생성된 배아를 말합니다(제2조 제5호, 제4호).
 현행 법률은 체세포핵이식행위를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제22조 제1항).
 따라서 위 규정들을 종합하게 되면, 생명윤리법상 체세포복제배아에 있어서 인간간의 복제배아와 이종간의 잡종 복제배아의 두 가지 경우를 실험 대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할 수 있는 연구의 종류 ․ 대상 및 범위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2조 제2항).

 

(2) 체세포핵이식(체세포배아복제) 허용 규정의 문제점

 (가) 체세포핵이식은 바로 무성생식에 의한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입니다. 배아복제는 인간개체복제로 진행될 위험에 직면하게 됩니다.
 복제된 배아가 자궁에 착상되면 성장하여 복제인간이 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의 문제에 직면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행 생명윤리법은 인간개체복제와 체세포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를 구분하여 별도로 규정하면서 일정한 연구 목적의 체세포배아복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복제의 목적에 따라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생산적 복제와 질병치료 목적의 치유적 복제로 구분하는 생명공학자 등의 분류 방법에 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개념적으로 위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고 하나, 현실에 있어서는 치유적 복제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생산적 복제, 즉 인간개체복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아복제 문제는 곧 인간개체복제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 그리고 연구 목적의 체세포배아복제라는 것은, 체세포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하여 즉, 그 배아를 파괴하기 위하여 복제배아를 생성하는 것이므로, 고귀한 인간생명체를 다른 인간이 수단이나 도구로 이용하기 위하여 생성 ․ 조작한다는 생명윤리적 ․ 법규범적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생명은 그 상태나 능력, 여건이나 환경에 관계없이 생명의 존엄가치에 있어서 등가(等價)이며, 어느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이용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이 배아복제를 인간개체복제 관점이 아니라 배아 실험의 관점에서 별도로 규정하면서, 배아복제를 일정한 연구목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인공수정 후의 잔여배아가 실험자원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사정과 관련한 생명공학계의 실험 수요 때문이라고 할 것입니다.


(다) 배아복제와 관련한 현행 법률 규정의 입법과정을 살펴보면, 인간개체복제목적의 배아복제에 대한 절대적 금지 규정과 그 외의 체세포핵이식(배아복제) 금지에 관한 원칙 규정이 삭제되는 등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노골적으로 추가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래 2002. 9.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에서는 현행 법률과 달리, 배아복제(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 생성)를 ‘인간복제 등’ 항목에서 함께 규정하고 있었는데, 본래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가 절대적 금지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었음(입법예고안 제10조 제1항 제1호)6)은 물론, 그 외 어떠한 체세포핵이식(복제)도 금지한다는 원칙 규정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입법예고안 제11조 제4항).
한편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 외 다른 목적의 체세포복제에 대하여, ‘다만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그 허용을 결정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으나(입법예고안 제11조 제4항 단서), 이는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 허용여부를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개별적 허용 결정을 필요로 한다는 취지의 단서 조항이었기에, 체세포핵이식을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2003. 10.의 최종 정부안과 현행 법률에서는 위와 같은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에 대한 절대적 금지 규정과 그 외의 체세포핵이식(복제) 금지에 관한 원칙 규정이 모두 삭제되어 버린 것입니다.
 
 (라) 현행 법률은 인간개체복제와 배아복제를 구분하여 별도로 규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묘한 문언 정리를 통하여,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를 낮추어서,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배아복제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와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즉, 현행 법률에 의하면, 일정한 연구 목적 외의 체세포핵이식행위(배아복제)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는데(제51조 제1항 제6호), 인간복제 금지에 관한 규정(제11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체세포복제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서는 아니 되며, 착상된 상태를 유지하거나 출산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만 규정할 뿐,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에 대한 절대적 금지 규정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삭제하여 버림으로써,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도 결과적으로 법률 제51조 제1항 제6호에 의하여,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배아복제와 동일한 규정에 의하여 처벌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를 한 경우, 본래 2002. 9.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과 2003년 4월의 보건복지부 확정안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하게 되어 있던 것을(위 입법예고안 제46조, 위 확정안 제48조), 2003년 10월의 정부안 및 현행 법률에서는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 행위를 한 경우도 일정한 연구 목적 외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 행위를 무단으로 한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되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은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정부안 및 현행 법률 제51조 제1항 제6호), 처벌 수위도 교묘하게 하향 변경된 것입니다.

 

 (3)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체세포배아 복제) 허용 규정의 문제점
  현행 생명윤리법은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행위 즉, ‘이종간(異種間) 체세포핵이식행위(이종간 복제)’를 교묘한 편법을 이용하여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행위는, 인간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이종간 체세포핵이식행위’의 한 경우임이 명백함에도, 생명윤리법에서는 ‘이종간 체세포핵이식행위’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채, ‘체세포핵이식행위’라는 개념 정의 규정에서 ‘체세포핵이식행위라 함은 핵이 제거된 인간 또는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제 2조 제4호), 한편 인간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행위만을 ‘이종간의 착상 등 금지’ 규정 내에 열거하여 두는 방법으로(법 제12조 제2항 제2호), 우리나라도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을 금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선전하면서도, 실제로는 ‘이종간 체세포핵이식 금지’에 관한 생명윤리를 위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생명윤리법 규정은,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의 논리적 두 가지 유형 중, 우리나라 생명공학계에서 종래 실험하여 온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경우는 이종간 이식행위가 아닌 것으로 하여 허용하고, 다른 한유형인 인간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경우만을 이종간 이식행위로 보아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기이한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낯 뜨거운 입법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소나 돼지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실험을 종래부터 하여온 관련 생명공학자 등은 그러한 이종간 체세포핵이식행위의 허용을 집요하게 요구하여 왔는데,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이 이른바 ‘반인반수’ 등 인류사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공할 위험이 우려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절대적 금지 쪽으로 여론이 굳어진 상태임에도, 입법자는 위와 같은 편법을 이용하여 생명공학계의 편을 들어 주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입법사례는 우리나라 생명공학계의 입장을 입법에 반영하기 위한 대표적인 편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생명공학계는 첨단 공학과 관련하여 기술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법적 면죄부는 사실상 거의 다 얻은 셈이 되었습니다. 이 점에서 본다면,역설적으로 생명윤리법이 생명윤리를 침해하는데 앞장 선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4) 체세포복제배아 실험 허용 규정의 문제점

체세포복제배아도 생성된 이상 역시 인간생명체로서 다른 배아와 달리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므로, 생성된 체세포복제배아의 ‘연구’ 즉 체세포복제배아 실험에 관한 법률 규정은 인공수정 후의 잔여배아 실험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의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4. 배아 보호를 위한 윤리적 ․ 법규범적 검토                       

 가. 생명공학 육성 정책과 관련하여 
 (1) 우리나라는 일찍이 1983. 12. 31. 법률 제3718호로 생명공학육성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생명공학육성법은 입법 목적이 생명공학의 육성에만 치중하였고 생명공학과 관련한 생명윤리 문제에 관하여는 법률 차원에서 아무런 규제나 안전장치를 두지 아니한 상태에서, 다만 정부에 대하여 생명공학 연구 및 산업화의 촉진을 위한 실험지침을 작성 ․ 시행하도록 위임하고 그 실험지침 안에 생물학적 위험성,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및 윤리적 문제 발생의 사전 방지에 필요한 조치와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이전 ․ 취급 ․ 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도록 위임하였을 뿐입니다(제15조).
 그러나 정부는 법률의 위임에 의한 실험지침마저도 마련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다가 입법 후 14년 만인 1997. 4. 22. 유전자재조합실험지침 1개를 겨우 작성하였을 정도로, 생명윤리 문제는 등한시하여 왔습니다.
         

(2) 그리고 생명윤리법이 제정되기 직전인 2003. 12. 9. 생명공학육성법중개정법률이 국회 의결을 거쳐 2003. 12. 30. 법률 제7014호로 공포되고, 2004. 7. 1.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개정된 법률의 주요 내용은, 생명공학의 법적 정의를 기초의과학(基礎醫科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고(제2조)7), 기초의과학의 연구개발 및 육성업무를 과학기술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의 공동 소관으로 하며(제13조 제1항), 그 외 생명공학의 산업적 응용촉진에 대한 정부의 지원시책 강구 의무를 규정한 것(제11조) 등입니다.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절차가 마무리되기 직전에 생명공학의 법적 개념이 의학의 일부로까지 확대되고, 생명공학 주관 부서인 과학기술부의 권한이 강화되었으며, 생명공학계와 관련 산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욱 강화된 것입니다. 이러한 입법태도는 우리나라에서 첨단 생명공학에 있어서, 생명윤리 존중 입장보다는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3) 그러나 생명공학을 육성함에 있어서 생명윤리 문제를 등한시하거나 생명윤리를 존중하지 아니하는 정부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합니다. 생명윤리는 생명공학의 전제이고, 생명공학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9)  

 

나. 생명윤리 관련 입법 경과에 관하여10) 
 (1) 생명윤리 입장 백안시 및 왜곡

 현행 생명윤리법은 2003. 10. 14.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의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아니하고 모두 그대로 이용한 채, 11) 제안 형태만 국회 대안으로 바꾸어 2003. 12. 29. 국회의 의결을 거친 것입니다.
제16대 국회에는 정부안 제출 당시 이미 배아와 관련된 생명윤리에 관하여 7건의 법률안 내지 청원이 각 제출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기존의 여러 법률안이나 청원을 모두 폐기하고 정부안을 사실상 채택하기 위한 방편으로, 위 기존의 여러 법률안과 청원을 정부안과 함께 모두 폐기하면서, 실제로는 정부안의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여 국회 대안이라며 국회가 스스로 제안하는 형식으로 통과시킨 것입니다.
당시 제244회 국회(임시회)는 2004년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제16대 국회의원들의 사실상 마지막 국회로서, 그 전의 정기국회 회기 때부터 있어 왔던 정쟁이 임시국회에서도 계속되어 많은 법안들을 제대로 심사할 계제가 되지 못한 채, 회기종료 직전인 2003. 12. 29. 여러 법률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생명윤리법도 통과된 것입니다.
 현행 생명윤리법의 내용은 정부안의 내용과 전적으로 동일한데, 종래 당국자나 언론이 생명윤리적 시민 여론이나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육성 정책에 맞지 아니하다고 백안시하고 반면 생명공학의 연구결과는 집중적으로 홍보하여 오다가, 결국 충분한 사회적 합의과정도 거치지 아니한 채 밀실행정과 부처간 힘겨루기 끝에 생명윤리적 입장과 생명공학적 입장을 평면적으로 절충한 형태로 정부가 입법예고하였을 뿐 아니라, 그 후 국회에 제출될 때까지 이례적으로 13개월 가까이나 정부 내에서 이견 조정을 한다면서 사실은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정부 내의 밀실 심사단계마다 계속 추가로 반영되면서 생명윤리적 입장은 더욱더 경시되고 왜곡된 상태로 변하여 버렸습니다. 그리고 입법 경과의 어느 단계에서 침해되거나 왜곡된 부분의 생명윤리 입장은 그 이후의 어떤 단계에서도 절대로 회복되거나 바로 잡아진 적이 전혀 없이 실정법 형식으로 굳어졌던 것입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법률 명칭에는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생명윤리 존중 입장과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라는 두 가지를 절충하는 것을 전제로, 제1조(목적)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병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생명권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절대적 윤리규범이자 최고의 헌법규범으로서,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보다 우선하므로, 위 법률은 목적 규정에서부터 이미 적절하지 아니합니다. 
더구나 앞에서 예시적으로 본 바와 같이 법률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생명윤리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허다하고, 특히 생명윤리 논의의 초점인 배아에 관한 규정들은 오히려 반(反)생명윤리적인 것입니다.
갈수록 침해되거나 왜곡되어 결국 현행법으로 나타난 입법 경과에 관하여 아래에서 몇 가지를 살펴봅니다.

 

(2) 1999. 9. 13. 시민패널 보고서 내용 등 백안시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의 생명윤리 관련 입법시도는 1997년부터 있었고 정부차원에서는 2000년부터 나름으로 입법 준비를 하여왔다고 할 수 있는데,  본래 우리나라에서 시민 여론은 현행법의 내용과 달리 생명윤리적 입장이 명백하였습니다.   이는 종교계나 윤리학계를 중심으로 한 입장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즉, 1999. 9. 10. ~ 13. 연세대에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최한 생명복제기술합의회의에 참가한 시민패널 16인은, 언론방송 등을 통하여 공개 모집되어 최종 선정된 시민들로서, 생명복제기술의 논란과 관련된 전문가 패널의 강의를 듣고 토론과 조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민패널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인간 생명의 시작에 관하여 16인 중 14인이 수정 직후부터라고 합의하였고, 나머지 2인만 수정 후 14일부터라고 하였습니다.12)
 이는 첨단 생명공학의 실상과 윤리적 문제에 관하여 조금만 알게 되면 우리나라 일반 시민의 건전한 양식과 기준에 비추어, 배아는 수정시부터 인간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나 한림대학교 인문학연구소 등 종래 시민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전국적 여론조사도 수차례 있었으나, 그 당시 여론조사 결과가 일부 생명공학자의 입장에 맞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당국자나 국내언론은 이를 백안시하였습니다.

 

(3) 2001. 7. 10.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내용과 사후 변경 등

 과학기술부는 2000. 9. 국무조정실에서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구성 ․ 운영방향이 결정됨에 따라 2000. 11.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장관 직속으로 설치하였고, 이에 위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생명공학의 윤리문제에 관한 연구 활동을 하여, 2001. 7. 10.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의 기본 골격을 발표하였습니다.
위 시안에 의하면, 이종간 교잡배아 창출 금지,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배아 창출 금지, 불임치료 목적 이외의 난자 채취 금지, 불임치료 목적 이외의 인간배아 창출 금지, 불임치료 목적의 체외수정 배아 보호(단 폐기될 동결 배아 이용 연구는 한시적 허용),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가능한 한 성체줄기세포 연구로 유도하는 방향으로 국가 지원 등 내용인 바, 현행법의 내용에 비하여 생명윤리 입장이 존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학기술부는 위 자문위원회의 시안을 무시하고, 이후 위 자문위원회 자체도 백안시하여 오던 중 위 시안 발표 1년 여 후인 2002. 7. 18. 설명회를 자청하여, 위 자문위원회의 시안과 달리, 체세포 복제배아 및 이종간 교잡배아를 금지하지 않고 앞으로 신설할 생명과학윤리안전위원회에서 그 허용여부를 검토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번복 ․ 발표하였습니다. 과학기술부는 번복된 새로운 시안에 관하여, 그 골격만 밝혔을 뿐 시안 자체는 공개를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4) 2002년. 초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법 시안과 전후 문제

 보건복지부는 2002. 초 생명윤리법 시안의 골격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하여 2001. 10. 제출받은 ‘생명과학 관련 국민보건안전 ․ 윤리확보를 위한 정책개발 및 인프라 구축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이의경 박사)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위 시안의 골격에 의하면, 임신 목적의 체세포복제 배아는 물론 치료 목적의 체세포복제배아도 생산 불허, 이종간 교잡 불허 등 내용인 바, 현행법의 내용에 비하여 보다 생명윤리적 입장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02. 7. 15. 발표한 생명윤리법 시안의 골격에서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를 통하여 ‘치료 목적이라도 체세포복제를 허용할 경우 인간 개체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든 체세포복제를 금지하였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2002. 7. 15. 공청회를 개최함에 있어서, 종래의 연구결과를 일체 공개하지 아니하여 오다가 공청회 개최에 앞서 휴일을 포함하여 불과 4일 전에야 공청회 개최예정사실을 발표하였고, 공청회 개최 전에 이미 국무조정실에는 공청회 발표와는 다르게 치료목적의 체세포복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안을 제출한 상태라는 언론보도(가톨릭신문 2002. 7. 20.자, 경향신문 2002. 7. 22.자) 까지 있는 등, 당시 입법 준비과정에서 생명윤리적 비난을 의식한 밀실행정과 형식적 전시용 공청회이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위 생명윤리법 시안을 골격만 밝혔을 뿐 시안 자체는 공개하지 아니하였습니다.

 

(5) 2002. 9. 24.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과 생명윤리 왜곡 문제

 2002. 7. 25. 국무조정실에 의하여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절차를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조정되어, 2002. 9. 24. 보건복지부안으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이 입법예고되었습니다(보건복지부 공고 제2002-122호).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은, 체세포핵이식 연구의 허용에 관한 단서 조항 삽입(위 안 제11조 제4항 단서), 체세포핵이식의 개념 정의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사실상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을 허용(위 안 제2조 제2호), 잔여배아 연구의 허용(위 안 제14조) 등, 배아에 관한 생명윤리 입장이 왜곡된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법률안 명칭에 사용하고 있으나, 생명윤리 존중 입장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생명공학 육성을 바라는 국가정책 하에서 과학기술부, 생명공학계와 산업계 등의 강력하고도 집요한 요구로 인하여 이미 생명공학 육성 입장과의 절충을 통하여 마련된 것입니다. 입법예고안 내용을 둘러싸고 BT 관련 대규모 예산 및 인력 증대 문제 등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의 부처간 이기주의 양상에서 부총리 부서인 과학기술부는 산자부 등 관련 부처와 생명공학계 등을 동원한 세 과시, BT 벤처 이익 대변 자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역이용한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하여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생명공학 육성 정책을 강조하여 왔고, 보건복지부는 당시까지 종래 2년간 담당부서 또는 담당자가 세 번이나 교체되는 등 생명윤리에 관한 사명이나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결국 생명공학 육성 입장에 굴복하여 타협하는 태도로 나간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
          
(6) 제16대 국회의 법률안과 청원

 2002. 9.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에 대하여 과학기술부, 생명공학계 등에서 체세포핵이식 실험의 보다 탄력적인 허용을 요구하는 등 생명공학 육성 입장을 더 욱더 많이 반영하여야 한다는 이견을 제시하여 정부안 작성이 지연되었습니다.
이후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제16대 국회에서는 정부 부처간 이견 조정이 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의 각 입장을 대변한 5개의 법률안 내지 청원, 그리고 종교계(천주교와 기독교)의 입장을 대변한 2개의 법률안 내지 청원이 각각 제출되어 있었습니다.         


(7) 보건복지부 확정안과 정부안의 생명윤리 왜곡 문제

 2003. 4. 보건복지부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을 확정하여 법제처에 송부하였는데, 2002년 9월 입법 예고한 이후 7개월 이상 과학기술부와 이견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부와 생명공학계의 집요한 추가적 요구에 따라, 체세포복제배아에 관한 별도의 규정(보건복지부 확정안 제4장 제2절)을 신설하고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등, 보건복지부 확정안은 종전의 입법예고안보다 퇴보한 내용이 되었습니다.
 그 후 2003. 10. 14. 최종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는데, 이는 2003. 4. 보건복지부 확정안이 법제처에 송부된 이후 5개월 이상 차관회의 등을 통하여 또 다시 힘겨루기 끝에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 금지에 관한 직접적 명문 규정이 삭제되고 잔여배아 실험을 일반 연구 목적으로도 허용하는 등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추가로 더 반영된 것이었습니다.
 현행 법률은 위와 같이 생명윤리 입장이 갈수록 퇴보되고 왜곡된 정부안의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여 이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국회 대안이라며 국회가 통과시킨 것입니다.

  

다.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 보호에 관하여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법규범적 논의의 핵심은 인간생명체인 배아의 생명권과 이미 출생한 인간의 건강권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느냐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인공수정 후의 잔여배아나 체세포복제배아 등에 대한 실험 문제는, 법률 규정이 성문화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 법적 논의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법규범의 실질적 내용은 형식적 법률 조문만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상위법인 헌법의 이념 아래에서 법체계에 대한 유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이해에 따라 비로소 정하여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헌법체계에서 인간의 존엄이 최고의 근본규범이고, 인간 존엄권의 핵심 내용인 생명권이 다른 기본권에 양보될 수 없는 최상위의 기본권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러한 법체계하에서 인간배아 실험에 관한 현행 법률 규정은 생명윤리를 존중한다는 명목을 내걸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생명윤리적 성찰을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생명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입법되어,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혼란하게 한 위헌적 법률입니다. 이 점에서 인간배아 실험에 관한 법률 규정은 법규범으로서의 실질적 효력이 심히 의심스럽고 위헌성 여부에 관하여 헌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라. 헌법상 학문 연구의 자유의 한계에 관하여

  (1) 먼저 과학과 기술의 관계를 보면, 과학(Science)은 체계화된 이론적 지식이라고 할 때, 기술(Technology)은 그 이론적 지식에 대한 실천 내지 적용입니다. 본래 순수한 이론으로서의 과학 자체는 가치중립적일 수 있으나, 기술은 가치내재적, 가치지향적이고 인간의 가치화의 산물입니다. 13)
 그런데 생명현상에 대한 첨단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명과학기술이라는 용어 이외에 생명공학(Biotechnology)이라는 용어가 상례화되었습니다. 생명공학은 한쪽 발은 과학(또는 연구)에, 그리고 다른 한쪽 발은 기술(또는 산업)에 딛고 있지만 귀착지는 기술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가치지향적일 뿐 아니라, 특히 생명공학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고 있어 생명공학자로서도 부와 명성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영역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명과학기술 내지 생명공학은 더 이상 순수한 학문의 영역으로만 머물러 있지 아니하고 경제주의, 국가 경쟁력 강화 정책 등과 결합하여 막강한 권력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생명공학이 순수한 이론으로서의 학문의 영역으로만 머물러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목전의 이익이나 성과에 치우쳐 근시안적 시각에서 무모한 도전을 감행할 위험이나 유혹이 심각하게 존재하는 상태에서, 생명과학기술 내지 생명공학 연구의 자유는 순수한 학문 연구의 자유와 동일시하기도 어렵습니다.14)
 
  (2) 한편 학문 연구의 자유라는 범주에서 가정적으로 살펴보더라도, 학문 연구의 자유는 내재적 한계와 외부적 제한이 있습니다.  인간배아 연구(실험)의 경우를 보면, 생명체를 대상으로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에 관한 침해를 연구자가 감행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대상이나 방법의 당위성이 학문적으로 논증되거나 통제된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학문 연구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에 해당합니다. 또한 헌법적 공공의 안녕질서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로서 연구의 자유의 외부적 제한 사유 또한 있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배아 실험의 자유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15)


 마. 국제적 동향에 관하여

 유엔 총회가 2005. 3. 8. 치료 목적을 포함한 일체의 복제 연구를 금지하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하는16) 등 배아 실험을 금지하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적 경향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 반대편에서 법적으로 배아 실험을 서둘러 허용하고 나선 것은 무지하거나 무모한 입법정책이 아닐 수 없고, 국제 사회에서 인권과 관련하여 앞으로 외교적 문제도 우려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는 것은, 흔히들 영국의 경우 배아 실험을 세계 최초로 허용한 국가로서 배아 실험에 있어 진보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 하나, 이는 오해로 인한 것이라는 점입니다.17) 즉 추상적 법률에 위한 규범통제 보다는 구체적 사안에 대한 심사통제 방법을 취하고 있는 영국법체계 내에서 살펴볼 때, 영국의 배아보호 시스템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 다른 대륙법계 국가들과 비교하여 전혀 이완되어 있지 않습니다.
 영국은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 등 특정한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에 관한 허용 규정이 있으나, 인간수정및배아관리국(HFEA, Human Fertilization and Embryology Authority) 심사위원회의 전원일치에 의한 허가가 필요하며 또한 심사가 매우 보수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현실적으로는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위 관리국의 심사위원들은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리, 자연과학자들이나 산업계 등 인사들이 배제되고 거의 대부분 종교계와 철학자, 윤리학자로 구성되어 있는 점 등에서 배아 실험의 허용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장관 7인, 생명과학계 또는 의과학계 인사 7인, 그 외 인문사회과학계와 시민단체 인사 7인으로 구성되는데(제7조 제3항), 국가경쟁력이 우선인 정부의 장관들과 생명공학적 사고가 우선인 생명공학 관련자들이 이미 위원회 구성의 3분의 2가 된 상태에서 생명윤리를 구현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5.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대안

 가. 헌법상 최고 근본규범인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 보호를 위한 생명윤리적 성찰과 법적 규제는 생명공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닙니다. 생명 자체를 수단으로 하거나 생명을 조작하는 등의 연구나 실험에 대한 윤리적 숙고나 법적 규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 인류의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함인 것입니다.18) 생명공학계의 책임윤리를 촉구하며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하여 생명공학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나. 여기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대안을 논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 대안의 하나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입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배아가 아니라 성인의 골수, 신경, 지방 등 신체의 일부나 제대혈(탯줄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입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무엇보다도 생명윤리적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생명윤리적 문제가 없다는 윤리적 특징을 논외로 하고 과학기술적으로만 보더라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이미 임상적으로 적용되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고, 둘째, 배아줄기세포보다 다양한 공급원을 가지고 있으며, 셋째, 분화능력이 무한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예상외의 기형종과 같은 종양이나 유전자 발현의 불안정성이 없고, 넷째, 특히 제대혈로부터 추출하는 줄기세포는 뼈, 연골, 지방, 신경, 근육 세포 등으로 분화할 수 있어 다양한 분화능력도 확인되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19)

 다. 신경, 지방 등에서 분리하는 일반적인 성체줄기세포의 단점으로는 나이가 많아지면 줄기세포의 개수가 감소하여 채취가 어렵고 분열능과 분화능이 저하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성체줄기세포의 단점으로 인식되었던, 낮은 분열능과 분화능, 채취의 어려움 등이 제대혈 줄기세포를 비롯한 여러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최근 연구에 의하여 해결됨으로써, 그동안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필요성으로 주장되었던 것들이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20)
 예컨대 제대혈 줄기세포는, 탯줄 혈액에 풍부하게 있어 채취가 용이하고, 오랜 기간 배양이 가능하며, 긴 텔로미어(Telomere)를 가지고 있고, 이식에 대한 낮은 거부반응과 면역관용효과가 있으며, 분열능의 손실 없이 냉동보관이 가능하고, 해동 후에 사용할 수 있으며, 다량의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고, 전혀 고통 없이 채취할 수 있으며, 탯줄은행에 여러 사람의 줄기세포를 미리 조직적 합성 검사 후에 저장하여 놓으면, 응급시에 사용할 수 있고, 특히 분열능과 분화능이 뛰어납니다.

 라. 미국의 웰던 국회의원이 2004년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배아줄기세포로는 암발생과 유전자발현의 불안정성 때문에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은 엄두도 못 내고 전무하며, 동물실험단계도 극소수에 한정되어 있는데(예컨대 쥐의 파킨슨병 경우 50%가 약간 좋아지고 20%는 뇌종양으로 죽음) 반하여, 성체줄기세포로는 파킨슨병, 연골손상, 소경, 전신성홍반성낭창, 다발성경하증, 류머티즘성관절염, 심한 복합면역결핍증, 암(백혈병, 신세포암, 신경아세포증, 림프종 등), 겸상적혈구빈혈증, 척수손상, 간장병 등 60종 이상의 병을 이미 치료하고 있고, 약 300종의 병에 대하여는 임상실험 중에 있습니다.21)
 인디아나주립대학교 생명과학 교수인 David A. Prentice의 연구에 의하여 미국 대통령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작성한 2004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아래와 같이 65종의 병에 대하여 이미 성체줄기세포에 의한 치료효과가 학술지에 의하여 공인되었습니다. 22)


성체줄기세포에 의하여 치료효과를 나타낸 질병들
Cancers(암)
1. Brain Cancer(뇌종양)
2. Retinoblastoma(망막모세포종)
3. Ovarian Cancer(난소암)
4. Skin Cancer: Merkel Cell Carcinoma(피부암)
5. Testicular Cancer(고환암)
6. Tumors abdominal organs Lymphoma(복부림프종)
7. Non-Hodgkin lymphoma(비호지킨림프종)
8. Hodgkin Lymphoma(호지킨림프종)
9. Acute Lymphoblastic Leukemia(급성림프모구 백혈병)
10. Acute Myelogenous Leukemia(급성골수 백혈병)
11. Chronic Myelogenous Leukemia(만성골수 백혈병)
12. Juvenile Myelomonocytic Leukemia(소아골수단백구 백혈병)
13. Cancer of the lymph nodes: Angioimmunoblastic Lymphadenopathy(혈관      면역모세포림프절병증)
14. Multiple Myeloma(다발골수종)
15. Myelodysplasia(척수형성이상)
16. Breast Cancer(유방암)
17. Neuroblastoma(신경모세포종)
18. Renal Cell Carcinoma(신장세포암)
19. Various Solid Tumors(고형종양)
20. Soft Tissue Sarcoma(연조직육종)
21. Waldenstrom macroglobulinemia(왈렌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
22. Hemophagocytic lymphohistiocytosis(혈구포식 림프조직구증)
23. POEMS syndrome(POEMS 증후군)

Auto-Immune Diseases(자가면역질환)
24. Multiple Sclerosis(다발경화증)
25. Crohn's Disease(크론병)
26. Scleromyxedema(경화점액부종)
27. Scleroderma(피부경화증)
28. Rheumatoid Arthritis(류마티스관절염)
29. Juvenile Arthritis(소아관절염)
30. Systemic Lupus(전신성루프스)
31. Polychondritis(다발연골염)
32. Sjogren's Syndrome(쇠그렌증후군)
33. Behcet's Disease(베체트병)
34. Myasthenia(근육무력증)
35. Autoimmune Cytopenia(자가면역혈구감소증)
36. Systemic vasculitis(전신혈관염)
37. Alopecia universalis(전체 탈모증)
Cardiovascular(심장혈관)
38. Heart damage(심장손상)

Ocular(시각)
39. Corneal regeneration(각막재생)

Immunodeficiencies(면역결핍)
40. X-Linked hyper immunoglobuline-M Syndrome(X염색체연관 고면역글로불      린M 증후군)
41. 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 Syndrome(심한 복합면역결핍증후군)
42. X-linked lymphoproliferative syndrome(X염색체연관 림프세포증식증후군)

Neural Degenerative Diseases/Injuries(퇴행성신경증/손상)
43. Parkinson disease(파킨슨병)
44. Spinal cord injury(척수외상)
45. Stroke damage(뇌졸증)

Anemias/Blood Conditions(빈혈/혈액상태)
46. Sickle cell anemia(겸상적혈구빈혈증)
47. Sideroblastic anemia(철적모구빈혈)
48. Aplastic Anemia(재생불량성빈혈)
49. Amegakaryocytic Thrombocytopenia(무거대핵세포저혈소판증)
50. Chronic Epstein-Barr Infection(만성Epstein-Barr 감염)
51. Fanconi's Anemia(Fanconi's 빈혈증)
52. Diamond Blackfan Anemia(Diamond Blackfan 빈혈증)
53. Thalassemia Major(지중해빈혈)
54. Red cell aplasia (적혈구무형성)
55. Primary Amyloidosis(원발아밀로이드증)

Wounds/Injuries(외상)
56. Limb gangrene(사지괴저)
57. Surface wound healing(외상치료)
58. Jawbone replacement(턱뼈치환)
59. Skull bone repair((두개골복원)

Other Metabolic Disorders(대사장애)
60. Osteogenesis imperfecta(골혈성부전증)
61. Sandhoff disease(Sandhoff 병)
62. Hurler syndrome(Hurler 증후군)
63. Krabbe Leukodystrophy(크라베 백색질장애)
64. Osteopetrosis(골화석증)
65. Cerebral X-linked adrenoleukodystrophy(X염색체연관 대뇌부신백질이영양증)


 마.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생명윤리적 문제가 심각할 뿐 아니라 난치병 등 치료를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며, 난치병 등 치료에 과연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생명윤리적 문제가 전혀 없고, 치료 전망이 훨씬 밝고 실효적인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난치병 등 치료를 앞당길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치병 등 치료를 위하여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꼭 하여야 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배아줄기세포에 의한 난치병 치료가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환자와 국민을 우롱하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소홀히 한 채 23)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환호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생명공학적 현실과 정부 정책은, 생명윤리에 관한 무지와 무모함, 배아 줄기세포 연구 효과의 과대 포장으로 인한 장밋빛 환상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6. 맺음말
  가. 생명윤리법은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배아줄기세포 연구 관련 규정들을 비롯하여 반(反)생명윤리적인 규정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종래 생명윤리에 입각한 시민 여론이나 연구결과에 대하여는 생명공학 육성 정책에 맞지 아니하다고 백안시하고 반면 생명공학의 연구결과에 대하여는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정책태도 하에서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정부의 밀실적 심사단계마다 계속 추가로 반영되면서 생명윤리적 입장은 더욱더 경시되고 왜곡된 결과이며, 경제주의와 과학기술주의가 공리주의를 교묘하게 업은 채24) 생명윤리보다 우월적으로 입법에 반영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배아줄기세포 연구 관련 규정들을 비롯한 생명윤리 침해 규정들은 조속히 개폐되거나 헌법적 판단을 통하여 무효화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생명윤리법이 그야말로 법률 명칭에 걸맞게 첨단 생명공학으로 인한 위험요소에 대하여 생명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나. 생명윤리 존중 입장은 거시적으로 볼 때 생명공학 육성 정책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보장합니다. 당국자는 더 이상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과대 포장하여 환자와 국민을 우롱하거나 여론을 호도하는 태도를 버리고,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여 생명윤리 존중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 한편, 사회지도층과 지식인들은 우리 사회의 생명윤리에 관한 관심과 의식 수준을 고양하기 위하여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법치주의 시대에 있어서 법에 관한 무지가 변명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공학 시대에 있어서는 생명윤리에 관한 무지가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생명공학 시대에 있어서 생명공학은 생명공학자들만의 것이 아니고 생명공학의 결과물과 위험요소는 우리 모두에게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끼치므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첨단 생명공학의 실상과 위험요소에 관하여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인 생명윤리 교육과 홍보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고 생명공학의 생명윤리적 문제에 관하여 국민적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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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첨단 생명공학 분야에 있어서는, 지향하는 목적이나 가치를 위하여 실상을 호도하려는 의도적인 용어 사용례가 많습니다. 예컨대 배아의 생명현상에 개입하는 행위에 관하여 보면, 동일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배아 연구, 배아 실험, 배아 사용, 배아 이용, 배아줄기세포 연구, 배아줄기세포 추출(분리), 배아 파괴, 배아 살해 등 여러 가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2.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생명윤리에 관한 법규범을 가리키는 의미로 ‘생명법’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 용어는 2003. 1. 28.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생명법연구회’라는 모임의 명칭으로 채택된 바 있습니다.
 3.생명윤리법은 2005. 1. 1. 전면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에, 일부 규정들 즉, 인간복제의 금지에 관한 규정, 이종 간의 착상 등 금지에 관한 규정, 및 위 각 규정을 위반한 행위 등에 대한 벌칙 규정들은 2004. 1. 29. 공포된 날부터 먼저 시행되었습니다(법 부칙 제1항).
 4. 수정 이후의 과정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하는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고, 한편 개체에 따라서는 발생학적 진행의 시차도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선을 그어 그 전후를 물질과 생명으로 구별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합니다. 그런데 수정 후 약 14일이 지나면 원시선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에 착안하여, 수정 후 14일 이내의 기간에 있는 배아를 ‘전배아(Pre-embryo)’라고 부르면서, 이른바 전배아에 대한 실험의 자유를 주장하는 견해가 있는데, ‘전배아’라는 용어는 수정 후 14일 이내의 배아를 실험 소재로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도적 용어 사용례입니다. 그러나 수정 후 14일 이내이더라도 수정 후 14일 이후의 배아와 동일한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배아’인 것입니다.
 5. 김일수, “생명윤리법안의 문제점”, 「인간배아복제와 생명윤리법」세미나(2004. 10. 21.) 자료집, 신앙세계, 2004, 23면.
 6.2002. 9.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과 2003. 4.의 보건복지부 확정안은 공통적으로, 제10조 제1항에서 ‘누구든지 인간개체를 복제할 목적으로 배아, 태아, 살아있는 자, 뇌사자 또는 사망한 자의 체세포를 이용하여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체세포핵이식에 의해 배아를 만드는 행위, 2. 체세포핵이식에 의해 만들어진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 3.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자궁에 착상된 배아에 대한 임신을 진행하거나 출산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7.이 유전자재조합실험지침은, 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에 대비하고 생물다양성협약 가입에 따른 조치와 관련하여 1995. 1. 5.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시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이전, 취득, 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규정(제15조 제2항 후단)이 추가된 후, 1997. 4. 22. 비로소 작성된 것입니다. 그나마 이 실험지침은 이를 위반하더라도 법적 제재력이 없는 지침에 불과하다는 점 등에서 실질적인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지 못하여 왔습니다. 박은정, 「생명공학시대의 법과 윤리」,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1, 173-174면.
 8. 생명공학육성법 제2조는, 개정 전에 ‘이 법에서 생명공학이라 함은 산업적으로 유용한 생산물을 만들거나 생산공정을 개선할 목적으로 생물학적 시스템, 생체, 유전체 또는 그들로부터 유래하는 물질을 연구 ․ 활용하는 학문과 기술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위 개정을 통하여 ‘이 법에서 생명공학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학문과 기술을 말한다. 1. <개정 전 제2조 내용과 같음>  2. 생명현상의 기전(起傳), 질병의 원인 또는 발병과정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생명공학의 원천지식을 제공하는 생리학 ․ 병리학 ․ 약리학 등의 학문(이하 기초의과학이라 한다)’으로 변경되었습니다.
 9.신동일, 「배아보호를 위한 형사정책」,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3, 122면.
10.자세한 것은 조덕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법정책적 문제점”, 「시민과 변호사」통권135호(2005년 4월호), 서울지방변호사회, 2005. 4, 54-59면; 박은정, 전게서 171-175, 193-212면; 「바람직한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위한 생명윤리자문위원회 활동 보고서」,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 2001. 8.; 「정책보고서 2001-09 생명과학관련 국민보건안전 ․ 윤리 확보를 위한 정책개발 및 인프라 구축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1. 10.; 법률정보시스템 자료 및 의안정보시스템 자료; 보건복지부 법령모음집 자료 등 참조.
11. 국회는 국회대안이라면서도 기존의 다른 법률안들을 종합적으로 대안에 반영한 바도 없고, 국회대안에 대하여 심의를 실제상 제대로 한 바 없으며, 심지어는 정부안의 잘못된 문언 표기까지도 그대로 옮겨 사용하였습니다(예컨대 제51조 제2항의 “ .......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눈 규정과 제 52조의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 참조).
12.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는 1999. 9. 13. 시민패널보고서를 통하여 생명의 시작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의료계를 비롯한 자연과학계에서는 수정 후 14일을 전후로 하여 생명의 출발시기를 정하는 것이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발생과정을 인위적으로 구분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종교 ․ 윤리학적 입장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들 역시 이 문제를 중요한 쟁점사항으로 다루었으며 16명 중에 14명은 많은 논란 끝에 수정 후부터 인간의 모든 가능성을 내포한 세포의 분열이 시작되므로 수정란이 형성된 직후를 인간 생명의 출발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데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2명은 14일 이후부터 생명으로 본다는 의견을 나타냈다.”「생명복제기술 합의회의 시민패널 보고서」유네스코 한국위원회, 1999. 9. 13. 참조.
13. 노영상, 「기독교생명윤리개론」, 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 2004, 19-20면.
14.이와 관련하여 일반적 학문 연구의 자유와 과학기술 연구의 자유를 구분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박은정, 전게서 341면. 
15.같은 취지; 장보식, “인간배아복제에 대한 법적 검토”, 「인간배아복제와 생명윤리」세미나(2004. 5. 18.) 자료집, 생명윤리사역연구회, 51-52면.
16. 중앙일보 2005. 3. 10.자, 2면 등 참조.
17. 자세한 것은 신동일, 전게서, 61-109면 참조.
18.김형민, “인체 관련 생명공학기업의 윤리”, 「생명공학과 사회윤리」심포지엄(2002. 12. 7.) 자료집, 성산생명의료윤리연구소 ․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 2002, 77면.
19. 자세한 것은, 강경선, “줄기세포연구의 문제점과 대안”, 전게 「인간배아복제와 생명윤리법」세미나 자료집, 31-38면 참조.
20.자세한 것은, 이승구, “인간 줄기 세포 연구의 현황과 기독교적 반응”, 「통합연구」18권 2호,  통합연구학회, 2005. 11. 발간 예정;  길원평, “배아복제와 생명윤리에 대한 전반적 고찰”, 「인간배아복제와 생명윤리」세미나(2005. 9. 9.) 자료집, 배아복제를 반대하는 과학자모임,  2005, 13-15면 참조.
21.미국 웰덴 하원의원의 홈페이지(http://weldon.house.gov/) 참조
22.Prentice, D., "Adult Stem Cells" Appendix K in Monitoring Stem Cell Research: A Report of the President's Council on Bioethics (Washington, DC: Government Printing Office, 2004), pp309-346.
23. 생명윤리법은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위하여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으나(법 제 45조), 이를 ‘지원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개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24.그 결합의 실상은 경우에 따라서는 교묘한 형태로 숨어 있기도 하여 법률 명칭이나 조문 형식과 같은 외양만 일별하면 잘 보이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가 기본적인 과학 지식만 가지고 있다면, 법률의 실질적 내용이 생명윤리에 반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러하지 아니한 양 법체계나 문언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경우 이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작성자 : 강경선 2015-06-12 14:30:45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 있어서 희망과 전망(2005. 10. 17.)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 있어서 희망과 전망




제2회 목회자를 위한 생명윤리세미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생명윤리"
강경선(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

발표일: 2005. 10. 17.



  오늘날 생명공학의 발달은 과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생물학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에서 개체가 발생하려면 반드시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만 개체 즉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겨 왔다. 그러나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 기존의 생각의 틀을 깨는 역사가 시작되었다. 즉 정자와 난자가 만나지 않아도 개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심지어 얼마 전 일본의 과학자는 체세포복제를 하지 않고 단지 난자만을 이용해서 쥐의 개체발생을 시도하여 성공한 바 있다.



줄기세포란 끊임없는 자기재생 능력과 신체 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예를 들어 파충류인 도마뱀은 꼬리가 잘려도 수일 이내에 같은 모양과 기능을 가진 조직으로 재생(regeneration)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이 도마뱀의 생체 내에서 벌어지는 재생의 신비는 도마뱀의 피부와 조직 내에 존재하는 줄기세포(stem cell) 때문이다. 인체 내의 줄기세포에 대해서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손상된 뇌, 간, 심장, 췌장 등을 원래 조직으로 재건 또는 복구하는 재생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에 적용하는 예가 보고되고 있다.



줄기세포의 종류

줄기세포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배아의 발생과정 중 배반포기에 내부세포괴를 추출하여 키우는 방법, 두번째는 태아의 생식세포를 이용하는 방법, 세번째는 돌리와 같이 체세포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집어넣어 배반포기를 만들어 내부세포괴를 얻는 방법으로, 이들 방법은 초기의 배아나 태아 및 난자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네번째 방법으로는 성인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이다. 즉 고전적인 방법인 골수세포를 추출하는 것과 같이 뇌를 포함한 자기재생 능력이 있는 성인 장기의 일부조직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성체줄기세포는 ‘성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기재생(self-renewal) 기능과 자기유지(self-maintenance) 기능 및 다분화능을 보이는 성체의 모든 장기로부터의 세포’로 정의된다. 혹자는 골수와 제대혈은 성체줄기세포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하나, 이것도 성인의 몸에서 얻어진 세포이므로 성체줄기세포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는 뼈, 연골, 지방, 신경, 근육 세포 등으로 분화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어 그 유용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를 위한 희망과 전망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술은 기술적 또는 과학적으로 아직까지도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술은 이미 선진국들에서 임상적으로 시도되어 어느 정도 가시적인 결과들을 얻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공급원을 가진 성체줄기세포야 말로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세포치료제 개발 및 난치병치료에 최적인 것이다.
하나님은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반하지도 않는 ‘성체줄기세포’를 난치병치료를 위해 주신 것이다.
특히 태아를 만들어 내는 생명 줄인 제대(臍帶)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만 부산물로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져 분만 후 그 역할이 끝나 폐기처분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쓸모없는 제대 내에 다량의 줄기세포가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진 이후에는 제대야말로 신이 우리에게 주신 또 다른 선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계 각 언론의 보도 등을 보면 이미 제대혈을 이용한 임상적 시험을 통해 난치병 및 희귀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도들이 이루어져 좋은 성과들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제대혈로부터의 줄기세포나 성인의 몸에서 얻어진 자가성 성체줄기세포는 생명을 파괴하는 것도 아니고, 윤리적인 문제도 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실험이 아직까지 요원한 현시점에서 이미 임상적으로 제대혈을 포함하여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의 가능성들이 제시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앞으로 개인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수혈을 통한 혈액은행처럼 산모로부터 공여제대혈을 활용한 제대혈은행의 창출은 앞으로 난치병 등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배아줄기세포의 대안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따라서 사고 등으로 고통받는 많은 척추손상 환자,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뿐 아니라 성체줄기세포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난치병 치료의 보고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치료용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 배아복제기술이 꼭 선행될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2005년 10월 가톨릭교계에서 성체줄기세포연구 지원을 위한 100억원을 모금하여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생명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식으로 가동에 들어 간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개신교에서도 생명윤리적 타당성을 가진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재정 지원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연구자의 한사람으로 또한 고무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작성자 : 이상원 2015-06-12 11:25:48
반짝이는 모든 것이 다 금은 아니다 - 배아줄기세포추출과정에 대한 성경적/윤리적 반성 - (2005. 6. 7.)

 

반짝이는 모든 것이 다 금은 아니다

- 배아줄기세포추출과정에 대한 성경적/윤리적 반성 -



이상원(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교수)

2005. 6. 7. 대전 카이스트교회 심포지엄 발표

발표일 : 2005. 06. 07.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사람의 체세포와 사람의 난자를 융합하여 만든 배아로부터 11종류의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실험에 성공을 거둔 H씨의 실험성공소식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H씨의 연구팀은 타임지의 표지모델로 선정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조명을 받고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세계적인 과학자들과 국가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윤리적 정당성이 자동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독교윤리적인 관점에서 배아줄기세포추출을 바라볼 때 오래된 격언 하나가 이럴 때를 위해서 준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반짝인다고 해서 다 금은 아니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아마도 기독교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번 해도 크게 욕을 먹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세상나라의 신문과 하나님 나라의 신문의 톱기사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신문들과 미디어에서는 배아줄기세포추출성공이 환영받는 톱뉴스로 보도되고 있지만, 하나님 나라에도 신문과 미디어가 있다면 다음과 같은 뉴스가 환영받는 톱뉴스로 보도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생명윤리관련인사들이 잉여배아실험을 허용하고 있는 한국의 생명윤리안전법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가? H씨는 배아줄기세포추출작업이 윤리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지만, 저의 판단으로는 H씨의 연구작업은 윤리적 반성을 외면하고 진행해온 과학적 연구의 대표적인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H씨가 진행한 배아줄기세포추출과정에 수반되는 윤리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배아줄기세포추출방식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점은 줄기세포추출과정에서 배아파괴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배아줄기세포추출방식에 대한 대다수의 생명공학자들과 기독교계의 평가가 갈리는 지점이 바로 이곳입니다. 다수의 생명공학자들은 수정 후 14일째 되는 시점에, 곧 원시선이 감지되는 시점부터 독립된 인간생명체로 보아야 한다는 이론을 펴고 있고, 기독교생명윤리에서는 수정순간부터 독립된 인간생명체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만일 수정순간부터 독립된 인간생명체로 본다면 배아파괴를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배아줄기세포추출과정은 인간생명체를 죽이는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가 됩니다. 배아를 인간으로 보기 시작하면 배아줄기세포추출방식을 통하여 아무리 뛰어난 난치병치료를 위한 획기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을 죽이고 얻은 결과물을 가지고 질병치료에 임하는 엽기적인 행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수정 후 14일째 되는 시점을 인간생명체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수정순간부터 인간생명체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봐야 하는가? 어떤 시점이 인간생명체가 존재하기 시작하는 순간인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시점 이전과 이후가 철저하게 불연속적이라야 합니다. 불연속성이라는 특징에 있어서 원시선출현시점과 수정이 이루어지는 시점을 비교하면 수정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탁월합니다. 원시선이란 자궁 속에서 자라는 아기의 등뼈가 검은 선의 모습으로 감지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원시선의 가시화는 그 이전과 이후를 서로 다른 실재로 파악해야 할 만큼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척추는 14일경 이전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다가 14일경이 되었을 때 비로소 처음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점진적으로 자라나다가 14일 무렵에 가시화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원시선은 자궁속의 아기가 연속적으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에서 척삭이나, 신경관이나, 신경모 등이 형성되면서 보다 복잡한 구조를 갖추어가기 시작한다는 “한시적인 표지”(a temporary signpost)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시선을 근거로 하여 이전과 이후를 불연속적으로 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시선은 점점 작아지다가 수정 후 3-4주경이 되면 아예 없어져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생명공학자들이 원시선설을 고집하는 것은 14일 이전의 배아를 실험대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태도는 과학적인 태도도 아니고, 정직하지도 못한 태도라고 판단됩니다.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두 가지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생명체가 존재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첫째는 신체의 구성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신체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세포가 분열을 하고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수정란이 형성되기 이전에 존재하는 정자나 난자는 아무리 좋은 배양환경을 만들어 주어도 세포분열도 못하고 단백질을 생성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수정이 이루어지면 배양환경만 조성되면 그 시점부터 세포분열과 단백질생성을 하면서 자라납니다. 수정이전과 이후의 유전학적 변화도 불연속성을 뒷받침합니다. 정자와 난자가 생성될 때부터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까지 모계에서 온 염색체들과 부계에서 온 염색체들 사이에서 유전자변환과 유전자 재조합을 거치면서 유전자구성이 달라집니다. 수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수정란의 염색체의 구성이 정자나 난자의 염색체구성과는 다른 구성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일단 수정란이 형성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평생 동안 염색체 구성이 유지됩니다. 유전자구성으로 볼 때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이외에는 어떤 시점도 불연속성을 말할 수가 없습니다.

둘째로 독립된 인간생명체의 존재는 신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체 안에 영혼이 실재할 때 비로소 인격을 가진 생명체가 됩니다. 그러면 영혼은 어느 시점에 들어오는가? 수정 후 14일인가? 아니면 수정순간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성경적인 근거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선 창세기2장7절을 읽겠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이 본문에 따르면 인간의 창조가 두 단계로 진행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먼저 흙으로 사람의 신체를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흙으로 만들어진 신체만으로는 아직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두 번째 단계로 생기를 흙으로 된 신체에 불어 넣으셨습니다. 생기는 영을 말합니다. 스가랴12장1절에 있는 “여호와 곧 하늘을 펴시며 땅의 터를 세우시며 사람 안에 심령을 지으신 자가”라는 말씀은 모든 인간의 영혼을 하나님이 창조하셨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영혼을 창조하신 후에 흙으로 만들어져 있는 아담에게 넣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생령이 되었습니다. 생령이라는 말은 살아있는 인격체라는 뜻입니다. 산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살아있는 한 사람의 인격적 주체로서의 생명이 시작된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인간이 독립된 인격적 주체로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은 영혼에 신체 안에 들어올 때부터입니다.

그러면 영혼이 어느 시점에 신체 안에 들어오느냐? 창세기2장7절 말씀이 이 질문에 대하여 줄 수 있는 답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담과 하와의 신체가 창조된 방식과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이 창조된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담의 경우에는 하나님이 직접 신체를 만드셨고, 아담에게 영혼이 들어갈 때는 아담은 이미 다 자란 성인의 신체였음이 분명합니다. 이 점은 하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 이후에 등장하는 모든 인류는 신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담과 하와의 경우와는 다릅니다.

우선, 아담과 하와 이후의 모든 인간들은 하나님이 직접 창조하지 않습니다. 아담과 하와 이후의 모든 인류의 경우에는 하나님이 부모와 협력하시면서 신체의 창조가 이루어집니다. 남녀간의 생식활동과 생물학적 발생과정을 통하여 수십년간에 걸쳐서 신체가 형성됩니다. 그러면 이 긴 형성과정 중에서 영혼은 언제 신체에 들어오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담과 하와의 경우를 아담과 하와 이후의 인류에게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아담과 하와 이후의 인간들의 신체 안에 언제 영혼이 들어오는가에 대하여 직접적인 답변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성경에 근거해서는 이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도 얻어낼 수 없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은 직접적인 답변을 주지는 않지만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의 입장을 정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몇 군데의 성경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시편51편5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죄악 중에 출생하였음이여 모친이 죄 중에 나를 잉태하였나이다.” 또 시편139편13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주께서 내 장부를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조직하셨나이다.” 이 두 본문들을 보면 아기가 자궁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다 나옵니다. 이 본문들은 자궁속의 아기의 상태를 잉태, 조직, 출생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자궁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당시에 잉태라는 말을 썼을 때는 정자가 자궁 속으로 들어가 난자를 만나 자궁에 착상하는 과정 전체를 두루뭉실하게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직은 착상된 아기에게서 세포가 분화되어 각종 장기가 형성되는 발생의 과정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고, 출생은 다 자란 태아가 출산하는 때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편이 말하는 잉태, 조직, 출생은 뱃속에 있는 아기의 전 과정을 가리킵니다. 이 기간동안 다윗은 자신의 상태를 가리켜서 “나”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히브리어에서 “나”라는 표현은 살아있는 인격적 주체에게만 적용되는 표현입니다. 살아있는 인격적 주체라 함은 곧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잉태 이후 출산에 이르기까지 자궁 속에 있는 생명체가 영혼을 가진 인격적 주체인 “나”가 되려면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에는 영혼이 들어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시편에 나타난 이와 같은 생각을 더욱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본문은 누가복음에 있는 두 곳의 본문들입니다. 세례요한의 출생과정을 보도하고 있는 누가복음1장41,44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함을 들으매 아이가 복중에서 뛰노는지라...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 누가복음은 당대의 의사였던 누가가 기록한 복음인데, 누가 의사는 뱃속에 있는 태아를 가리켜서 “아이”라고 호칭합니다. 아이라는 말도 역시 살아있는 인격적 주체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또한 아기 예수님의 출생기록을 보도하고 있는 누가복음1장46절과 47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마리아가 가로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마리아는 태중에 있는 아기 예수님을 “주님”으로, “내 구주 하나님”으로 호칭하였습니다. 만일 뱃속에 있는 태아가 살아있는 인격적 주체가 아니라 마리아의 신체에 속한 세포나 장기 가운데 하나라면 마리아가 자기의 세포나 장기를 향하여 주님이라고 부르고 구주 하나님이라고 불렀다는 말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마리아는 정신병자가 되고 맙니다. 로마 가톨릭교에서 성모로까지 높임을 받고 있는 마리아가 정신병자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이상의 성경본문들에 대한 해석에 근거하여 생각해 볼 때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영혼은 수정란이 형성되는 바로 그 시점에 인간의 신체 안에 들어온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신체의 구성상으로 볼 때나 영혼이 신체에 들어오는 시점으로 볼 때나 수정순간이 인간생명체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추출은 인간생명체를 죽이는 방법을 통하여 난치병치료를 시도하는 행위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동과 난치병 치료를 향한 먼 여정의 발걸음 하나를 앞으로 내디딘다는 행동을 천칭에 올려놓고 무게를 달았을 때 후자는 결코 전자의 무게를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기독교생명윤리의 판단입니다. 그것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비윤리적 행위의 전형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예수님의 말씀(마10:26;막8:36)이 이 판단을 강력하게 뒷받침해 줍니다. 한 사람의 목숨이 천하 곧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축복 보다 더 무거운 것이라면, 난치병치료를 향한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이라는 가치가 사람의 목숨의 가치를 능가할 수 없습니다.


또한 배아줄기세포추출행위는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라는 마태복음7장12절 말씀에 나타난 기독교윤리의 대강령 가운데 하나인 황금률을 범하는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서 H씨도 배아의 단계를 거쳐서 인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H씨가 배아상태에 있을 때 어느 생명공학자가 “이 배아는 인간으로 볼 수 없으니까 할구분할하여 줄기세포나 추출하자”라고 한다면 H씨는 허용하겠느냐라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배아상태에 있을 때는 그 배아는 파괴해서는 안되고 다른 사람이 배아상태에 있을 때는 파괴해도 된다는 발상은 황금률을 정면으로 어기는 비윤리적 행위입니다.


저는 배아줄기세포추출을 시도하는 생명공학자들에게서 마르크스주의의 망령을 발견합니다. 20세기 초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완전한 평등사회라는 유토피아적인 목표를 현실 속에서 실현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 목표는 평화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목표실현을 포기하거나 수정하든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목표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일종의 정신병적인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엄청난 인명을 살해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물론 세계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을 처절한 비극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이와 같은 광적인 폭력행사 때문에 20세기 초부터 100년에 이르는 긴 기간동안 세계인류가 당한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이제 생명공학자들에 의하여 21세기를 넘어서는 문턱에서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난치병의 완전한 정복이라는 불확실하고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미시적 차원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배아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배아줄기세포추출은 수많은 배아들의 무덤 위에서 피어나는 꽃입니다. 앞으로 계속되는 실험에서 얼마나 더 많은 배아들이 생명공학자들의 손에 희생당하게 될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마르크스주의가 시작된 지 100년이 지났을 때 마르크스주의가 인류에게 얼마나 심각한 고통을 안겨 주었는가를 비로소 알게 된 것처럼, 아마도 100년이 지나 22세기 문턱을 넘을 때가 되면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행했는지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아줄기세포추출은 배아조작을 피해갈 수가 없는데, 배아의 파괴 내지는 손상이 뒤따르기 마련인 배아조작은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행동이며, 하나님의 창조에 결함이 있어서 인간이 그 결함을 보완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하나님의 판단보다는 인간의 판단이 더 우월하다는 영적인 교만의 표현이기 때문에 중단되어야 합니다.

배아실험은 세포내의 DNA를 조작하는 것이며, 이는 곳 인간의 신체를 조작하는 것인데, 인간의 신체도 하나님의 형상인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에 따라 창조되었습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창1:27). 형상(첼렘)과 모양(데무트)은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 두 개의 동의어입니다. 이 본문은 타락하기 전의 인간을 묘사합니다. 그런데 이 본문을 잘 읽어 보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것이 사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사람이 곧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영혼과 신체를 포함하는 전인을 가리킵니다. 인간의 신체를 포함한 전인이 곧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타락한 이후의 인간을 묘사하고 있는 창세기9장6절을 보면 “무릇 사람의 피를 흘리면 사람이 그 피를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었음이니라.” 타락한 이후에도 하나님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도 역시 전인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이 두 구절을 종합할 때 타락 이전이나 타락 이후나 인간의 신체는 하나님의 형상의 일부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신체를 부당한 방법으로 훼손시키는 행위는 곧 하나님의 형상을 모독하는 행위가 됩니다.


인간이 타락한 이후에 타락의 영향이 DNA에까지도 미쳐서 DNA가 왜곡되고 병드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생명공학기술을 통하여 왜곡되고 병든 DNA를 치유하려는 시도는 치유의 부작용이 배아파괴로 연결되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가정 하에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겠으나, 왜곡되고 병든 DNA가 아닌 정상적인 DNA를 유전자조작을 통하여 교체함으로써 더 나은 인간과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우생학적인 시도는 하나님의 창조솜씨 보다는 인간의 솜씨가 우월하다는 영적인 교만의 소치입니다.


다음으로 배아줄기세포추출에 수반되는 배아파괴는 성경이 제시하고 있는 정의의 원리에 배치되기 때문에 금지되어야 합니다.

정의의 원리가 무엇입니까? 정의의 원리는 이사야서40장4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작은 산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않은 곳이 평탄케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 이 본문은 그대로 누가복음3장5절에 인용됩니다.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질 것이요.” 산과 골짜기의 비유에서 산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부유한 자, 권력을 가진 자, 재능이 있는 자, 건강한 자를 통칭합니다. 골짜기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골짜기는 가난한 자, 권력이 없는 자, 재능이 있는 자, 병든 자를 통칭합니다. 사회적 약자가 이 안에 포괄되어 있는데, 배아는 사회적 약자들 가운데 가장 밑바닥에 속해 있습니다. 배아에게는 자기 스스로 자기 생명을 지킬 힘이 전혀 없으며, 자기의 자율적 의사를 표현할 능력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산에게 자기 흙을 좀 내어 놓으라고 산의 희생을 요청하시며, 산이 희생하여 내어 놓은 흙을 가지고 골짜기를 메워서 골짜기를 높임으로써 산과 골짜기가 큰 갈등이 없이 지내는 것을 원하십니다. 이와 같은 정신은 나무의 대조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됩니다. “들의 모든 나무가 나 여호와는 높은 나무를 낮추고 낮은 나무를 높이며 푸른 나무를 말리우고 마른 나무를 무성케 하는 줄 알리라 나 여호와는 말하고 이루느니라”(겔17:24).


이와 같은 정의의 원리를 실현에 옮기기 위하여 하나님이 채택하시는 전략은 사회적 약자에게 편애적인 관심과 배려를 베푸시고 또한 그런 배려를 요청하시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자녀와 병들고 장애를 안고 있고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약한 자녀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부모는 두 자녀를 다 사랑합니다. 그러나 한 자녀는 산과 같은 높은 위치에서 잘 살고, 다른 한 자녀는 골짜기와 같은 질곡에서 비참한 삶을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이때 부모가 취하는 전략이 무엇입니까?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자녀에게 상당한 정도의 관심이 소홀히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병들고 장애를 안고 있는 자녀에게 집중적으로 사랑을 쏟아 붓는 것입니다. 그래야 어느 정도라도 균형이 잡힌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하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99마리의 건강한 양이 우리에 있고 한 마리가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을 때 어떤 정책을 취하십니까? 99마리를 그대로 놓아두고 한 마리의 양을 찾아서 들판을 뒤지고 다니십니다.

현대사회는 어떻게 합니까? 한 마리를 찾느라고 99마리를 방치하는 비효율적인 행위를 공리주의에 젖어 있는 현대사회는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한 마리를 무시해 버리고 99마리를 데리고 앞으로 갑니다. 생명공학이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 엄청난 공리적 혜택 앞에서 배아의 생명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향하신 길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라는 점을!


모세의 율법 안에는 이스라엘의 신정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실정법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실정법들은 전체적인 방향이 철저하게 이스라엘 사회 안에 있는 고아, 과부, 나그네, 이방인들, 전쟁포로들, 가난한 자들에 가해질 수 있는 억압을 최소화시키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이와 같은 입법의 방향은 99마리의 양을 우리에 놓아두고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하나님의 마음이 입법에 잘 반영된 것이요, 법철학의 터전이 바르게 놓인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기독교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하여 배아복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한국의 생명윤리안전법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위헌소송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소송으로서 기독교윤리의 역사상 매우 의미 있는 조치로 기록에 남게 될 것이며, 미래의 기독법조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한 사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선례가 될 것입니다. 이 소송은 99마리의 양을 우리에 두시고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 마음을 생명윤리와 법의 영역에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표현입니다. 이 소송 안에는 자기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자율적 의사표명권 조차도 행사할 수 없는 미약하기 이를 데 없는 연약한 인간을 향한 깊은 애정의 마음이 담겨 있으며, 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곧 이 땅을 정의로운 사회로 변혁시키기 위한 최전선에서의 투쟁이라는 소명의식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작성자 : 신원하 2015-06-11 16:25:59
배아줄기세포연구, 애국주의 그리고 기독교신앙(2005. 7. 20)

 

배아줄기세포연구, 애국주의 그리고 기독교신앙

 

신원하(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교수)

Young2080 QTzine 2005년 8월호 141-143면 게재

발표일 : 2005. 07. 20.


황우석 신드롬과 애국주의

황우석 박사의 “복제 배아줄기세포 추출 및 배양에 관한 연구” 논문이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뒤, 한국사회는 황우석 신드롬이라 할 만큼 엄청난 주목과 환영을 그에게 보냈습니다. 일종의 사회학적 분석 대상이 될 정도로 말이죠. 지금껏 연구비를 지원해 준 정부는 결국 국민적 영웅을 탄생시킨 것에 들떠 있고, 국민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해준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공계 학자들과 관련 학교들은 그를 자연과학자와 공학자의 미래 모델로 부각시키려고 애쓰고, 제약회사와 산업체들은 추가적인 경제적 실익을 계산하며 열렬히 환영하고 있습니다. ‘애국주의’ ‘선진산업’ ‘미래 국가경쟁력’ ‘국가자존심’ … 이 모든 것들이 사실 이번 연구 발표에 다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뜨거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 종교계와 생명윤리학자들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마치 분위기 파악도 못한 것처럼 말이죠. “도대체 윤리적으로 뭐가 문제지?” “종교계는 과학 진보에 발목을 잡고 딴지를 걸어야 하나?” “설사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쳐. 난치병이 획기적으로 극복될 수 있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잖아?” 심지어 기독인들조차 이런 생각들을 했을 법 합니다. 서울 대형 교회들의 64%가 이 연구에 찬성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도대체 뭐가 기독교 신앙과 도덕에 배치되는 문제인지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배아, 줄기세포, 체세포 복제배아

이 연구에는 반드시 ‘체세포 복제된 수정란과 배아’ 가 필요하고 줄기세포가 추출된 뒤 배아는 폐기됩니다. 이 연구의 윤리성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관건은 ‘체세포 복제된 배아’의 신분과 관련됩니다. 배아는 원래 인간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는 유성생식 방식으로 발생합니다. 또한 무성생식 방식으로 체세포 복제하여 만들어 지기도 합니다. 이 두 번째 방법은 최근 7-8년 사이에 과학기술의 진보로 가능해진 인위적인 발생 방법이지요. 그 방법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에서 핵을 추출한 뒤→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미세한 전기충격을 가하여 융합시켜 수정란을 발생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해서 수정란이 만들어지면 자동적으로 핵의 염색체 안에 있는 유전자에 새겨진 프로그램대로 세포분열을 계속하여 자라가고, 조직과 기관이 성숙하여 결국 인간 개체가 되는 것이지요. 보통 수정란이 생긴 후 14일째까지의 존재를 배아(또는 전배아)라고 하고, 그 이후 14일에서 56일 내외까지의 배아를 후배아라고 합니다. 그리고 각종 장기로 분화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배아 단계에 있는 세포군들을 줄기세포라고 합니다.


이 연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배아 특히 전배아를 일종의 세포덩어리로 봅니다. 여성의 자궁에 착상되어 개체로 발전될 모든 여건을 갖추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이 배아를 조작하고 연구하는 것은 세포덩어리를 실험실에서 조작하고 이용하는 것과 같기에 윤리적으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은 인간 생명의 시작은 수정 순간이고, 따라서 이미 세포 분열을 시작한 배아는 모체에 이식되기만 하면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든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엄연한 인간 생명이라고 주장합니다.



배아의 지위와 기독교신앙

일반적으로 개신교나 가톨릭에서는, 인간은 수정되는 순간 즉 모태에서 조성되고 조직되는 초기 단계부터 하나님이 아시고 돌보시는 사랑의 대상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시편의 기자는 초기의 배아나 지금의 자신이나 다 하나님이 알고 돌보시는 연속선에 있는 동일한 존재로 묘사한 바 있고, 구약성경은 복중에 잉태된 자는 복중에 짓기 이전에 이미 하나님의 아신 바 된 존재로 묘사하고 있습니다(렘 1:5). 그러기에 초기 배아라고 할지라도 조작하고 파기하는 행위는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의 생명을 해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제된 배아세포는 하나님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다르지 않은가?’ 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첫째, 먼저 체세포 복제된 인간배아를 만드는 것은 하나님이 의도하신 인간생명 창조에 역행하는 방식이기에 이 방식으로 인간수정란을 만드는 것은 반역행위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체세포 복제된 배아는 동일하게 인간 생명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배아는 여성의 자궁에 주입되어 착상되고 영양분만 공급받기만 하면 우리와 같이 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물론 발생확률, 생존률, 생존기간 등은 공식적으로 실험된 바가 없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긴 하나, 어쨌든 복제된 배아도 인간 생명체이기에 배아를 폐기하는 행위는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윤리적 문제

아무리 난치병 치료라는 고상한 목적을 갖는다 하더라도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인간 생명체를 발생시키고 그 생명체인 배아를 파괴하는 것은 비인륜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행위는 인간생명의 가치를 결과적으로 등급화하는 셈이 되고, 나아가 하위가치 생명은 상위가치 생명을 위해 희생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정당화하게 할 것입니다. 태아는 태어난 사람들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 치매 걸린 노인은 젊은이들보다 덜 가치 있는 존재로 보고, 은연중에 치매 노인이나 말기병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는 풍조를 낳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들도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태어났고 여전히 존엄한 존재입니다. 다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약한 자들일 뿐입니다. 배아 역시 이런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가장 연약한 존재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는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배아파괴를 피해가면서도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성체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성인의 골수와 탯줄혈액 등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이지요. 이 방법은 이미 연구가 상당히 진행되었고 실제로 임상 성과를 나타내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좀더 시간이 걸리고 어려울 뿐입니다. 그러나 비용이 더 들고 돌아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바른 길이라면 그 길을 가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정치경제논리에 휘둘릴지라도,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바이오산업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비기독교적인 시대정신을 간파하고, 그것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작성자 : 이상원 2015-06-11 16:24:15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신학적 성찰(2005. 10. 17)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신학적 성찰


 

 

제2회 목회자를 위한 생명윤리 세미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생명윤리"

발표일 : 2005. 10. 17.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신학적 성찰




I. 구약성경 레위기20장1-5절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0:1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20:2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또 이르라 무릇 그가 이스라엘 자손이든지 이스라엘에 우거한 타국인이든지 그 자식을 몰렉에게 주거든 반드시 죽이되 그 지방 사람이 돌로 칠 것이요 20:3 나도 그 사람에게 진노하여 그를 그 백성 중에서 끊으리니 이는 그가 그 자식을 몰렉에게 주어서 내 성소를 더럽히고 내 성호를 욕되게 하였음이라 20:4 그가 그 자식을 몰렉에게 주는 것을 그 지방 사람이 못 본 체하고 그를 죽이지 아니하면 20:5 내가 그 사람과 그 권속에게 진노하여 그와 무릇 그를 본받아 몰렉을 음란히 섬기는 모든 사람을 그 백성 중에서 끊으리라.” 이 본문은 구약시대 중근동지방에서 유행했던 우상숭배의 한 형태인 몰렉신숭배관습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를 담고 있다. 몰렉신숭배는 자녀를 제물로 바치고 그 댓가로 신의 축복을 얻어내려고 시도했던 종교였다. 이 관습은 매우 잔인하고 반인륜적이며 패역한 관습이었기 때문에 하나님은 이 관습에 빠진 사람들을 성소와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힌 범죄자들로 간주하여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하나님의 명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웃이 이런 관습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도 못본체 하고 눈감아 주면 그 사람도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들로부터 끊어 버리도록 명령하셨다.



II. 황우석교수라는 한 과학자가 한국의 윤리의식의 부재와 법망의 허술함을 틈타 기습적으로 진행시키고 발표한 배아줄기세포추출작업은 배아라는 학명으로 불리우는 작은 아기를 죽이고 그 댓가로서 줄기세포를 얻어내 난치병치료의 가능성을 조금 앞당겨 보려는 시도로서, 역시 수많은 배아를 파괴시키면서 진행되어 온 인공수정시술관행과 한해 200만건이상 보고되고 있는 낙태관행과 함께 현대 첨단의료기술을 이용하여 미시적 차원에서 진행된 현대판 몰렉신 숭배행위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구약시대때 몰렉신 숭배를 행한 사람들 자신들 뿐만 아니라 이 관행을 묵인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까지도 하나님이 진노하셨던 것처럼, 오늘날 배아라는 작은 아기가 무참히 살해당하는 현실을 보고서도 묵인한다면 묵인하는 우리들에게도 하나님은 분노하실 것이라는 점이다.



III.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물론 모든 의료인들 나아가서는 모든 인류가 힘을 모아서 추구해야 할 바른 목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난치병치료가 아무리 정당한 목표라 하더라도 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 한계란 난치병치료를 위하여 한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도덕률이다. 예컨대, 어떤 환자가 심장이 고장나서 회복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의료인들은 할 수만 있으면 이 환자의 심장을 치료해 줄 수 있는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이 환자의 심장병을 고치기 위하여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데려와서 그 사람의 심장을 꺼낸 후 이 심장을 환자의 심장에 이식시켜 이 환자를 살려낸다면, 이 행위를 정당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이 행위는 엽기적인 치료행위라고 비판받아야 하지 않는가? 오늘날 생명공학자들이 인간복제에 마음이 끌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나의 유전자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복제해 놓고 나의 장기가 병들었을 때 언제든지 나의 몸에 꼭 들어맞는 장기를 꺼내어 이식시켜 보자는 구상이 생명공학자들의 머릿속에 상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배아복제는 이미 인간복제의 초기단계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해서 질병치료를 시도하다 안되면 인간복제로 나가자고 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마태복음16장26절 말씀을 음미해 보아야 한다. “16:26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 이 말씀에서 “천하”란 현세 안에서 취득하고 향유할 수 있는 모든 축복의 총체를 의미하며, 이 단어 안에는 난치병 치료라는 축복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관점은 “천하”라는 축복과 “한 사람의 목숨”이라는 가치를 천칭에 올려놓고 달아 보았을 때 한 사람의 목숨이 천하보다 무겁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예수님의 관점은 99마리의 성한 양을 우리에 그대로 놓아 두고 한 마리의 긿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비유에서도 확인된다. “18:12 너희 생각에는 어떻겠느뇨 만일 어떤 사람이 양 일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 18:13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아흔아홉 마리보다 이것을 더 기뻐하리라”(마태복음). 공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길잃은 한 마리를 희생시키고 아흔아홉마리의 양을 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며 경제적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마음은 다르다. 하나님은 아무리 비효율적이라는 계산이 나와도 효율성 때문에 한 영혼을 희생시키시지 않는다. 이와같은 하나님의 마음은 수많은 배아를 잔인하게 희생시키면서 난치병의 치료에 있어서의 약간의 가능성의 진전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의 생명공학자들의 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IV. 기독교는 과학의 발전에 반대하지 않는다. 근대과학의 발전은 기독교적 신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오히려 지금은 기독교가 과학의 무분별한 발전에 영합해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을 정도다. 기독교의 신관과 다른 종교의 신관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다른 종교들에서는 대체로 자연과 신을 범신론적으로 동일시한 반면에, 기독교는 하나님을 자연의 창조주로 제시함으로써 자연과 신을 구분했다는 점이다. 자연과 신을 동일시하게 되면 자연을 인간이 손댈 수 없게 된다. 인간이 어떻게 신에게 손을 대고 파헤치고 탐사하겠는가? 예컨대 번개가 신이라면 어떻게 인간이 감히 피뢰침을 만들어 신을 소멸시켜 버릴 수 있겠는가? 번개가 칠 때 신의 강림하심인 줄 알고 그대로 맞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지가 여신이라면 어떻게 감히 인간이 여신의 배를 뚫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석유, 석탄, 금속 등을 캐낼 수 있겠는가? 자연과 신이 범신론적으로 동일시되는 곳에서는 자연과학이 발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자연이 신이 아닌 신의 창조물로 인식되면서 곧 비신화화되면서 자연을 탐구하고 조작하고 인간의 목적을 위하여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으며, 이로부터 자연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기독교는 과학의 발달 그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가 배아줄기세포추출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로마 카톨릭교회가 교회의 권위로 갈릴레오를 정죄했다가 후일 실수였음이 판명된 역사적 사건에 비유하기도 한다. 지금 배아줄기세포추출에 반대했다가 수십년 뒤에 반대가 실수였다는 사실이 판명되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라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은 사태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로마 카톨릭교회가 갈릴레오를 정죄할 당시 대립되었던 것은 결코 기독교와 과학의 대립이 아니었다. 갈릴레오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기독교신앙과 과학적 연구결과의 대결인 듯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으나 실상은 중세신학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기독교신학의 우주론으로 잘못 해석한 “하나의 해석”과 천동설과 나란히 존재하고 있었다가 코페르니쿠스에 의하여 새롭게 과학적으로 조명된 우주에 대한 “또 하나의 다른 해석”으로서의 지동설간의 대결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우주는 지구가 그 중심에 고정된 점으로서 존재하고 그 주위를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이 돌고 있고, 가장 멀리 떨어진 마지막 궤도에는 위치가 고정된 별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성경은 천동설을 제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지동설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갈릴레오 사건은 현상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기독교신앙의 대립이 아닌, 관찰결과를 토대로 한 하나의 사변적 해석과 또 하나의 사변적 해석의 대결이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갈릴레오 사건에서는 인간생명의 파괴라는 문제는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천동설이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이론이 아니었고, 지동설이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이론이 아니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추출행위는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과 인간의 생명의 파괴를 필연적으로 수반함으로써 성경이 제시하는 가치관과 인간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다.

과학탐구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중요하지만 넘어서서는 안될 선이 있다. 예컨대 인간의 생체를 치료해야 할 사명을 가진 의료인들이 가장 크게 유혹받는 일이 하나 있다면 인간생체실험이다. 인간의 생체해부와 실험은 인간의 생체구조를 이해하고 새로운 약제나 치료법의 효과를 확인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효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생체실험이 엄격히 금지되는 이유는 인간의 생명의 가치가 천하보다 귀하다는 도덕률 때문이다.



V. 최근 어느 교회에서 행한 생명윤리강연에서 황우석교수의 배아줄기세포추출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80%가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통계가 갖는 의미는 a. 대다수의 한국 기독교인들이 배아줄기세포추출행위의 구체적인 실상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음을 반영하며, b. 한국 기독교인들의 경우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구체적인 생활현장 속에 구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곧 믿음과 생활이 일치되지 못하고 괴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괴리현상은 또 다른 통계에 의해서 더 선명해진다. 곧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과반수를 넘는 숫자가 배아도 인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또 과반수 이상이 배아줄기세포추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아도 인간인데 그 인간을 파괴시켜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도 된다는 이같은 의식구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같은 통계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원리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결단의 현장에서는 이익의 공리주의적 계산에 지배당하는 모순구조를 드러내며, 한국 기독교인들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인 정직성의 결여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많은 기독교인 생명공학자들이 많지만 생명공학연구현장에서는 거의 대부분 공리적 가치를 따라가고 만다.

그러나 사실상 이같은 통계조사는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사회 전체가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의 가치로 추구하는 공리적이고 유물주의적인 가치관의 지배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유독 배아복제문제에 대해서만 다른 결과를 드러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학적 다수가 반드시 진리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프란시스 쉐퍼의 진단을 음미할 필요가 있으며,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의 의미를 음미하며, 낙태와 안락사를 반대했던 히포크라테스의 개혁운동이 소수의 운동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필요할 경우에는 가치관에 있어서 시대의 흐름을 역류하여 소수의 편에 과감히 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VI. 결국 문제는 “배아는 인간인가”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배아줄기세포추출의 정당성 여부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할 수 있으면 배아줄기세포추출은 “살인행위”가 되고, 만일 배아가 인간이 아니고 다만 세포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배아줄기세포추출은 윤리적으로 비판받은 소지가 훨씬 줄어들게 된다.



VII. 황우석교수는 자신의 연구는 전통적으로 인간생명을 탄생시키는 방법 곧, 정자와 난자를 결합시켜서 얻은 수정란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시키지 않고, 체세포핵이식방법을 통하여 얻은 배아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시켰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배아는 인간이라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자신은 인간의 생명을 파괴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황우석교수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논박될 수 있다.

 

a. 체세포가 지닌 46개의 핵은 거슬러 올라가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이루어진 수정란이 배수분열한 것으로서 수정란 형성 당시의 핵과 질적으로 동일한 핵이다. 그 기원에 있어서 정자가 지닌 23개의 염색체와 난자가 지닌 23개의 염색체가 융합하여 46개의 핵으로 형성된 수정란으로부터 기원하지 않은 체세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핵의 구성과 성질상 체세포의 핵과 정자와 난자가 융합하여 만들어진 수정란의 핵을 다른 것으로 볼 이유가 없다. 이 핵이 난자 안에 들어앉아 있다는 점에서도 두 경우는 동일하다.

 

b. 일단 난자 안에 46개의 핵이 자리잡은 수정란이 형성되면 남녀간의 성교를 통하여 사정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융합되었든, 시험관에서 수정되었든, 아니면 체세포핵이식을 통하여 수정되었든, 모두 자양분만 공급되면 분열을 하고 단백질을 생성하며 자궁에 착상시키면 성체로 자라난다는 점에서도 동일한 성질을 갖는다. 체세포핵이식방법을 통하여 만든 수정란을 이용하여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고, 고양이, 개, 송아지, 원숭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은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인간도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c. 아직까지 복제인간이 실제로 등장하여 인류가 이 인간을 경험적으로 관찰해 본 일이 없다는 사실이 복제인간도 과연 온전한 인간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a.b.의 정보는 복제인간도 정상적인 인간과 다르게 보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다만 복제인간이 탄생할 경우에 비정상적인 기형적 인간이 탄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예상되는데, 기형으로 태어난다고 해서 인간으로 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특히 인공수정을 통하여 태어난 인간이 이미 등장하여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복제인간의 경우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유비가 될 수 있다. 인공수정은 보통 시험관수정을 의미하는데, 시험관 수정은 a. 수정과정을 인간이 조작하는 시술이라는 점, b. 수정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상당수의 배아파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시술이라는 점, c. 수정된 배아를 인위적으로 자궁에 착상시켜야 한다는 점 등이 복제인간의 경우와 매우 흡사한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인공수정방식을 통하여 탄생한 아이들을 인간이 아닌, 영혼이 없는 제3의 생명체로 판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이들도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정신활동을 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으로 볼 때 영혼을 가진 독립된 인간생명체로 판단하는 것이 바른 판단이다. 인공수정을 통하여 태어난 아기에 대하여 이렇게 판단해야 한다면, 복제인간의 경우도 같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d. 배아를 인간으로 볼 경우에 황우석교수의 작업은 이미 복제인간을 만드는 과정을 시작한 것이요, 복제인간을 만든 것이다. 황교수의 연구는 이미 만들어진 복제인간을 조작하고 파괴시켜 줄기세포추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 윤리적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 설령 체세포핵이식을 통해 출현할 가능성이 있는 복제인간의 인간으로서의 지위 여부가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간임이 판명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면, 이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검증되어서 복제인간은 인간이 아니라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될 때까지는 배아파괴작업을 유보하는 것이 책임있는 과학자의 태도가 아닐까?

 

VIII. 그러면 다시 배아는 인간인가 하는 질문으로 돌아가자. 이 질문에 대하여 논자가 내리는 결론은 “적어도 수정란 시점부터 배아는 영혼을 가진 살아있는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유전학적으로, 그리고 성경적 인간관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주장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어느 시점을 인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기 위해서는 그 시점을 전후로 하여 철저하게 불연속적이라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시점 전에는 인간으로서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다가 이 시점을 시작점으로 해서 인간으로서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야 한다. 이런 시점으로서 어떤 시점이 가장 적합할까?

생명공학이 등장하면서 어떤 시점을 인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두가지 입장으로 좁혀진 듯 하다. 하나는 원시선이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정후 14일설이고, 다른 하나는 수정란설이다.

우선 수정후 14일설은 철저한 불연속점으로서 적절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a. 수정후14일설이 인간생명시작점으로서 권위를 갖기 위하여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이 시점에 척추선인 원시선이 처음으로 등장할 경우인데, 척추선이라는 것이 그 이전과 이후를 철저하게 불연속시킬만큼 강력한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b. 그런데 실상 척추선이란 이 시점에 처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연속적으로 자라오다가 이 시점에 이르러서 보다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컨대, 대나무의 순이 처음에 나올 때는 아주 연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이 순은 단단해져서 대나무 줄기가 된다. 대나무가 순의 상태에 있을 때나 단단한 상태에 있을 때나 대나무로서의 연속성이 있듯이 척추선이 등장하든 등장하지 않든 척추의 구성물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c. 원시선은 수정후 3-4주쯤 되면 아예 없어져 버리고 만다.

 

d. 이 이론은 수정후 14일 이전의 배아를 실험용을 마음대로 활용하려는 생명공학자들의 자의적인 이론에 불과하다.

 


IX. 그렇다면 수정란설은 어떤가? 수정란설은 생물학적으로, 유전학적으로, 성경적으로 인간의 시작점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a.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시작되는 조건은 자양분이 공급되는 경우에 자기복제와 단백질생성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기능은 수정란이 형성되는 바로 그 시점부터 시작된다. 수정란이 형성되기 이전에 정자가 정자 혼자 있을 때, 그리고 난자가 난자 혼자 있을 때는 이 두가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수정란은 자양분만 공급되면 자기복제와 단백질생성을 시작한다.

 

b. 유전학적인 관점에서 한 인간의 신체적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구성이 완성되는 시점이 바로 수정란이 이루어지는 시점이다. 수정란때 형성된 유전자구성은 향후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연속적으로 지속된다. 수정후14일째 되는 날에 유전자구성에는 하등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c. 인간으로서 출발한다는 말은 영혼이 신체 안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혼이 없이 신체만 가지고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경은 영혼이 수정란형성시점에 신체 안에 들어온다는 생각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X. 교회사적으로 보면 정통신학자들은 대부분 수정란이 형성되는 시점 또는 잉태의 시점을 인간의 영혼이 신체 안에 들어오는 시점으로 받아들였고, 수정후 40일 이후에야 바로소 인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비주류로 등장했는데, 이 견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론의 영향을 받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관련본문들을 검토해 보자.

 

a. 창세기2장7절,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이 본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인간의 기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다. 본문은 하나님이 흙으로 신체를 지으신 (다음, 사실상은 동시에) 생기(영)을 집어 넣으셨을 때 영혼을 가진 살아 움직이는 인격체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때 영혼은 부모의 영혼을 쪼개서 넣어 주신 것(유전설)이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이 사전에 만들어서 보관해 두셨다가 가져다가 넣어 주신 것(선재설)이 아니라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는 바로 그 순간에 영혼을 창조하심(스가랴서12장1절, 사람 안에 심령을 지으신 자가)과 동시에 신체에 불어 넣어 주셨고, 불어넣어 주심과 동시에 아담은 영혼이 있는 살아있는 인격적 주체가 되었다. 이 본문은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과 원리로서 영혼이 신체 안에 들어 올 때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 줌과 동시에, 인간의 신체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그 안에 영혼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b. 아담과 하와는 성인으로서의 신체가 완성되었을 때 영이 들어왔다. 그런데 문제는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이다.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은 신체가 형성되는 과정이 아담이나 하와와는 다르다. 아담의 후손들은 점진적인 발생과정을 통하여 신체가 형성된다. 만일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도 성인의 신체로 형성된 후에 영이 들어온다면 어린아이들은 영이 없는 존재 곧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 결론은 성경적인 인간관에도 맞지 않고, 경험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그러면 아담의 후손들의 경우에는 언제 영이 들어오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성경이 문자적으로 “영이 언제 들어온다”고 꼭 집어서 말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 명확한 입장은 곧 수정이 이루어질 때 영혼이 들어와 살아있는 인격적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c. 영혼이 들어오는 시점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본문들은 자궁속의 태아를 다루는 성경본문들이다. 자궁속의 태아를 다루는 성경본문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자궁속의 태아를 인격체로 다룬다는 점이다. 인격체로 다룬다는 것은 영혼을 가진 존재임을 뜻한다. 영혼이 없는 인격체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경은 잉태의 시점부터 출산할 때까지의 전 기간에 걸쳐서 자궁속에 있는 태아를 이 기간중의 어떤 특정한 시점도 명시하지 않고 연속선상에서 인격체로 다룬다. 성경은 특별히 자궁속에 있는 태아를 인칭대명사인 “나” 또는 “너”로 호칭함으로써 자궁속의 태아가 영혼을 가진 인격체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욥은 탯속에 있는 자기자신을 가리켜서 “나”라고 호칭하고 있으며(욥31:15), 이사야도 자궁속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리켜서 “너”라고 호칭한다(사44:24). 이사야는 또한 예레미야는 하나님이 자궁속에 있는 예레미야 자신을 하나님이 구별하셔서 열방의 선지자로 세우셨다고 말하고 있는데(렘1:5), 태중의 예레미야가 영혼을 가진 인격적 주체가 아니라면 하나님이 구별한다든지, 선지자로 세운다는 말이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다.

호세아서12장3절에 보면 태중에 있는 야곱과 에서의 관계를 묘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야곱은 태에서 그 형의 발뒤꿈치를 잡았고.” 자궁속에 있는 야곱이 영혼을 가진 인격적 주체가 아니라면 야곱에 형의 발뒤꿈치를 잡았다는 표현은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누가복음1장15절을 읽으면 자궁속의 세례요한을 가리켜서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입었다”고 되어 있다. 자궁속의 세례요한이 영혼을 가진 인격체가 아니면 어떻게 성령의 충만함을 입을 수가 있을까? 또한 예수님을 수태한 마리아가 문안차 찾아 왔다는 소식을 듣고 세례요한이 “복중에서 뛰놀았다”고 되어 있는데(눅1:41), 영혼을 가진 인격적 주체가 아니면 이런 반응을 보일 수가 없다. 그 밖에도 세례요한을 가리켜서 “아이”라고 호칭한다든지(눅1:41,44), 예수님을 가리켜서 “구주”라고 호칭한다는 것(눅1:46,47)은 태중의 세례요한이나 아기 예수가 영혼을 가진 인격적 주체임을 지원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본문은 다윗이 자궁속의 자기자신을 묘사한 본문들인 시편51편5절과 시편139편13절 말씀이다. “내가 죄악 중에 출생하였음이여 모친이 죄 중에 나를 잉태하였나이다.” “ 주께서 내 장부를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조직하셨나이다.” 이 두 본문에서 다윗은 “잉태 -> 장부지음/조직 -> 출생”까지의 전 과정 안에 있는 자기자신을 “나”로 호칭함으로써 자신이 영혼을 가진 인격적 주체임을 분명히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잉태”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 안에 영혼이 신체 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작점에 대한 실마리가 있다. 히브리원어로 “잉태”는 “성교를 갖다”는 뜻이다. 생물학적으로 신체가 살아 있는 생명체로 존재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수정란의 형성시점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면 자궁속에 “내”가 존재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성교를 갖다”는 표현과 수정란형성시점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수정란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때 형성되며, 정자와 난자가 만나기 위한 선결조건은 남성이 사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며, 남자가 사정을 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성교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성교시에 사정된 정자가 난자를 만나는 시점은 각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아무리 빨리 만난다 하더라도 성교를 갖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다. 그러므로 “성교를 갖는 시점”인 잉태의 시점은 가장 빨리 수정란이 형성되는 시점까지를 확실하게 포괄한다. 곧 시편은 수정란이 형성되는 모든 시점을 그 안에 다 포괄한다. 따라서 이 두 본문에 근거하여 수정란이 형성되는 시점에 영혼이 들어와서 영혼을 가진 인격적 주체인 “나”로서 존재하기 시작한다는 결론은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 하나님은 이 본문을 통하여 수정란이 형성되는 다양한 시점들 가운데 어느 한 시점도 놓치지 않도록 배려하시면서 “잉태”의 시점부터 영혼을 가진 인격적 주체로서 존재한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상과 같은 성경적 근거에 의거하여 안전하게 수정란이 형성되는 바로 그 시점부터 인간은 영혼을 가진 살아 움직이는 인격적 주체로 존재하기 시작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XI. 어떤 사람들은 수정란은 인간으로 봐주기에는 너무 작지 않느냐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 보면 이런 의문은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원래 크다든지, 작다는 개념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수정란에 비교해 볼 때 성인의 몸은 어마어마하게 큰 실체다. 그러나 성인의 몸은 지구에 비교해 볼 때 너무나 미세한 존재일 뿐이다. 비행기를 타고 1킬로미터만 올라가도 인간은 아예 보이지 조차 않는다. 수정란이 성인에 비교해 볼 때 지극히 미세한 존재이지만, 수정란 안에 있는 핵, 그 핵 안에 인이 들어 있고 인과 핵막 사이의 작은 공간에 실타래처럼 꼬인 모습으로 들어 있는 염색체안에는 500페이지 분량의 두꺼운 책 5000권에 해당하는 30억개 가량의 엄청난 분량의 유전인자(nucleotide)들이 들어 있으며, 이 유전인자들 안에 성인의 신체구성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다 들어 있다. 이 유전자들의 세계는 이미 하나의 소우주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크다거나 작다는 개념은 그다지 중요한 개념들이 아니다.

 


XII.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실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데도 인간이라고 할 수가 있는가? 그렇다. 유실여부가 인간이다 아니다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자궁에 착상된 후에도 유산되는 태아들이 많다. 유실여부에 근거하여 인간여부를 따진다면 한해 200만건이나 되는 낙태에 의하여 유실되는 태아들은 모두 인간이 아닌가? 출산 후에 죽은 신생아도 있고, 성인이 된 후에 전쟁, 교통사고, 질병 등으로 죽어서 유실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만이 유실 여부가 인간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면 이 모든 부류의 사람들을 모두 인간이 아닌 존재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그것은 말이 안된다.

 


XIII. 이제 황우석교수의 배아줄기세포추출이 왜 문제가 되는가는 분명해졌다고 판단된다. 황우석교수의 배아줄기세포추출은 영혼을 가진 인간생명체인 배아를 파괴시키면서 진행되는 연구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황교수가 배아줄기세포추출작업을 계속하는 한 이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황교수의 배아파괴는 의료윤리의 원칙인 자율성의 원칙을 범하는 행동이다. 현대의료에 있어서 어떤 사람으로부터 그 사람의 신체의 일부 곧 장기를 기증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사람의 사전동의를 얻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배아줄기세포추출은 배아로부터 어떤 의사표명도 묻지도 받지도 않은 채 생명공학자 자신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서 자의적으로 배아의 신체의 일부인 줄기세포를 추출해낸다. 이것은 극히 비윤리적인 행동이다.

 


XIV. 황우석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한국의 생명윤리안전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한국의 생명윤리안전법은 그 내용상 생명공학자들의 집단이익이 반영된 악법으로서 생명윤리안전법이라기 보다는 생명공학촉진법이 되어 버렸다. 우선 생명윤리안전법은 제2조 제2호에서 배아를 세포덩어리로 규정함으로써 배아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박탈해 버렸는데, 이는 배아를 실험용으로 이용하려는 생명공학자들의 입김이 거세게 반영된 것이다. 다음으로 생명윤리안전법은 제2조 제3호와 제17조에서 난치병을 비롯한 질병치료와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대통령이 정하는 연구목적을 위하여 배아실험을 광범위하게 허용함으로써 배아줄기세포추출을 사실상 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제22조 1항과 제22조 2항에서 난치병치료를 위한 체세포핵이식 복제행위를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체세포복제행위를 지원한다.

또한 현행 국가생명윤리위원회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영국의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공정한 심의를 위하여 일체의 정부인사나 산업체인사, 그리고 생명공학계 인사를 배제하고 있는데 반하여 한국의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장관이 7명, 생명공학계 인사가 7명, 기타가 7명으로 구성됨으로써 실질적으로 생명공학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인사들이 2/3를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위원회에서 공정한 심의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H교수가 한국의 생명윤리안전법을 근거로 하여 자신들의 연구를 정당화하는 것은 일종의 “짜고치는 고스톱”과도 같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XV. 결론적으로, 오늘날 한국사회 안에서는 배아줄기세포추출이라는 명목하에 현대판몰록신숭배가 자행되고 있다. 이 관행은 하나님의 분노를 촉발할 것이 분명하므로 금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관행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침묵한다면 몰록신숭배에 대하여 침묵으로 일관한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하여 진노하신 하나님의 진노가 기독교인들과 교회에게도 미칠 수 있음을 알고, 한국의 기독교인들과 교회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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