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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조덕제     2015-06-12 14:17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법정책적 문제점(2005. 4.)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법정책적 문제점




 조 덕 제 변호사

* [시민과 변호사] 통권 135호(2005년 4월호),

서울지방변호사회, 제53-68




1. 머리말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2005년 1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위 법률은 2003년 12월 29일 국회 의결을 거쳐 2004년 1월 29일 법률 제7150호로 공포되었는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배아 등의 생성 ․ 연구, 유전자검사, 유전정보 등의 보호 및 이용, 유전자치료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은 생명공학의 육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에 대한 윤리적 접근을 시작한 최초의 법률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가 있다. 그러나 위 법률은 입법 과정에서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사실상 우월하게 반영된 결과 여러 가지 생명윤리적 문제를 안고 태어난 태생적 장애 상태가 되고 말았다.
입법 과정에서 논의의 초점이 되어온 것 중의 하나는 인간배아 관련 규정의 내용이다.
인간의 배아(Embryo)는 수정 후 약 14일이 지나면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나타나게 되고, 이후 각 세포들이 구체적인 신체기관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인간 배아에서 장차 어떠한 신체기관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줄기세포(Stem Cell)를 추출, 배양하면 필요한 신체기관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수정 후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배아를 난치병 치료 등을 위한 매력적인 실험의 자원으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다는 것은 그 배아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배아의 생명 보호 및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하여 윤리적, 법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배아 관련 규정을 중심으로 위 법률의 입법 배경과 과정을 먼저 살펴본 후, ‘배아의 정의’와 ‘배아의 생성 ․ 연구’ 등에 관한 현행 법률의 내용과 문제점, 인간배아 연구(실험)의 대안을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입법 배경과 과정

  가. 생명공학육성법의 취지
 (1) 우리나라는 일찍이 1983. 12. 31. 법률 제3718호로 생명공학육성법을 제정하였다. 위 법은 생명공학 육성을 통한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의 수립,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와 생명공학실무추진위원회의 설치, 한국생명공학연구소의 설립, 공동연구의 촉진, 관련 산업체에 대한 지원, 기술정보의 수집과 보급, 생명공학육성시책 강구, 생명공학연구 관련 조세감면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제정되기 직전인 2003. 12. 9. 생명공학육성법중개정법률이 국회 의결을 거쳐 2003. 12. 30. 법률 제7014호로 공포되어, 2004.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개정된 법률의 주요 내용은, 생명공학의 법적 정의를 기초의과학(基礎醫科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고(제2조), 기초의과학의 연구개발 및 육성업무를 과학기술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의 공동 소관으로 하며(제13조 제1항), 그 외 생명공학의 산업적 응용촉진에 대한 정부의 지원시책 강구 의무를 규정한 것(제11조) 등이다.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절차가 마무리되기 직전에 생명공학의 법적 개념이 의학의 일부로까지 확대되고, 생명공학 주관 부서인 과학기술부의 권한이 강화되었으며, 생명공학 산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이러한 입법태도는 우리나라에서 첨단 생명공학에 있어서, 생명윤리 존중 입장보다는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2) 생명공학육성법은 근본적으로 생명공학의 육성에만 치중하였고 생명공학   과 관련한 생명윤리 문제에 관하여는 법률 차원의 아무런 규제나 안전장치를 두   지 아니하였다.
 다만 정부에 대하여 생명공학 연구 및 산업화의 촉진을 위한 실험지침을 작성 ․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그 실험지침 안에 생물학적 위험성,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및 윤리적 문제 발생의 사전 방지에 필요한 조치와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이전 ․ 취급 ․ 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도록 위임한 정도이었다(제15조).
 그러나 정부는 위 실험지침마저도 마련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다가 입법 후 14년 만인 1997년 4월 22일 유전자재조합실험지침 1개를 겨우 작성하였을 정도로, 생명윤리 문제는 등한시하여 왔다.
        


나. 제15대 국회의 생명윤리 관련 법률안 
 생명윤리에 관한 정부의 입장이나 관련 정책이 위와 같은 상태에서, 1997년 7월 3일 장영달 의원 외 46인이 생명공학육성법중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고, 1998년 11월 19일에는 이상희 의원 외 35인이 생명공학육성법중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위 법률안들은 생명공학육성법 내에 생명윤리에 관한 규정을 추가하려는 것이었으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위)에 회부된 채 생명공학계, 산업계 등과  종교계, 시민단체 등 사이의 견해 대립으로 진척이 없게 되었다.그러자 우선 인간복제만이라도 금지하려는 의도로 1999년 11월 4일 이성재 의원 외 19인이 인간복제금지법안을 발의하였다. 위 법안들은 2000년 5월 29일 제15대 국회의원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되었다.


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

 (1) 2000년에 들어와서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초안한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가칭)’이 과학기술부 등 부처간의 지속적인 이견으로 난항을 거듭하던 중 2002년 7월 25일 국무조정실에 의하여 이후에는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절차를 1차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준비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이에 따라 2002년 9월 24일 보건복지부안으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이 입법예고되었다(보건복지부 공고 제2002-122호).   

      

(2) 2002년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은,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법률안 명칭에 사용하고 있으나, 생명윤리 존중 목적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생명공학 육성을 바라는 국가정책 하에서 과학기술부, 생명공학계와 산업계 등의 강력하고도 집요한 요구로 인하여 이미 생명공학 육성 목적과의 절충을 통하여 마련된 것이다. 절충 사례의 대표적인 내용은, 체세포핵이식 연구의 허용을 전제로 한 단서 조항 삽입(제11조 제4항 단서), 일정한 경우 잔여배아 연구의 허용(제14조) 등이다.                  
          

라. 제16대 국회의 생명윤리 관련 법률안과 청원(정부안 제출 이전)

(1) 2002년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에 대하여 과학기술부, 체세포핵이식 관련 생명공학계 등에서 체세포핵이식 연구(실험)의 보다 탄력적인 허용을 요구하는 등 생명공학 육성의 입장을 더 많이 반영하여야 한다는 이견을 제시하여 정부안 작성이 지연되었고, 이러한 터에 종교계, 여성계, 시민단체 등의 생명윤리 존중 주장은 더 이상 반영될 계제가 되지 못한 채 생명윤리 입장은 더 후퇴할 상황에 처하였다.


 (2) 이에 2002년 11월 6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간사 단체로 한 생명윤리법제정공동캠페인단이 대표 김환석 명의로 2002년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을 토대로 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 제출하였고(소개의원 김홍신 의원),
 이어서 1주일 후 2002년 11월 13일 김홍신 의원 외 87인의 발의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 제출하였는데, 위 법률안의 내용은  2002년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 내용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었다.


(3) 그러자 이에 반대하여 생명공학 육성을 우선하는 입장에서도, 2003년 1월 2일 국회 과기위 앞으로 이상희 의원 외 26인의 발의로 정부의 과학기술부 시안을 토대로 한 ‘인간복제금지및줄기세포연구등에관한법률안’을 제출하였다.그리고 다음날인 2003년 1월 3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도 이원형 의원 외 19인의 발의로 위 법률안과 같은 취지의 ‘인간복제금지및줄기세포연구등에관한법률안’을 제출하였다.


 (4) 한편 종교계에서는, 2003년 3월 27일 김덕규 의원 외 41인의 발의로 천주교의 입장을 반영한 ‘생명윤리기본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 제출하였고, 2003년 4월 21일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가 위원장 김일수 명의로 ‘인간배아보호법’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앞으로 제출하였다(소개의원 정세균 의원). 종교계의 법안이나 청원 내용은 체세포핵이식과 잔여배아 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5) 그 결과 16대 국회에는, 정부 부처간 이견 조정이 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의 각 입장을 대변한 5개(실질적으로는 두 가지 종류)의 법안과 청원, 종교계의 입장을 대변한 2개의 법안과 청원이 각각 제출된 채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국회는 단일안 형태의 정부안이 제출되기를 기다리는 형국이 되었다.

 

마. 보건복지부가 확정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

 이러한 상태에서 2003년 4월 30일 보건복지부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안’을 확정하여 법제처에 송부하였다. 보건복지부가 2002년 9월 24일 입법 예고한 이후 7개월 이상 과학기술부와 이견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부와 생명공학계의 집요한 요구에 따라, 체세포복제배아에 관한 별도의 규정(보건복지부 확정안 제4장 제2절)을 신설하고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사실상 허용하는 등 보건복지부 확정안은 종전의 입법예고안보다 퇴보한 내용이 되었다.    
    
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

 (1) 그 후 2003년 10월 14일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는데, 이 정부안은 보건복지부 확정안이 2003년 4월 30일 법제처에 제출된 이후 5개월 이상 차관회의 등을 통하여 또 다시 힘겨루기 끝에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추가로 더 반영된 결과물이다.


(2)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 금지에 관한 직접적 명문 규정이 삭제되었다.
그 결과, 인간개체복제 목적으로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를 한 경우, 본래 보건복지부 확정안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하게 되어 있던 것을(위 보건복지부 확정안 제48조), 정부안에서는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를 무단으로 한 경우와 같이 취급됨으로써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은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위 정부안 제51조 제1항 제6호), 처벌 수위가 교묘하게 하향 변경되었다.


(3) 잔여배아의 연구도 그 목적 범위가 교묘하게 확대되었다. 
즉 잔여배아의 연구를 할 수 있는 목적과 관련하여, 2003년 4월의 보건복지부 최종안은 제14조 제2호에서, ‘2. 근이영양증 등 그 밖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및 시술’로 규정하고 있었다.그런데 그 후 정부안과 현행 법률은 제17조 제2, 3호에서, ‘2.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3. 그 밖에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로 변경 ․ 확대되었다. 제3호에서 교묘한 문언 정리를 통하여 종전의 희귀 ․ 난치병 연구 목적에 한정하였던 취지마저도 사라지고만 것이다. 이는 정부안 확정과정에서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우월하고 또한 집요함을 알 수 있는 하나의 대표적인 증거이다. 법문 정리에 있어서의 교묘한 기술이 입법과정에 반영된 것은, 첨단 생명공학 분야의 전문성과 관련하여 입법자나 법조계가 잘 알지 못한다면서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책임을 다하지 아니한 점도 하나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 현행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정

(1) 현행 법률은 이상과 같은 경과로 작성, 제출된 정부안이 내용은 모두 그대로 한 채 제안 형태만 국회 대안으로 바뀌어 2003년 12월 29일 국회의 의결을 거친 것이다.
서로 다른 내용으로 제출되어 있던 기존의 여러 법률안이나 청원에 대하여는 국회 대안을 이유로 모두 폐기하기 위하여 위 정부안도 함께 폐기하면서, 실제로는 가장 늦게 제출된 정부안의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여 국회 대안이라며 국회가 스스로 제안하는 형식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당시 제244회 국회(임시회)는 제16대 국회의원들의 사실상 마지막 국회로서, 직전정기국회 회기 중의 정쟁 등과 관련하여 처리하지 못한 많은 법안들을 제대로 심사할 계제가 되지 아니하였고, 회기종료 직전인 12월 29일 여러 법률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도 통과된 것이다.


(2)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실제로는 정부안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안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상태에서 생명윤리 존중 입장과 생명공학 육성 입장을 평면적으로 절충한 형태로 입법예고 되었을 뿐 아니라, 그 후 국회에 제출될 때까지 이례적으로 13개월 가까이나 정부 내에서 이견 조정을 한다면서 사실은 밀행적 힘겨루기 끝에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정부 내 심사단계마다 계속 추가 반영되면서 생명윤리 입장은 더욱더 퇴보한 상태로 변하여 버린 것이다.


(3)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은 법률 명칭에는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생명윤리 존중 입장과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라는 두 가지를 절충하는 것을 전제로, 제1조(목적)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병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명권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최고의 헌법규범으로서,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보다 우선하므로, 위 법률은 목적 규정에서부터 이미 적절하지 아니한 것이다.
더구나 위 법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생명윤리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허다하고 특히 생명윤리 논의의 초점인 배아에 관한 규정들은 오히려 반(反)생명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인간배아에 관한 현행 법률의 내용과 문제점

가. 배아의 정의 관련


(1)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는 배아의 법적 정의에 관하여 ‘배아라 함은 수정란 및 수정된 때로부터 발생학적으로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까지의 분열된 세포군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위 규정은 배아에 관하여, 발생학적 개념을 도입하여 법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발생학적으로 볼 때, 모든 장기가 형성되는 약 8주까지의 존재를 배아로, 그 이후 장기가 양적 성장을 하는 기간의 존재를 태아(Fetus)로 흔히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발생학적 개념은 시기적인 이유와 생명체의 조건과 기능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서, 배아의 생존능력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3) 그런데 배아에 관한 윤리적, 법적 논의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전제는, 배아의 개념이 발생학적, 과학적 개념이 아니라 규범적 개념이라는 것이다.이와 관련하여 태아의 법적 의의에 관하여 보면, 우리나라의 학설 ․ 판례는 발생학적 분류와 다른 규범적 개념을 정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형법상 태아의 시기(始期)에 관하여 학설상으로는 수정시설과 착상시설이 있는데, 어느 학설에 의하더라도 태아의 법적 개념에는 수정 후 8주 이후라는 발생학적 태아 단계만이 아니라 발생학적 배아 단계도 일정 부분 포함되어 있다.사법상 태아의 의의도, 모체 내에 있으며 장차 자연인으로 출생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발육의 정도는 이를 묻지 아니하는 바, 이 또한 발생학적 태아 개념과 다르다. 그리고 낙태죄에 관한 대법원판례는,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라고 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학설 ․ 판례상 태아의 규범적 개념에는 발생학적 분류상의 배아 단계도 포함되어 있다. 발생학적 분류상의 배아도 단순한 생물학적 재료, 즉 세포덩어리가 아니라 생명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헌법 체계 하에서 배아의 생명은 인격의 근원으로서 그 존엄과 가치를 법적으로도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스스로는 자신을 방어하거나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생명이다. 거대한 현미경적 폭력 앞에 노출된 연약한 생명이다. 그러므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필요한 생명인 것이다. 물론 위 판례는 모태 내 착상을 전제로 한 생명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착상 전의 배아라고 하여, 그리고 체외에 있는 배아라고 하여 차별할 실질적 이유는 없다. 배아, 태아, 출생한 인간은 동일한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에서는 형법 및 사법상의 개념과 달리, 굳이 발생학적 분류 개념을 도입하여  배아를 정의하면서, 발생학적으로 일정 단계까지를 구분하여 그 단계까지의 배아를 세포군이라고 한 입법 의도는 무엇일까?
인간 생명의 발생에 있어서 일정 단계까지를 법적으로 구분하여 세포덩어리로 규정한 것은, 윤리적, 법적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게 배아 실험을 허용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아를 세포덩어리로 정의함으로써 실험의 대상인 물질 내지 물건으로 보는 것은 생명공학적 관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배아 정의 규정은 이미 배아 실험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법률명칭에는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법률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反)생명윤리인 것이다.


(5) 참고로, 1990년 12월 19일에 공포된 독일의 배아보호법 제8조 제1항은 ‘이 법에서 배아라 함은 세포핵융합 이후 수정되어 분화능력이 있는 인간의 난자를 말하며, 나아가 일정한 조건하에서 분열하여 인간 개체로 발생할 수 있는 배아로부터 채취된 미분화된 모든 세포를 포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리, 배아가 세포로서 갖는 인간의 잠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배아가 단순한 세포덩어리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 인공수정배아의 생성 ․ 연구 관련


 (1)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3장 제2절은 인공수정배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에서 인공수정배아는 인간의 정자와 난자를 인공적인 방법으로 수정시켜 생성한 배아를 의미한다.
위 법률에 의하면, 누구든지 임신 외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여서는 아니 된다(법률 제13조 제1항).
위 법률 규정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법률 제51조 제1항 제3, 4, 5호).


(2) 한편, 위 법률은 ‘잔여배아라 함은 인공수정으로 생성된 배아 중 임신의 목적으로 이용하고 남은 배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법률 제2조 제2호), 이러한 잔여배아의 연구 내지 실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보존기간이 경과하고 발생학적으로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의 잔여배아(법률 제2조 제3호)를, 불임치료법 및 피임기술의 개발을 위한 연구,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그 밖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법률 제17조). 위 법률 제17조를 위반하여 잔여배아를 이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법률 제51조 제2항)


(3) 인공수정배아에 관한 위 규정들은 배아 생성과 연구 등에 관하여 나름으로 어떠한 요건을 정하고 있고, 위반 시의 처벌 규정이나 그 외 행정적 관리감독 규정도 있는 등 일견할 때에는, 생명윤리 존중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위 규정들은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희귀 ․ 난치병 연구만이 아니라, 피임 연구를 위하여도, 나아가 하위법령에 대한 사실상 백지위임을 통하여 사실상 제한 없이 인간배아 연구(실험)를 허용하여 버린 것이다.
위 법률의 근본적인 문제는, 배아 실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준 것이다. 하위 법령에 대한 사실상 백지 위임에 따라 그 실험의 허용 범위도 나날이 확대될 것이 뻔하다. 배아 정의 규정에서 배아를 세포 덩어리로 본 관점은, 배아를 물질이나 물건처럼 ‘보존’이나  ‘폐기’의 대상으로 규정하고(법률 제16조 등), 개방적으로 연구를 허용하는 것으로 필연적 귀결이 되고만 것이다.


 (4) 위 법률에서는 잔여배아를 생명과학기술의 연구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까지 마련하여 두면서도, 임신의 목적으로 인공수정배아를 생성하는 경우에 있어서 생성 배아의 수효에 관한 제한 규정이나, 그 외 인공수정의 전제와 기준,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은 법률 차원에서 마련하여 두지 않고 있다. 이는 사실은 처음부터 실험 목적이면서도 임신의 목적을 빙자하여 과다하게 잉여배아를 생성하는 빌미가 될 것이다.
배아의 정의에서도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은 반(反)생명윤리적 입법취지와 우리나라의 낮은 생명윤리 의식수준, 무모한 의료계의 관행, 과학기술계의 팽배한 실험 수요 등을 종합할 때, 앞으로 인공수정배아의 다량 생성, 잔여배아를 통한 실험, 타 연구처 공급 등 반생명윤리적 사태의 발생이 심히 우려된다.


 (5)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모체에 착상되거나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의 초기 배아는 여전히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오히려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로 인하여  법적 면죄부까지 얻게 되어 배아 생명에 대한 침해가 종전보다 더 많아질 위험에 처하였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6) 그리고 우리의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 태도 자체가 인간 생명의 존엄과 관련한 생명윤리 존중보다는 생명공학 육성에 더 호의적인 상태에서, 위 법률에 의한 법적 제재와 관리 감독만으로는 생명윤리적 위험에 대한 실효적 예방과 대책이 되기 어렵다. 


(7)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을 비롯하여 국제적으로는 배아에 대한 연구(실험)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 반대편에서 법적으로 배아연구(실험)를 서둘러 허용하고 나선 것은 무지하거나 무모한 입법정책이 아닐 수 없다. 

 


다. 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 ․ 연구 관련

 (1)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3장 제3절은 체세포복제배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에서 체세포복제배아라 함은 핵이 제거된 인간 또는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행위, 즉 체세포핵이식행위(법률 제2조 제4호)에 의하여 생성된 배아를 말한다(법률 제2조 제5호).
위 법률에 의하면, 누구든지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목적 외에는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 규정에 위반하여 희귀 ․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목적 외에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법률 제51조 제1항 제6호).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할 수 있는 연구의 종류 ․ 대상 및 범위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법률 제22조 제2항).


 (2) 위 법률은 인간복제와 구별하여 배아복제(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 생성 또는 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이라는 용어 사용)를 규정하면서 일정한 연구목적의 배아복제를 허용하고 있는 입법형태이다. 이러한 법제는 복제의 목적에 따라 인간개체복제를 위한 생산적 복제와 질병치료 목적의 치유적 복제로 구분하는 방법에 의한 것으로서, 이론적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할지라도, 현실에 있어서는 치유적 복제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생산적 복제 즉 인간개체복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아복제(체세포복제에 의한 배아생성) 문제는 인간개체복제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은 배아복제를 인간복제 관점이 아니라 배아연구 관점에서 별도로 규정하면서, 배아복제를 일정한 연구목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인공수정 후 잔여배아가 실험자원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사정과 관련한 생명공학계의 실험 수요 때문이다. 즉 생명공학 육성 입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현행 법률과 달리, 배아복제(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 생성)는 본래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에서는 제3장 ‘인간복제 등’에서 다루고 있었다.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가 절대적 금지 사항으로 되어 있었음은 물론(위 안 제10조 제1항 제1호), 그 외 어떠한 체세포핵이식(복제)도 금지한다는 원칙 규정이 명시되어 있었다(위 안 제11조 제4항).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 외 일체의 체세포복제에 대하여, ‘다만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그 허용을 결정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으나(위 안 제11조 제4항 단서),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이 아니라, 개별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전제로 한 개별적 허용 결정을 필요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었기에, 이는 모든 체세포핵이식을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3) 위 법률은 생산적 복제와 치유적 복제를 구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묘한 문언 정리를 통하여, 인간개체복제 목적으로 배아복제하는 경우와 연구목적으로 배아복제하는 경우를, 법적 취급에 있어서 실제로는 구별하지 아니한 채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즉 위 법률 제51조 제1항 제6호에 의하면,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체세포핵이식행위(로 인한 배아복제)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는데, 인간개체복제에 관한 제11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체세포복제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서는 아니되며, 착상된 상태를 유지하거나 출산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만 규정하는 한편,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 금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 금지 규정은, 정부안 작성 과정에서 삭제되었다), 인간개체복제 목적의 배아복제도 결과적으로 위 법률 제51조 제1항 제6호에 의하여,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배아복제와 단순하게 같이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개체복제 목적으로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를 한 경우, 본래 보건복지부 확정안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하게 되어 있던 것을(보건복지부 확정안 제48조), 정부안 및 현행 법률에서는 일정한 연구목적 외의 배아복제(체세포복제배아 생성)를 무단으로 한 경우와 같이 취급됨으로써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은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정부안 제51조 제1항 제6호), 교묘하게 처벌 수위가 하향 변경된 것이다. 


 (4) 한편 현행 법률은 제12조
 제2항 제2호에서, 이른바 ‘이종간(異種間) 체세포핵이식행위’를 절대적 금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그런데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논리적으로 두 가지 유형이 있는 이종간 체세포핵이식행위 중 한 가지는 ‘이종간 체세포핵이식행위’가 아니라 ‘체세포핵이식행위’(이는 일정한 연구 목적인 경우 법률상 허용하고 있다)로 둔갑되어 있다. 따라서 이종간 체세포핵이식행위 금지 취지는 법률 자체에 의하여 그 절반의 경우가 이미 무력화되어 있다.즉 소나 돼지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실험을 주로 하여온 수의학자 등은 사활을 걸고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의 허용을 요구하여 왔는데,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이 이른바 반인반수 등 인류사회에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공할 위험이 우려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절대적 금지 쪽으로  굳어지자,  입법자는 ‘체세포핵이식’의 개념에 관하여, ‘핵이 제거된 인간 또는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법률 규정에 의하여 정의하는 편법을 이용한 것이다(법률 제2조 제5호). 이는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안에서부터 생명공학계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그리하여 생명공학계는 이종간 체세포핵이식 실험에 관하여, 이제 법적 면죄부까지 받게 되었는데, 이러한 입법사례는 우리나라 생명공학계의 입장을 그대로 입법에 반영하기 위한 대표적 편법이라고 할 수 있다.이에 따라 법률 규정은, 이종간 체세포핵이식의 논리적 두 가지 유형 중, 생명공학계에서 흔히 실험하여 온 첫째 유형인,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경우는 이종간 이식이 아니고, 둘째 유형인, 인간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경우만을 이종간 이식이라고 한 기이한 형태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생명공학계는 첨단 공학과 관련하여 기술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법적 면죄부는 사실상 거의 다 얻은 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생명윤리에 관한 법률이 생명윤리를 침해한 것이 되었다.


(5)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복제배아 생성은 바로 무성생식에 의한 배아복제이다. 배아복제는 인간개체복제로 진행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에 대한 직접적 훼손이 예상된다. 배아복제의 허용문제는 생명과 인권에 대한 국가적 이해 수준을 드러내는 바로미터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법률과 법정책에 대하여 심각한 생명윤리적 성찰이 절실히 필요하다.   

 

라. 학문 연구의 자유와의 관계

(1) 먼저 과학과 기술의 관계를 보면, 과학(Science)은 체계화된 이론적 지식이라고 할 때, 기술(Technology)은 그 이론적 지식에 대한 실천 내지 적용이다. 본래 순수한 이론으로서의 과학 자체는 가치중립적일 수 있으나, 기술은 가치내재적, 가치지향적이고 인간의 가치화의 산물이다.
그런데 생명현상에 대한 첨단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명과학기술이라는 용어 이외에 생명공학(Biotechnology)이라는 용어가 상례화 되었다. 생명공학은 한쪽 발은 과학(또는 연구)에, 그리고 다른 한쪽 발은 기술(또는 산업)에 딛고 있지만 귀착지는 기술(Technology)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가치지향적일 뿐 아니라, 특히 생명공학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고 있어 생명공학자로서도 부와 명성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영역으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생명과학기술 내지 생명공학은 더 이상 순수한 학문의 영역만이 아닐 뿐 아니라 경제주의, 국가 경쟁력 강화 정책 등과 결합하여 막강한 권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생명공학이 순수한 이론으로서의 학문의 영역만이 아닐 뿐 아니라 목전의 이익이나 성과에 치우쳐 근시안적 시각에서 무모한 도전을 감행할 위험이나 유혹이 심각하게 존재하는 상태에서, 생명과학기술 내지 생명공학 연구의 자유는 순수한 학문 연구의 자유와 동일시하기도 어렵다.
(2) 한편 학문 연구의 자유라는 범주에서 가정적으로 살펴보더라도, 학문 연구의 자유는 내재적 한계와 외부적 제한이 있는데,  인간배아 연구(실험)의 경우를 보면, 생명체를 대상으로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에 관한 침해를 연구자가 감행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대상이나 방법의 당위성이 학문적으로 논증되거나 통제된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학문 연구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에 해당할 뿐 아니라, 헌법적 공공의 안녕질서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로서 연구의 자유의 외부적 제한 사유 또한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인간배아 연구(실험)의 자유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인간배아 연구의 대안

  가. 헌법상 최고 근본규범인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 보호를 위한 생명윤리적 성찰과 법적 규제는 생명공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니다. 생명 자체를 수단으로 하거나 생명을 조작하는 등의 연구나 실험에 대한 윤리적 숙고나 법적 규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 인류의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함인 것이다. 생명공학계의 책임윤리를 촉구하며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하여 생명공학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나. 여기서 인간배아 연구(실험)에 대한 대안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안의 하나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배아가 아니라 성인의 골수, 신경, 지방 등 신체의 일부나 제대혈(탯줄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무엇보다도 생명윤리적 문제가 없다.
그리고 생명윤리적 문제가 없다는 윤리적 특징을 논외로 과학기술적으로만 보더라도, 첫째,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이미 임상적으로 적용되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고, 둘째, 배아줄기세포보다 다양한 공급원을 가지고 있으며, 셋째, 분화능력이 무한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예상외의 기형종과 같은 종양이나 유전자 발현의 불안정성이 없고, 넷째, 특히 제대혈로부터 추출하는 줄기세포는 뼈, 연골, 지방, 신경, 근육 세포 등으로 분화할 수 있어 다양한 분화능력도 확인되는 등 장점이 많다. 한편 성체줄기세포는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줄기세포의 수가 감소하고 분화능력이나 증식능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으나, 제대혈을 통하여서나 젊은 때에 미리 줄기세포를 확보하여 두는 등 방법으로 그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소홀히 한 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생명공학적 현실과 정부정책은, 생명윤리에 관한 무지와 무모함, 배아 연구(실험) 효과의 과대 포장으로 인한 장밋빛 환상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5. 맺음말

인간배아 연구(실험)에 있어서 법적 논의의 핵심은 인격의 근원인 배아의 생명권과 이미 출생한 인간의 건강권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인공수정 후의 잔여배아나 체세포복제배아 등에 대한 연구(실험) 문제는, 법률 규정이 성문화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 법적 논의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법규범의 실질적 내용은 법률 조문만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상위법인 헌법의 이념 아래에서 법체계에 대한 유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이해에 따라 비로소 정하여지는 것이다.그런데 우리나라의 헌법체계에서 인간의 존엄이 최고의 근본규범이고, 인간 존엄권의 핵심 내용인 생명권이 다른 기본권에 양보될 수 없는 최상위의 기본권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법체계하에서 인간배아 연구(실험)에 관한 현행 법률 규정은 생명윤리를 존중한다는 명목을 내걸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생명윤리적 성찰을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건강권을 위하여 생명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입법되어,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혼란하게 한 위헌적 법률이다. 이 점에서 인간배아 연구(실험)에 관한 현행 법률 규정은 법규범으로서의 실질적 효력이 심히 의심스럽다.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은 법률 명칭에 걸맞게 첨단 생명공학으로 인한 위험요소에 대하여 생명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법정책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생명윤리적 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사회적 합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경제주의와 과학기술주의가 우월하게 작용하여 생명윤리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제정된 해당 법률 규정은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첨언하는 것은, 생명윤리를 논함에 있어서 윤리규범과 법규범의 상관관계이다. 윤리와 법의 일반적 구별에 의하면, 윤리는 임의규범으로서 위반 시 비난이 따르는 정도이고, 법은 강제규범으로서 위반 시 제재가 따르는 것이며, 윤리의 최소한이 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 생명공학시대에 있어서 생명현상에 개입하는 행위 영역에 관한 한 윤리와 법, 즉 생명윤리규범과 법규범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생명윤리의 문제는 곧 법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생명공학시대에 있어서 생명윤리와 법규범에 관하여 법학자와 법조인의 연구와 참여가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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