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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조덕제     2015-06-12 14:06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 경과와 생명윤리적 입장의 왜곡(2005. 10. 17.)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 경과와 생명윤리적 입장의 왜곡




 조덕제 변호사(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사무처장)

발표일: 2005. 10. 17.


1. 생명공학 육성 정책 관련 문제
 가. 우리나라는 일찍이 1983. 12. 31. 법률 제3718호로 생명공학육성법을 제정하였는데, 이 법은 입법 목적이 생명공학의 육성에만 치중한 것입니다.
 이 법은 생명공학과 관련한 생명윤리 문제에 관하여는 법률 차원에서 아무런 규제나 안전장치를 두지 아니한 상태에서, 다만 정부에 대하여 생명공학 연구 및 산업화의 촉진을 위한 실험지침을 작성 ․ 시행하도록 위임하고 그 실험지침 안에 생물학적 위험성,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및 윤리적 문제 발생의 사전 방지에 필요한 조치와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이전 ․ 취급 ․ 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도록 위임하였을 뿐입니다(제15조).
 더구나 정부는 법률의 위임에 의한 실험지침마저도 마련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다가 입법후 14년 만인 1997. 4. 22. 유전자재조합실험지침 1개를 겨우 작성하였을 정도로, 생명윤리 문제는 등한시하여 왔습니다(이 유전자재조합실험지침은, 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에 대비하고 생물다양성협약 가입에 따른 조치와 관련하여 1995. 1. 5.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시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이전, 취득, 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규정(제15조 제2항 후단)이 추가된 후, 1997. 4. 22. 비로소 작성된 것입니다. 그나마 이 실험지침은 이를 위반하더라도 법적 제재력이 없는 지침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실질적인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지 못하여 왔습니다). 
 

  나. 그리고 생명윤리법이 제정되기 직전인 2003. 12. 9. 생명공학육성법중개정법률이 국회 의결을 거쳐 2003. 12. 30. 법률 제7014호로 공포되고, 2004.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개정된 법률의 주요 내용은, 생명공학의 법적 정의를 기초의과학(基礎醫科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고(제2조), 기초의과학의 연구개발 및 육성업무를 과학기술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의 공동 소관으로 하며(제13조 제1항), 그 외 생명공학의 산업적 응용촉진에 대한 정부의 지원시책 강구 의무를 규정한 것(제11조) 등입니다.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절차가 마무리되기 직전에 생명공학의 법적 개념이 의학의 일부로까지 확대되고, 생명공학 주관 부서인 과학기술부의 권한이 강화되었으며, 생명공학계와 관련 산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된 것입니다. 이러한 입법태도는 우리나라에서 첨단 생명공학에 있어서, 생명윤리 존중 입장보다는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다. 그러나 생명공학을 육성함에 있어서 생명윤리 문제를 등한시하거나 생명윤리를 존중하지 아니하는 정부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합니다. 

생명윤리는 생명공학의 전제이고, 생명공학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헌법상 최고 근본규범인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의 보호를 위하여 생명윤리적 성찰과 법규범적 규제를 하는 것은 생명공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닙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 인류의 미래 세대를 지키려는 것입니다. 생명공학계의 책임윤리를 촉구하며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하여 생명공학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거시적으로 볼 때 생명윤리 존중 입장은 생명공학 육성 정책과 관련하여서도 오히려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보증합니다.



2. 1999. 9. 13. 시민패널 보고서 내용 등 백안시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의 생명윤리 관련 입법시도는 1997년부터 있었고 정부차원에서는 2000년부터 나름으로 입법 준비를 하여왔다고 할 수 있는데,  본래 우리나라에서 시민 여론은 현행법의 내용과 달리 생명윤리적 입장이 우월하였습니다.  이는 종교계나 윤리학계를 중심으로 한 입장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즉, 1999. 9. 10. ~ 13. 연세대에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최한 생명복제기술합의회의에 참가한 시민패널 16인은, 언론방송 등을 통하여 공개 모집되어 최종 선정된 시민들로서, 생명복제기술의 논란과 관련된 전문가 패널의 강의를 듣고 토론과 조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민패널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인간 생명의 시작에 관하여 16인 중 14인이 수정 직후부터라고 합의하였고, 나머지 2인만 수정 후 14일부터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첨단 생명공학의 실상과 윤리적 문제에 관하여 조금만 알게 되면 우리나라 일반 시민의 건전한 양식과 기준에 비추어, 배아는 수정 시부터 인간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나 한림대학교 인문학연구소 등 종래 시민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전국적 여론조사도 수차례 있었으나, 그 당시 여론조사 결과가 일부 생명공학자의 입장에 맞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당국자나 국내언론은 이를 백안시하였습니다.


3. 2001. 7. 10.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내용과 사후 변경 등
 과학기술부는 2000. 9. 국무조정실에서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구성 ․ 운영방향이 결정됨에 따라 2000. 11.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장관 직속으로 설치하였고, 이에 위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생명공학의 윤리문제에 관한 연구 활동을 하여, 2001. 7. 10.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의 기본 골격을 발표하였습니다.
 위 시안에 의하면, 이종간 교잡배아 창출 금지,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배아 창출 금지, 불임치료 목적 이외의 난자 채취 금지, 불임치료 목적 이외의 인간배아 창출 금지, 불임치료 목적의 체외수정 배아 보호(단 폐기될 동결 배아 이용 연구는 한시적 허용),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가능한 한 성체 줄기세포 연구로 유도하는 방향으로의 국가 지원 등 내용인 바, 현행법의 내용에 비하여 생명윤리 입장이 보다 존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학기술부는 위 자문위원회의 시안을 무시하고, 이후 위 자문위원회 자체도 백안시하여 오던 중 위 시안 발표 1년 여 후인 2002. 7. 18. 설명회를 자청하여, 위 자문위원회의 시안과 달리, 체세포 복제배아 및 이종간 교잡배아를 금지하지 않고 앞으로 신설할 생명과학윤리안전위원회에서 그 허용여부를 검토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번복 ․ 발표하였습니다. 과학기술부는 번복된 새로운 시안에 관하여, 그 골격만 밝혔을 뿐 시안 자체는 공개하지 아니하였습니다.


4. 2002. 초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법 시안과 전후 문제
 보건복지부는 2002. 초 생명윤리법 시안의 골격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하여 2001. 10. 제출받은 ‘생명과학 관련 국민보건안전 ․ 윤리확보를 위한 정책개발 및 인프라 구축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이의경 박사)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위 시안의 골격에 의하면, 임신 목적의 체세포복제배아는 물론 치료 목적의 체세포복제배아도 생산 불허, 이종간 교잡 불허 등 내용인 바, 현행법의 내용에 비하여 보다 생명윤리적 입장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02. 7. 15. 공청회를 개최함에 있어서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를 통하여 ‘치료 목적이라도 체세포복제를 허용할 경우 인간 개체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든 체세포복제를 금지하였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종래의 연구결과를 일체 공개하지 아니하여 오다가 위 공청회 개최에 앞서 휴일을 포함하여 불과 4일 전에야 공청회 개최 예정사실을 발표하였고, 공청회 개최 전에 이미 국무조정실에는 공청회 발표와는 다르게 치료 목적의 체세포 복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안을 제출한 상태라는 언론보도(가톨릭신문 2002. 7. 20.자, 경향신문 2002. 7. 22.자) 까지 있는 등, 당시 입법 준비과정에서 생명윤리적 비난을 의식한 밀실행정과 형식적 전시용 공청회 개최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위 생명윤리법 시안을 골격만 밝혔을 뿐 시안 자체는 공개하지 아니하였습니다.



5. 현행법의 입법 경과와 생명윤리적 입장의 왜곡
 가. 정부는 2002. 9. 24. 보건복지부안으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고(보건복지부 공고 제2002-122호), 2003. 4. 보건복지부가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을 확정하여 법제처에 송부하였으며, 그 후 2003. 10. 14. 최종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당국자나 언론이 종래 생명윤리적 시민 여론이나 연구결과에 대하여는 생명공학 육성 정책에 맞지 아니하다고 백안시하고 반면 생명공학의 연구결과에 관하여는 집중적으로 홍보하여 오다가, 결국 충분한 사회적 합의과정도 거치지 아니한 채 밀실행정과 부처간 힘겨루기 끝에 생명공학 육성을 바라는 국가정책 하에서 과학기술부, 생명공학계와 산업계 등의 강력하고도 집요한 요구로 인하여 생명윤리적 입장과 생명공학적 입장을 평면적으로 절충한 형태로 입법예고한 것입니다.
 입법예고안은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법률안 명칭에 사용하고 있으나 생명윤리 존중 입장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BT 관련 대규모 예산 및 인력 증대 문제 등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의 부처간 대립 양상에서, 부총리 부서인 과학기술부는 산자부 등 관련 부처와 생명공학계 등을 동원한 세 과시, BT 벤처 이익 대변 자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역이용한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하여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생명공학 육성 정책을 강조하여 왔고, 보건복지부는 당시까지 종래 2년간 담당부서 또는 담당자가 세 번이나 교체되는 등 생명윤리에 관한 사명이나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결국 보건복지부가 생명공학 육성 입장에 굴복하여 타협하는 태도로 나간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체세포핵 이식 연구의 허용에 관한 단서 조항 삽입(입법예고안 제11조 제4항 단서), 체세포핵 이식의 개념 정의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사실상 이종간 체세포핵 이식을 허용(위 안 제2조 제2호), 잔여배아 연구의 허용(위 안 제14조) 등).
 더구나 그 후에도 국회에 법률안이 제출될 때까지 이례적으로 13개월 가까이나 정부 내에서 이견 조정을 한다면서 사실은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정부의 내부 심사단계마다 계속 추가로 반영되면서 생명윤리적 입장은 더욱더 경시되고 왜곡된 상태로 변하여 버렸습니다(보건복지부 확정안은 체세포복제배아에 관한 별도의 규정(제4장 제2절)을 신설하고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등으로 다시 왜곡되었고, 그 후 정부안은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 금지에 관한 직접적 명문 규정을 삭제하고 잔여배아 실험을 일반 연구 목적으로도 허용하는 등 또다시 왜곡되었습니다).
그리고 입법 경과의 어느 단계에서 일단 침해되거나 왜곡된 부분의 생명윤리 입장은 그 이후 어떤 단계에서도 회복되거나 바로 잡아지지 아니하고 굳어져버린 것입니다.
 
 나. 생명윤리법은 국회가 정부안의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모두 그대로 이용한 채, 제안 형태만 국회 대안으로 바꾸어 2003. 12. 29. 통과시킨 것입니다. 제16대 국회에는 정부안 제출 당시 이미 배아와 관련된 생명윤리에 관하여 7건의 법률안 내지 청원이 각 제출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기존의 여러 법률안이나 청원을 모두 폐기하고 정부안을 사실상 채택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존의 여러 법률안과 청원을 정부안과 함께 모두 폐기하면서, 실제로는 정부안의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여 국회 대안이라며 국회가 스스로 제안하는 형식으로 통과시킨 것입니다.
 당시 제244회 국회(임시회)는 2004년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제16대 국회의원들의 사실상 마지막 국회로서, 그 전의 정기국회 회기 때부터 있어 왔던 정쟁이 임시국회에서도 계속된 탓에 많은 법안들을 제대로 심사할 계제가 되지 못하였고, 회기종료 직전인 2003. 12. 29. 여러 법률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생명윤리법도 통과시킨 것입니다.



 6. 맺음말 
 배아 연구 즉,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생명윤리법의 규정들은 생명윤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법률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 실질을 보면 생명윤리에 위반되는 즉, 생명윤리에 관한 실질적 법규범에 위반되는 법률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는 종래 생명윤리에 입각한 시민 여론이나 연구결과에 대하여는 생명공학 육성 정책에 맞지 아니하다고 백안시하고 반면 배아 관련 생명공학의 연구결과에 대하여는 집중적으로 홍보하여온 정부 정책 하에서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정부의 밀실적 심사단계마다 계속 추가로 반영되면서 생명윤리적 입장은 더욱더 경시되고 왜곡된 결과이며, 경제주의와 과학기술주의가 공리주의를 교묘하게 업은 채 생명윤리보다 우월적으로 입법에 반영된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배아 줄기세포 연구 관련 규정들을 비롯한 생명윤리 침해 규정들은 조속히 개폐되거나 헌법적 판단을 통하여 무효화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생명윤리법이 그야말로 법률 명칭에 걸맞게 첨단 생명공학으로 인한 위험요소에 대하여 생명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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