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에서 인간 복제에 활용될 수 있는 ‘인공 유전체(게놈)’ 생산을 논의하기 위해 유수의 과학자들이 ‘비밀 회의’를 연 사실이 드러나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버드 의대는 지난 9일 과학자 150여명을 초청해 인간 게놈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주최측은 이 회의의 목표를 “10년 안에 세포 단위에서 모든 인간게놈을 합성해 내는 것”이라 밝혔다.
앞서 2000년대 초반 진행된 인간게놈계획(HGP)이 인간 DNA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쌍 배열을 ‘해독’하는 데 목적을 뒀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선 이 염기쌍들을 인간의 손으로 ‘작성(writing)’해 내는 것이 주최측이 구상한 계획이다.
NYT는 이 계획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게놈을 합성할 수 있다면 생물학적 부모 없이도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드루 엔디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부교수 등 일부 학자들은 초청을 받고도 참석을 거절했고, 공동 기고문을 내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주최측이 이번 회의에 언론 취재를 불허하고 참석자들의 소셜미디어 포스팅도 금지하는 등 극히 폐쇄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학계에선 상당한 반발이 일었다. 엔디 교수는 10일 트위터를 통해 “만일 당신들이 제안한 (인간 게놈 합성) 연구 논의를 비밀리에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건 무언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한 조지 처치 하버드대 유전학과 교수는 “(프로젝트의 목표는)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세포 전반에 걸친 게놈 합성능력을 높이려는 것”이라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