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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박상은     2015-06-12 14:35
인간배아복제, 과학의 승리인가?(2005. 10. 17.)

 


인간배아복제, 과학의 승리인가?






         박상은 (샘안양병원장,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위원)

제2회 목회자를 위한 생명윤리세미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생명윤리"

발표일: 2005. 10. 17.



들어가며

지난 5월 20일, 서울대 황우석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와 함께 치료용 배아줄기세포 배양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2004년 2월 인간배아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배양 이후 한 단계 더 진전한 실험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지난 번 실험과 다른 점은 이번 실험에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체세포에서 핵을 채취해 이를 인간 난자에 주입해 인간배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유전자와 같은 인간배아를 만들어 여기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한 까닭에 면역거부반응은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최근의 인간배아복제를 통한 줄기세포연구 실험소식은 새로운 생명윤리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국가경쟁력을 내세워 우리나라가 BT산업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인간배아실험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척추손상환자나 난치병 환자들은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를 꿈꾸며 이러한 실험이 계속되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에 종교계와 여성계, 그리고 시민단체에서는 인간배아를 파괴하는 줄기세포연구는 궁극적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며, 난자를 이용하여 여성을 수단화하는 행위이기에 이를 반대하고 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으며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1. 인간배아복제란?

인간복제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대로 핵을 제공하는 원본 인간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새로운 인간개체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하는데, '인간배아복제'는 그와 다른 새로운 것을 의미하는가? 그렇지 않다. 모든 인간복제는 엄밀히 말하면 인간배아복제인데, 복제된 개체의 생존을 배아상태로 한정하여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이는 인간을 낙태한다기보다 태아를 낙태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덜 끔직한 것처럼 인간복제보다 배아복제라는 표현이 인간의 죄의식을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로 사용되리라 짐작된다.  인간복제는 크게 둘로 나눠 생식용 개체복제와 치료용 배아복제로 나누는데, 인간배아복제는 주로 질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의 추출에 있으므로 치료용 배아복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이를 생식용으로 바꾸어 개체를 복제해낼 수 있으므로 이 둘을 구별하여 관리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2. 인간 생명의 시작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배아가 과연 인간생명인가? 아니면 단순한 세포덩어리인가?"이다. 체세포 핵이식 배아복제는 이미 돌리 양 복제에 사용되었던 방법으로 이렇게 복제된 인간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심기만 하면 바로 인간복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배아는 영양분과 산소만 계속 주어지면 얼마든지 인간개체가 되는 것이다. 배아나 태아가 여느 세포덩어리와 다른 점은 바로 그 자체로 독자적 인간생명으로서의 모든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며 그 자체가 존중받아야 할 인간생명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생명을 다른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파헤치고 폐기시킨다면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며 생명경시풍조를 야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인간배아복제를 허용할 것인지 논하기 앞서 반드시 먼저 다루어야 할 주제는 바로 생명의 시작에 관한 논쟁일 것이다.  생명의 시작에 관해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는데, 수정순간을 시작으로 보느냐, 착상, 심박동개시, 뇌파 작동 시점, 자체 생존가능 시점, 분만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의학적으로 생명의 시작은 어느 순간일까? 정자가 여성의 질에 들어가면 20분 내에 나팔관에 도착하게 되고 여기서 난자를 만나 결합하게 되는데, 하나의 정자가 난자에 들어가면 수정란이 되면서 순식간에 막이 형성되어 다른 정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기전을 작동한다. 이 수정란에는 정자의 23개의 염색체와 난자의 23개의 염색체가 합쳐져 이미 46개의 인간의 염색체를 가지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세포에 불과하지만 독특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이며 또한 완전한 개체이다. 이 수정란에 영양분과 산소만 계속 공급되면 성장 발육하여 성인으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8번 세포 분열할 무렵 자궁에 착상하게 되고, 41회 세포분열 할 때쯤이면 바깥 세상을 구경하게 되며, 45회 세포분열하면 어느새 어른이 되는 것이다. 즉 수정란 이후의 과정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므로 어느 한순간을 선을 그어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시점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수정 시점을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관점이 가장 의학적이라 생각된다.  생명의 시작이 수정 시점부터라는 의학적 논거를 받아들일 때, 인간의 가치는 과학자들이 인위적으로 구분해 놓은 시기에 의해 변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정란과 배아가 가치에서 차이가 날 수 없으며, 배아와 태아가 생명의 존엄성에서 구별될 수 없으며, 신생아와 영아가 인간의 가치적 관점에서 차이를 둘 수 없는 것이다.


3. 현미경적 폭력

미국 클린턴 정부가 14일 이전의 전배아(배아를 자신의 목적에 따라 구분하였음)에 대한 실험을 사실상 인정하였는데, 이는 수정 후 14일이 세포덩어리에서 조직화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13일과 14일은 구별될 수 없으며, 14일과 15일 역시 이전과 이후를 생명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변화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즉 14일을 생명의 기점으로 잡는 행위는 논리적이지 못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으며, 인간의 생명이 정부의 결정에 의해 규정될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하게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또한 배아복제 과정을 통해 수많은 인간배아들이 손상받으며 상당부분의 배아들은 폐기처분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작은 인간들이 현미경 하에서 갖은 폭력을 당하며 무참히 살해되는 셈이다. 생명윤리학자들이 21세기를 현미경적 폭력의 시대라고 예고한 바와 같이 항거할 수 없는 연약한 인간배아는 거대한 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4. 인간배아복제의 영향

물론 복제된 인간배아를 이용하여 암과 같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을 개발해낼 수 있으며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장기공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식분야에 획기적인 해결책을 가져올 수 있으며, 나아가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지닌 여분의 인간을 냉동보관함으로 언제든지 이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도덕적 지위를 지닌 존재로 다른 무엇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다.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적 존재이기에 아무리 그 혜택이 크다 할지라도 수단적 존재로 여겨져서는 안될 것이다. 당장의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바람에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고귀함이 짓밟힌다면 이는 오히려 인류역사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배아복제는 인간개체의 정체성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시키며,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그동안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부부간의 유성생식을 통해 자녀를 출산해 오던 전통이 무너져 내리고, 남성과 여성이 필요치 않는 무성생식이 가능함으로써 인간사회의 버팀목이었던 가정마저도 여지없이 파괴될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즉 이러한 인간배아복제를 단지 과학적 행위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며, 사회학적, 인류학적, 철학적 및 종교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며 이를 위한 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복제실험은 소영웅주의 내지 실용주의적 이기주의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5. 인간배아복제의 대안

물론 난치병과 희귀병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줄기세포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줄기세포가 인간배아복제가 아니면 전혀 구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배아복제의 대안으로 성체줄기세포와 태반과 탯줄에서의 추출을 시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미 성체줄기세포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과학은 계속 발전시키되 인간생명은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확신한다.  처음에는 좀 더디 걸리는 것 같더라도 윤리적인 방법이야말로 과학의 발전을 더 견고하게 하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떠한 방법도 자행될 수 있다는 공리주의는 다음 단계의 인간욕구로 이어질 것이다. 줄기세포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장기를 얻기 위해 인간배아를 더 키워 수개월 된 태아상태로 발육시킨 후 장기를 얻어내는 방법이라든가, 인간개체복제를 시행한 후 필요한 장기를 분리한 후 복제된 인간개체를 폐기시키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인간생명은 연속적인 과정이기에 어느 시점에서 장기나 세포를 추출했느냐는 사소한 차이일 뿐이며, 결국 인간생명인 배아의 복제는 인간복제의 한 형태일 따름이다. 목적이 좋으면 어떤 수단도 허용될 수 있다는 논리라면 클로네이드사가 성공시켰다고 주장한 불임여성의 복제인간 탄생도 비난할 근거가 없어지는 셈이며, 모든 생명공학의 실험은 다 허용해야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6. 인간배아복제의 기독교적 접근

기업의 경쟁력이 윤리경영에 있듯이 진정한 국가경쟁력은 윤리적인 과학과 산업에 있다고 본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에 몰입하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이번 실험으로 외국의 생명공학계가 찬사를 보내왔지만, 또 한편으로 세계의 생명윤리계와 종교계에서는 한국의 비윤리적 실험강행에 대해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마치 생명윤리학자나 종교계는 과학의 발전을 늘 가로막는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과학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인도와 중국의 고대문명에서 현대과학이 꽃핀 것이 아니라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한 서구에서 과학이 발전되었음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기독교는 과학의 발전을 통해 난치병이 치료되고 불임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단지 이를 위해 다른 인간생명이 파괴되고 짓밟히지 않아야 한다고 믿기에 생명윤리의 테두리 안에서 생명과학이 발전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불임여성의 안타까움을 해결해야겠지만, 인간복제를 한다거나 필요이상의 많은 잉여인간배아를 만들어 냉동 보관하거나 폐기 처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인간배아를 복제하거나 인간생명을 파헤치는 생체실험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인간배아연구에 집착하는 대신에 더 과학을 발전시켜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하거나 인간배아를 헤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줄기세포연구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7. 여성의 인권유린

이번 실험은 과배란에 따른 여성신체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여성의 실험도구화와 인권유린의 소지가 있으며, 이러한 인간배아복제는 보다 건강한 인간 난자를 요구하게 될 것이기에 이미 성행하고 있는 비윤리적인 난자매매를 가속화할 수 있다. 아울러 복제한 인간배아를 특허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생명이 상품화될 뿐 아니라 생명공학자나 기업에 인간생명이 독점될 수 있기에 특허제도는 신중히 재고되어야 한다.

금번 실험은 과학기술부가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려는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왜 그토록 정부가 지연해 왔는지 그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확인하게 하였으며, 경제적 이익에만 혈연이 된 생명공학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자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러한 첨예한 인간배아실험을 허용한 정부나 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의 검토도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필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생명윤리기본법에 의해 구성될 대통령 직속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생명윤리에 대해 올바른 관점을 가진 위원이 많이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난치병 환자를 섬기는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하루 빨리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내면서 아울러 줄기세포를 얼마든지 추출해낼 수 있는 윈윈(Win-Win)의 과학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해 본다.


나가며

인간 생명과 관련된 생명윤리는 한 번 잘못 판단했을 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단회적인 생명을 다루고 있기에 그 어떤 실험보다도 신중하여야 하며 분명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시민단체, 종교계, 여성계, 환경단체들이 이러한 인간배아복제를 반대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철저하게 공리주의적으로 따져본다 하더라도 치매환자나 일부 환자의 치료효과를 위해 치루어야 할 대가는 한 번에 폐기처분 되어지는 수백 명의 인간배아의 고귀한 생명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야기될 인간생명 경시풍조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포함해야 하겠기에 결코 공리적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금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과연 인간 생명은 무엇인가? 인간 배아는 과연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할 인간 생명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을 위해 파헤쳐도 되는 세포덩어리인가? 한 해에 150만 명의 태아가 낙태로 죽어가는 세계 제일의 낙태천국에서 이루어지는 생명파괴의 이 처참한 현장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과학의 이름이라면, 하고 있다고 다 옳은 일이며, 할 수 있다고 다 해도 되는 것인가? 자기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인간생명을 과연 누가 지켜줄 것인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행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우리 모두는 생명지기로서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연약한 인간 생명을 지키는 사명을 감당해 내며, 아울러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함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범주 안에서의 생명과학의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인간배아복제는 신이 인간에게 선물로 주신 신비로운 성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행위로 엄청난 불행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성감별을 통한 선택적 분만과 인공유산을 자행하므로 야기되는 숱한 문제들을 경험함으로 인간이 생명을 조절하려고 할 때 치러야 할 가정과 사회의 파괴를 알고 있다. 벌써부터 행해지고 있는 태아실험이나 유전자조작, 원숭이와 인간의 교배실험 등은 인간배아복제로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과학이라는 이름 하에서라면 무슨 일도 용납되는 것일까? 윤리를 상실한 과학은 마치 브레이크 없이 비탈길을 질주해 달려 내려가는 덤프트럭과도 같다. 우리는 곧 닥쳐올 낭떠러지의 비참한 말로를 모른 채 덤프트럭 위에서 환호를 지르는 아이들처럼 인간복제를 가능케 한 과학의 승리를 내심 자랑스러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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