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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박재현     2015-06-11 15:23
생명의료윤리, 10년의 전망 (2007. 6. 14.)

 

 

생명의료윤리, 10년의 전망

 

 

박재현(경희의대 교수,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총무)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창립10주년 기념세미나

"의학과 생명과학 그리고..." 주제발표

(2007. 6. 14. 서울대학교병원 C강당)

발표일 : 2007. 06. 14.



"어떤 다른 영역에서도 의학적 비전에서처럼 희망과 두려움이 밀접하게 붙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이 노화와 질병에 대한 승리를 약속하는 곳에서 다른 사람은 인간의 삶이 지니는 존엄성의 기반이 상처를 입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독립된 개성도 없는 복제된 인간에 대한 끔찍한 상상이 퍼져나가고, 줄기세포연구가 살인의 의혹에 휩싸일 때, 다른 한 쪽에서는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이 우리를 유혹한다"

- 칼 하인츠 슈타인뮐러, 앙겔라 슈타인뮐러 -


1. 들어가는 글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흥미롭고 그럴만한 가치도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5분 뒤를 짐작하지 못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수십 년, 수백 년 뒤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후로 미래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식지 않았으며 더 강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 예측의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또 일부 천재적인 작가와 과학자가 과거에 예측했던 미래가 오늘의 현실로 나타나 예측이 놀랍게도 들어맞는 것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미래학(未來學, futurology)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 미래학자라는 사람들이 미래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설과 비소설을 가리지 않고, 성인과 아동의 독자를 구분하지 않으며, 학문적인 성격이 강한 책과 교양서적을 불문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다양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겠지만 현대인들은 왜 이렇게 미래 예측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일까? 과거에는 상상밖에 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반기는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 더 좋은 미래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고,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부작용 내지는 역기능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알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예측과 관련된 책의 제목들을 보면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나 파악할 수 있다. 첫 째, 무엇보다 경제 분야의 미래학이 수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2010 대한민국 트랜드', '메가트랜드 2010' 등이다. 두 번째는 과학기술에 대해 무조건적인 희망을 걸고 현재 당면한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고대하는 책들이 있다. 세 번째, 미래 세대에게 과학기술의 가치를 심어주려는 아동과학문고들로 과학의 발전과 위대한 과학자들에게 초점을 둔 책들이 있다. 예를 들면 '미래과학의 세계로 떠나보자' 등이다. 마지막으로 미래학 본연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인간과 사회의 미래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을 보이는 책들이 있다.

과학기술 전체의 미래를 조망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학의 융합 시대에 특정 과학 분야만을 전망하는 일은 의미가 덜할 수 있다. 특히 의학과 생명과학은 응용과학, 종합과학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 미래 예측이 어려울 것이다. 과학기술 자체에 대한 전망이 어렵다면 의학과 생명과학의 윤리 문제의 예측은 더 어렵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지금 같이 과학기술의 변화속도를 윤리, 철학이 따라가기 벅찬 현실에서 생명의료윤리를 전망하는 일은 애당초 현실성이 약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리적 고민과 성찰이 없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절감하고 있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100년 뒤도 아니고 10년을 전망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또 예측이라는 것이 원래 빗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면 그저 열심히 예측을 해볼 수 밖에 없다. 미래학에서는 미래를 편의적으로 현미래(現未來 : 10년) · 근미래(近未來 : 10² 년) · 중미래(10³년) · 원미래(10⁴년)와 같이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10년의 전망쯤은 해볼 수 있지도 않을까? 그러나 어떤 미래학자는 미래를 단기적인 미래(1~3년 후), 중기적인 미래(3~10년 후), 장기적인 미래(10~20년 후)로 나누어 전망하고 있어 10년의 전망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말하고 있다.

칼 하인츠 스타인뮐러와 앙겔라 슈타인뮐러가 제시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 중에 직관, 확장추정, 델파이의 신탁이 있다. 몽상가일 수도 있지만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몇몇 천재들은 직관에 의해 그들이 생존했던 시대의 기술 수준에서는 전망하기 힘든 미래를 예측하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500년경에 환상적인 비행기구를 설계했고 프랜시스 베이컨은 1627년에 잠수함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한다. 미래는 현실의 연장이라는 관점에서 확장추정으로 미래 예측을 할 수도 있다. 통계자료를 가지고 미래를 진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복잡성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미래 예측법의 다른 한계는 이 방법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일정한 순서를 따라 진행된다는 아주 단순한 전제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현재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미래도 현재와 유사하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특이점이 온다'의 전자 레이 커즈와일은 이런 미래 예측이 오해라고 말하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선형증가가 아니라 기하급수적 증가의 속성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더디게 시작해서 사실상 눈에 뜨이지 않지만 곡선의 무릎을 넘어서면서부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완전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기하급수적 경향은 천년 전에도 존재했지만 당시는 초기 단계여서 눈에 잘 뜨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은 기하급수적 관점에서 보면 확장 추정은 오해라고 주장한다. 델파이 신탁 방식은 미래연구의 영역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먼저 미래의 기술적 발전에 대한 주제나 아이템을 설정하고 이 아이템들을 모아서 설문지를 구성하고 전문가들에게 발송하여 주제나 아이템의 실현시기, 현재의 연구 수준, 어떤 나라가 앞서 있는가? 등의 다양한 면에서 견해를 제시하도록 한다. 그 다음에 설문지들을 통계로 처리하여 평가 결과를 전문가들에게 피드백하여 그들의 견해를 수정하도록 하여 2, 3차 설문 조사를 반복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이제 10년의 생명의료 윤리 전망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한계가 있지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생명의료윤리 변화를 검토 분석하고 확장하여 미래를 추정하는 방법이 그나마 쉬워 보이는 현실적인 발법이다. 그리고 델파이 방법에 의해 예측된 생명과학, 의학의 발전을 윤리 변화의 미래 예측의 자료로 삼으면 조금은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아직까지는 인간의 본성의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과거와 현재에 사람들이 의학과 생명과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예상되는 과학의 미래에 적용하여 예측을 해볼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미래학 서적들에서 의학, 생명과학의 미래 예측 부분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생명의료윤리에 대한 10년의 전망을 해보기로 한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은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과학기술 자체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둘째, 과학기술의 변화는 사회와 동떨어진 연구실에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변화 예측에 이미 우리 사회의 가치관, 윤리관, 정책 방향이 고려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 자체에서 윤리적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2. 미래 학자들의 의학, 생명과학 미래 예측

■ 극단적 미래예측. 제임스 캔턴. 2006.

세계미래연구소(Institute for Global Futures)가 제시한 2030년의 10대 트랜드를 소개

* 2012년경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언제 어떤 질병에 걸리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유전과학을 활용할 것이다.

* 극단적 미래 지수 2030

- 인터넷을 통해 DNA를 사고파는 미국인 비율 : 45%

- 출산 전에 부모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분야 중

자녀의 외모를 선택한 부모 순위 : 1위

자녀의 지능을 선택한 부모 순위 :3위

- 100세 이상의 평균 수명을 누리는 미국인 비율 : 25%

- 특정 향상 약물을 복용하는 미국인 비율 : 75%

- 식비에 이어 성형수술이 가계 지출 비용에서 차지하는 순위 : 2위

* 트랜드 4 : 최강의 생존력을 보장하는 21세기 장수의학

- 개인 DNA 배열 상태를 재조정하고 이것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지식으로 연결되면 현재의 의학을 원시적인 수준으로 여길 만큼 획기적인 의학 발전이 이룩될 것이다.

- 유전자 백신, 특별히 구상된 DNA 수술, 똑똑한 약, 신경 의료 기기 등을 이용한 치료 덕분에 우리의 육체적·정신적 능력 향상, 지능 향상, 미와 생존 능력의 극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 트랜드 8 : 무시무시한 과학이 온다.

-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위적인 능력 강화 : 콘택트렌즈, 망막 교정기, 생체공학적 팔 다리, 인공 보청기, 심장박동 조절 장치, 인공 관절, 미용성형수술

- 사이보그 인간 : 특수 망막 기능을 지닌 초인간적인 시력, 사이보그 인간의 경쟁 우위

* 트랜드 9 : 인간 대 인간, 그 보이지 않는 전쟁

- 2015년을 개인을 위협할 13가지 요소 :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두뇌에 심어질 소형 의료기기 임플랜트, 행동을 바꾸기 위한 약물, 개인 DNA 도둑, 망막이나 두뇌 신경에 직접 쏘아 광고하는 뉴로 광고, 원치 않는 행동을 모두 제거하는 유전자 백신


■ 기술의 미래, 상상 그 너머의 세계. 칼 하인츠 슈타인뮐러,

앙겔라 슈타인뮐러. 2006.

① 정보화 : 2010.

10년 후의 에버넷 세상에서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의료정보는 전자식으로 저장될 것이다. 전자식 건강카드는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몇 초 안에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섬의 의사에게 전해질 수 있고, 그 의사는 멀리 유럽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할 수도 있게 된다.

- 의료보험사가 질병에 걸릴 신체적 가능성이나 유전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서 보험료를 올리려는 시도를 한다면?

- 은행에서 융자를 신청할 때 전자식 건강카드를 보여주어야 한다면?

- 국가가 개인의 간 측정수치를 마음대로 확인할 수 있다면?

② 맞춤형 의학 : 2020.

인간이 지닌 유전적 다양성의 대부분이 파악되고 완벽하게 자료화 될 것이다. 휴먼 게놈프로젝트는 단지 시작일 뿐으로 인간유전자의 표준적인 지도를 작성한 것이었다. 유전자형 99.9퍼센트는 모든 사람에게서 동일하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나머지 0.1퍼센트의 차이다. 2030년대가 되면 전체 유전자 분석을 순식간에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몇 초 안에 질병의 발생이나 특정한 위험 요소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환자에게 최고로 적합한 약물을 가장 알맞게 계산된 양으로 처방할 수 있다.

- 개인의 유전 정보에 따른 맞춤형 약물의 제조

- 면역시스템의 변조 : 신체에 적합한 면역능력을 목표 지향적으로 활성화시킨다. 말하자면 면역시스템이 암세포를 알아보도록 만드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거꾸로 면역시스템의 민감성을 원하는 만큼 낮추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

③ 복제, 줄기세포 그리고 조직 배양 : 2020.

체세포복제 방법으로 신체 기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특정 질병의 치료가 일반적인 의료 행위가 될 것이다.

④ 인간의 재건 : 2050.

유전자 치료는 표준적인 치료 방식에 속하게 될 것이다. WHO는 인간의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우려할 것이다.


■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도미니크 바뱅. 2004.

* 포스트데스(Post-Death)

' 오직 지금 세대(Now-generation)'는 즐거움을 뒤로 미룬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고 후일을 믿지 않으며, 결코 사라지지 않을 현재에 자기 자신의 뒤를 잇고 싶어 한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는 이들 세대는 숫자나 영향력에서 막강한 집단을 형성한다. 이들은 공권력에 압력을 가해 각종 연구소들이 노화 방지 연구를 가속화하는 데 필요한 허가를 받아내고,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을 만큼 막강하다. 이들이 추진하는 노화방지 연구는 개가를 올릴 확률이 매우 높다. 우선 첫 단계로는 노화를 소멸하고, 두 번째 단계로는 죽음을 소멸하는 것이 이들의 야심찬 목표다.

*포스트바디(Post-Body)

손가락이 무진장 긴 농구 선수나 발이 오리발처럼 생긴 수영 선수들의 등장은 완전히 환상에 불과할까? 이러한 대단한 변화가 이루어질 확률은, 오늘날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 스포츠 산업이 앞으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될 것이 명백하므로, 이에 비례해서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0퍼센트 이상의 부부가 안전하게 시술받을 수 있는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자녀들의 용모나 지능을 향상하기 위해 유전공학의 도움을 빌리겠다고 응답했다.

"너 그 여자가 뭘 했는지 알아? 그 여자는 말이지. 자기 아버지의 복제된 수정란을 자기 몸에 착상시켰어! 그게 말이 되는 일이야? 그러면서 그녀가 뭐라고 했느냐 하면 말이지, 적어도 자기 아버지만큼은 자기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구! 5년 동안이나 그 비싼 정신 치료를 받느라 우리가 가진 돈의 반쯤은 몽땅 쏟아 붓더니, 결국 자기 아버지를 임신해버린 거라구, 나 원 참…"

* 포스트에고(Post-Ego)

무대에 있는 음악가들은 그들의 반사 신경을 강화시켜주는 약물을 투여받아 청각이 한층 예민해졌고, 무대 공포심은 한 층 덜 느낀다. 관객석의 제일 앞줄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최면에 걸린 듯 서로를 마주 본다. 눈으로는 상대방을 응시하면서 여자는 핸드백을 열어 성기능 강화 호르몬이 들어 있는 껌을 입으로 가져간다.

의식은 컴퓨터에서 다운받고, 신체는 인간-돼지-로봇의 여러 부품들을 섞어 조립하고, 신경계통 임플란트를 장착하고, 성격을 바꿔주는 약품을 먹고… 포스트휴먼 시대에는 '나'라고 말할 때 의미하는 내용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당신을 '당신'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 아닌 다른 사람이 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까지 변할 수 있는가? 당신의 정체성은 서로 다른 매체 사이를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가? 이 새로운 성질은 세대를 거듭해도 무한히 지속될 것인가?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특이점이 온다.

레이커즈와일. 2005.

지금이 2030년대 초반이라고 상상해보자. 심장, 폐,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췌장, 갑상선 및 모든 호르몬 분비 기관들, 신장, 방광, 간, 식도, 위 소장, 대장이 죄다 필요없을 것이다. 남은 것은 골격, 피부, 성기, 감각 기관, 입과 식도 윗부분, 뇌다.


■ 미래, 내일의 과학은 우리의 삶과 정신을 어떻게 바꾸어놓을까?

수전 그린필드. 2003.

태아가 인공 자궁에서 성장하면, 태아 자신에게 의학적인 혜택이 돌아갈 뿐 아니라 여성은 더 활발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은 도한 임신에 동반되는 여러 고통들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물론 헉슬리의 런던 중앙 부화장에서처럼 인공 양수 속에 다양한 물질을 쉽게 첨가하여 우수하거나 열등한 미래의 시민을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적인 예측도 있다. 그러나 그런 조작은 인공자궁이든, 대리자궁이든, '자연적인' 자궁이든 어디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체외수정 후 8세포기에 배아를 진단하여 원치 않는 특징을 가진 배아를 폐기하는 일과, 병든 형제와 조직이 일치하는 등의 필요한 특징을 가진 배아를 선별하는 일은 이미 기술적으로 동일하다.

3. 현재에도 논쟁이 심한 생명윤리 쟁점들에 대한 미래 예측

우선은 현재에도 심각한 논쟁이 되고 있는 윤리 쟁점의 10년을 전망해보자. 윤리 쟁점마다 다른 특성들이 있겠지만 공통적인 예측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거친 형태의 노골적인 반윤리적 행위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상당히 온건해 보이고 세련된 방식의 인간생명에 대한 침해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윤리 쟁점들이 법의 영역으로 들어가면서 합법적인 방식의 비윤리적 행동이 증가할 것이다.

가. 안락사

안락사,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는 국가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안락사의 합법화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선에 머물게 될 것이다.

나. 대리모

불임 또는 난임의 증가로 대리모는 더 이상 괴이하지 않은 관행으로 자리를 잡게될 것이다. 물론 법의 틀 안에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법의 통제를 벗어난 대리모의 확산을 막을 손쉬운 방법은 없어 보인다. 동성간의 결혼이 허용될 것이고 따라서 동성 커플을 위한 대리모 또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 인간복제

기술적인 문제가 많이 발전되어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불임의 한 방안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식용 장기를 얻기 위한 복제가 허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집단이 지구 어느 곳에선가 이식용 장기를 얻기 위한 인간복제를 하게 될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라. 배아줄기세포연구

기술적인 발전이 조금은 있겠지만 현재 기대하고 있는 것보다는 발전의 속도가 느려 지금과 같은 각광을 받지 못하고 일부 과학자들만이 연구를 지속하게 될 것 같다.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는 꾸준히 늘어나겠지만 이 또한 21세기 초반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마. 맞춤아기

먼저 낳은 아이의 유전병이 있을 경우는 이 아이의 치료를 위해 착상 전 유전진단을 하여 맞춤아기를 만들어내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다. 원하는 특성을 가진 아이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바. 사이버네틱스

인공 장기, 인공 조직, 인공 기관 등의 급속한 확산으로 자신의 신체의 영역에 대한 혼란이 시작될 것이다.

4. 현재는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10년 내에 논쟁이 심화될 쟁점들

향후 10년 내에 새롭게 등장할 생명윤리 쟁점들이 많이 있겠지만 이 쟁점들을 열거하기 보다는 과학기술의 추세를 설명하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의 미래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 NBIC

미하일 로코 박사는 2000년에 과학기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첨단 신기술인 나노기술(Nanotechnology), 생명공학(Biotechnology),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이들 4개의 과학기술을 융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로코 박사는 이들의 앞 글자를 딴 NBIC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미국과학재단(NSF)은 미국 상무성(DOC)과 공동으로 2001년 12월에 NBIC를 주제로 각계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참석한 융합과학기술 워크샵을 개최하였고 여기에서 논의된 이야기들은 '인간의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기술의 융합(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만들어졌다. 미국과학재단은 미국에서 향후 10~20년 동안에 앞으로 추진되어야할 미래 과학기술의 새로운 틀로 'NBIC 융합기술(NBIC Converging Technologies)'을 제시하고 미래 과학기술은 NBIC의 4개의 핵심축이 초기 단계부터 수렴, 융합되어 가르쳐지고, 연구되고, 응용 개발되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이 보고서는 또 첨단 과학기술의 융합 목적을 분명하게 짚었다. 그것은 '인간의 수행능력 향상'이었다. 보고서에는 NBIC가 인간의 수행능력 향상이라는 기본 목적 뿐 아니라 과학기술을 포함한 사회, 경제 등에 전반적인 변화를 불러오리라고 기술되어 있다. NBIC는 생명의료윤리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의학과 생명과학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질 것이고 융합과학 시대의 윤리적 고민은 복잡성 앞에서 더 깊어질 것이다.


■ GNR(Genetics, Nonotechnology, Robotics)

레이 커즈와일은 21세기 전반부부터 꼬리를 물고 중첩되어 발생하게 될 유전학의 혁명, 나노기술의 혁명, 로봇공학의 혁명을 전망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지점은 'G(Genetics, 유전학)' 혁명의 초기 단계다. 우리는 생명이 간직한 정보 처리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인체의 생물학을 재편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질병을 근절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극적으로 넓히고, 수명을 놀랍도록 연장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한스 모라벡의 지적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DNA에 기반을 둔 생물학을 자유자재 활용하게 된다 해도 인간은 '2류 로봇'으로 남을 것이다. 일단 생물학의 작동 원리를 완벽히 이해한 뒤 손질을 시작하면 그때는 더 이상 생물학의 도구만으로 부족하리라는 뜻이다. 생물학의 한계를 넘게 해줄 것은 'N(Nonotechnology, 나노기술)' 혁명이다. 우리의 몸과 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분자 수준으로 정교하게 재설계하고 재조립하게 해줄 것이다. 가장 강력한 혁신은 다가올 'R(Robotics, 로봇공학)' 혁명이다. 인간의 지능을 본받았지만 그보다 한층 강력하게 재설계될 인간 수준 로봇들이 등장할 것이다. R 혁명은 최고로 의미있는 변화다. 지능이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지능은 제대로 발달하기만 한다면, 자기 앞에 놓인 어떤 장애물이라도 쉽게 내다보고 극복할 수 잇을 정도로 똑똑한 것이다." GNR의 위험에 대해서는 레이 커즈와일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NBC(핵공학, 생물학, 화학) 기술은 최근까지 끊임없이 전쟁에 사용되어 왔으며 혹은 협박 도구가 되었다. 이제 그보다 강력한 GNR 기술은 새롭고 심대한 지역적, 존재론적 위험으로서 우리를 위협한다. 유전자 변형된 병원체를 물리친 후 나노 기술이 적용죈 자기 복제적 개체들까지 다스리고 나면 다음엔 우리 지능을 뛰어넘는 로봇들을 만날 것이다. 물론 인간에게 큰 도움이 되는 로봇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까지고 생물학적 인간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 인간증강(Human Enhancement)

NBIC와 GNR의 일차적인 목표는 증강(enhancement)이 될 것이다. 현재의 증강이 의학적 증강(medical enhancement)에 국한되어 있고 단일 기술에 의해 시도되고 있는 반면에 미래의 증강은 첨단 과학기술의 통합으로 시도될 것이기 때문에 그 발전 속도와 복잡성은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미래에는 치료 의학의 수준에서 논란이 되는 생명 윤리 쟁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쟁점들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5. 나오는 글

의학과 생명과학의 미래 예측은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와 규범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또 어떤 정책과 법이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방향과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칼 하인츠 슈타인뮐러, 앙겔라 슈타인뮐러의 다음 글에서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가 넘어서는 안 될 경계는 어디쯤 놓여있을까? … 과학 자체는 이런 문제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없다. … 과학은 사실에 기초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 과학이 관여할 수 있는 범위는 거기까지이다. 실제 결정은 사회적인 논의 속에서 내려진다. 논의의 출발점은 특정 문화가 지니고 있는 가치와 규범이다. …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에 더 가까울까 하는 것은 세계가 경계선을 좁게 설정하느냐, 넓게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과학진흥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AAS)는 2004년에 '비전2033: 미래세상을 위한 과학과 정책의 결합(Vision2033: Linking Science and Policy for Tomorrow'sWorld)을 주제로 심포지움을 개최하였다. 이 심포지움의 상당 부분을 부시 대통령의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비판하는 데 할애하였다. 부시정부의 생명윤리자문위원회와 위원들을 신보수주의자 즉 네오콘으로 규정하며 강한 비판을 하고 있다. 미국과학진흥회는 과학계와 정책 입안자 및 사용자인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과학의 자유와 책임을 신장시키고 그것의 효율성을 최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 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연방정부가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심포지움의 한 발제자는 생명윤리 문제를 문화 전쟁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1960년 이후 개인의 사생활 권리의 강조는 1973년 낙태를 허용하는 연방대법원 판결(Roe v. Wade)로 나타났고, 1992년 이후 동성애자의 권리 확대 운동은 2003년 연방대법원의 텍사스 주의 동성애 처벌법의 위헌판결(Lawrence v. Texas)로 나타났다고 한다. 생명윤리 문제를 진보와 보수 양자의 대결로만 인식하는 데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생명윤리 쟁점에 문화 전쟁적인 면이 있음을 부정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의학과 생명과학의 미래를 문화적인 충돌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의 종말론적 삶의 태도인 것 같다. 의학과 생명과학의 발전 그리고 생명윤리 논쟁을 경험하며 "세상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 의문을 많이 품게 된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안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무너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바벨탑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은 아닐까? 종말론에 대한 고민 없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부질없는 희망, 쓸데없는 두려움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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