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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박충구     2015-06-12 11:22
과학주의를 제어할 법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2005. 6. 12.)


과학주의를 제어할 법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박충구(감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

발표일 : 2005. 06. 12.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윤리적 비판

현대 첨단 생명과학의 고지에 태극기를 꽃은 전대미문의 획기적 사건으로 알려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에 대하여 세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우려는 특히 종교계에서 울려나오고 있으며 급기야 기독교, 천주교, 유교, 불교에서 명백한 반대와 비판의 소리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 그가 불치병 환자들의 질병 치료 연구를 위한 실험에서 생명경외와 존엄의 윤리를 버렸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비판의 소리에 대하여 황 교수의 연구를 지지하는 이들은 종교의 상투적인 과학 발목잡기라든지, 온 국민이 긍지를 가질만한 과학적 업적을 좌초시킬 비판이라고 힐난하면서 공연한 트집을 잡는 비난이라고 간주하는 소리도 적잖이 들려오는 가운데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윤리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나는 종교계를 비롯한 윤리학계와 인문학계의 "비판"을 "비난"으로 알아듣는 이들이 가진 제국주의적 과학주의에 대한 맹신을 우려한다. 이안 바버는 과학을 국수주의적인 이해관계에 결부시켜 그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일러 정치 경제적 제국주의와 유사한 성격의 제국주의적 과학주의(imperialistic scientism)라고 하였다. 어떤 이는 심지어 황 교수에 대한 비판을 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고통에 종교나 윤리학자들이 나 몰라라 하며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생명윤리학적 비판은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거나 난치병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뜻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윤리적 정당성을 고려하지 않고 행해지는 인간생명의 조작과 실험에 대한 비판을 비난으로 알아듣는 것은 비판을 수용할 줄 모르는 편협함이거나 윤리적 숙고 없는 단순한 과학주의의 소산일 수 있다. 이러한 과학주의에 대한 무비판적인 예찬은 그 과학적 연구가 윤리적 정당성을 상실할 경우 도덕적 비판의 역풍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황 교수 측의 궁색한 변명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여 어떤 이는 황 교수가 만든 배아는 난자와 정자가 만난 것이 아니므로 수정란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매우 비윤리적이며 비과학적인 주장이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가 창조한 배아는 자연의 수정란이 아니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그 배아는 인위적으로 인간 난자 속에 46개의 염색체가 넣어진 생명으로서 수정란과 동일하게 움직이며 분열하기 때문에 수정란과 동등하다. 이는 배아가 일정한 생명의 조건을 가지고 생명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분명한 인간생명의 초기단계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가 만든 배아가 수정란이 아니라면 만의 하나 복제배아가 발생하여 만들어진 복제인간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무서운 명제로 전치될 것을 생각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러므로 황 교수의 연구가 자신이 비자연적인 방법으로 창조한 배아가 수정란이 아니며, 따라서 인간 생명의 초기단계가 아니라는 명제위에서 이루어 졌다면, 황 교수의 연구는 윤리적 정당성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하나의 생명을 비생명으로 오판했다는 주장이며, 따라서 인간생명의 초기단계에 이른 생명의 생명권을 부정한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험실에서 그에 의하여 생산된 배아가 수정란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수정”이라는 어휘에 한 생명의 존재유무를 판단하려는 자의적 기준을 따른 판단이므로 과학적인 판단이라 할 수 없다. 그는 그가 조작하여 생산한 배아가 “살아 세포분열을 하여” 배반포기 단계에 이르렀을 때 그것을 파괴하여 살아있는 줄기세포를 얻은 것이다.

황 교수의 연구를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생명윤리적 질문을 회피하기 생명발생의 단계를 나누어 14일 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비록 자연의 수정란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지각성과 개체성을 갖출 시점인 14일 이전은 단지 세포덩이일 뿐 하나의 독자성을 가진 생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혹시 생명이라 할지라도 아직 온전한 생명이 아니므로 이미 태어난 한 인간과 견줄 수 없는 상대적으로 “적은” 존재라고 보아 생명의 존재론적 가치를 비교와 평가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그리하여 기존의 생명을 위하여 희생시켜도 될 생명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비윤리성은 생명의 본원적 의미를 외면하고 실용주의적 생명의 서열화를 강요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한번 서열화 되기 시작하면 그 다음 단계도 "적은 생명"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어 생명에 대한 경외의 윤리는 경사면을 디뎌 미끄러지게 될 것이다.


하나님 뜻에 어긋난 생명 조작과 파괴

기독교 신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수정란 파괴행위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간에 의한 비자연적이며 그러므로 조작적인 인간생명 창조 행위”이다. 이렇게 창조된 배아는 하나님이 아닌 인간 창조자의 목적에 따라 생명을 얻어 움직이다가 배반포기 단계에서 줄기세포가 척출되어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황 교수의 실험실에서 창조된 배아는 이렇게 신의 주권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버림받은 생명이 된다. 인간생명의 첫 단계에 인간이 개입하여 일어나는 생명조작과 발생 및 파괴는 인류가 우려하며 금기시하던 비윤리적인 행위이며 명백히 하나님의 생명창조와 보전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무시하고 생명 윤리적인 판단을 유보하거나 무시하면서라도 우리나라가 세계를 제패할 생명공학의 선두주자가 될 기회를 얻었다는 사고는 일종의 제국주의적 과학주의의 한 전형일 뿐이다.

과학자들에 의한 줄기세포 연구의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동물을 이용하여 줄기세포를 연구해온 과학자들이 자연생명질서를 조작하여 비자연적인 생명을 만들어 내게 되었을 때,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1990년 초부터 인간생명 경외와 존엄성의 윤리적 가치를 지킬 목적으로 인간생명과 배아 보호법들을 제정하고, 배아복제행위나 배아복제줄기세포연구를 법으로 금지해 왔다. 예를 들자면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태리, 노르웨이 등의 나라 중에는 자국의 치료용 배아생산을 금지한 법규정을 위반한 사람에게는 징역 5년까지 구형하는 형법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제사회는 황 교수가 행한 류의 연구용 인간복제배아 생산을 금지하는 협약들을 체결함으로써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윤리적이며 법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던 것이다.


선진국의 생명윤리법안과 협약

유럽의회의 “유전공학에 관한 결의안”(1989), “유네스코의 인간 존엄성 선언”(1996), “유럽생명윤리협약”(1996), “인간복제 금지에 대한 유엔의 결의안”(2005)들은 한결같이 생명경외와 존엄성의 윤리라는 측면에서 현대 생명공학의 오류를 막아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었다.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약속에 의거 자국의 생명윤리법안을 제정하였다. 이는 인간 생명 초기단계인 “배아”를 실험실의 실험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류사회의 인식을 뜻하며, 동시에 인간에 의한 인간생명 조작행위는 비윤리적인 것이라는 판단에 합의해온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황 교수의 연구에 종교계와 윤리학자들이 환호를 보내지 않는 것은 과학에 대한 단순한 종교의 반대이거나 줄기세포연구 자체에 대한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그의 연구가 가지고 있는 비윤리성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황 교수의 연구는 위대한 생명 공학적인 개가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큰 반생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그가 많은 나라들이 생명윤리법으로 금지해 둔 연구를 서둘러 수행한 것을 일러 선도적 연구라고 자평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자유로운 과학연구의 정신이 제한받고 있다고 불평해 온 사람들이나 불치의 병으로 인하여 너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은 부담스러운 윤리적인 질문보다는 황 교수의 연구결과를 전폭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문으로서 과학은 인문과학과 마찬가지로 인류사회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에 그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생명파괴를 수단으로 삼는 연구는 결국 반생명적이며 비윤리적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종교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윤리적인 비판을 환상적인 생명공학 특수(特需)를 마음속에 그리게 만들고, 적당한 국수주의적인 이해관계를 개입시키거나, 감상적 국민적 정서를 불러일으켜 상쇄시키려는 노력은 생명윤리 후진국의 실상을 외면한 결코 지혜로울 수 없는 일시방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황 교수의 실험실에서 그동안 희생적으로 연구해온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적 업적만을 꿈꾸는 이들이 아니라, 생명윤리의 높은 기준을 갖춘 이들로서 전 지구적 생명경외와 존엄의 정신을 존중한 연구를 수행하여 세계인들로부터 진정한 사랑과 존경과 치하를 받을 수 있는 연구자들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생명공학만이 아니라 생명윤리의 선진국으로 인정받아 또 하나의 노벨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기대한다.


과학주의의 오류를 제어할 생명윤리법안의 제정

생명공학 선진국일 뿐 아니라 생명윤리의 선진국이 되려면 국제협약을 준수하는 높은 도덕성을 갖춘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무구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창출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생명을 조작하여 유전자의 안정성을 해하는 괴물(chimera)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법안이 장치되어야 한다. 이번 황 교수의 연구는 우리나라의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제정과정에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개입하여 법 규정의 허점을 만들어 낸 결과라는 지적도 있었다. 인류사회로부터 존중받을 수 없는 저급한 도덕성을 묵인하는 과학주의가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야심 찬 제국주의적 생명공학자들의 의욕을 부추긴 것이다. 도덕성 없는 과학주의가 불러올 미래의 비극을 예견하면서 나는 신앙인으로서 선진국 수준의 생명윤리 법안 제정의 긴급한 필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인을 경악하게 하고 있는 광우병과 조류독감 사스는 생명의 안정성을 교란시킨 인간의 과학적 개입이 문제가 되어 신종 바이러스나 효소가 작용하게 된 것이다. 생명의 장엄한 역사에 인간이 무분별하게 개입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러므로 생명윤리 법안에는 과학자들이 생명의 안정성을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동 식물 유전자간의 무분별한 교잡실험의 금지와 더불어 인간의 유전자와 동물의 유전자를 섞는 행위를 비롯하여 인간생명을 조작하는 인간복제 및 치료용 복제행위, 그리고 인간의 난자나 체세포 핵을 동물의 것들과 융합하는 류의 과학적 실험과 시도를 금지하는 항목들이 명시되어야 한다. 이런 법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우리에게 넘겨준 생명의 안정성을 우리 후손들에게도 소중히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보전과 생명간의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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