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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관련뉴스
작성자 : 경향비즈     2020-07-15 23:29
데이터청 설립? 빅브라더가 온다(2020. 7. 4. 기사)

데이터청 설립? 빅브라더가 온다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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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ㄱ씨(37)는 서울시청으로부터 ‘4.24~5.6 기간 중 용산구 이태원 등 인근에 계셨던 분들에게 안내드립니다. 해당 기간에 인근 업소 등을 방문하셨던 분은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검사받으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논란이 됐던 시기다.

ㄱ씨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가 아니다. 문자를 보고 놀란 그는 서울시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전화번호와 위치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기간 동안 이태원에 머물렀던 사람에게 안내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ㄱ씨가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직장까지 걸어다니는 탓에 대상이 된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이통통신 3사에 요청해 해당 기간 이태원에 ‘30분 이상’ 머물렀던 사람들 명단을 받았다. 감염병예방법상 통신사는 관계 부처가 요청하면 감염 의심자로 보이는 사람의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이름·전화번호·주소 등이다. 통신사는 통신 기지국에 접속한 위치정보로 명단을 추릴 수 있다. 서울시 안내문자를 받은 사람은 1만3000명이 넘는다.

ㄱ씨는 착잡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추적시스템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가령 노인이나 외국인에게는 이런 안내문자가 필요했을 것 같다. 하지만 꼭 이 방법밖에 없었나 싶다. 인근을 지나가기만 했는데 정부가 내 위치, 전화번호, 이름 심지어 주소까지 파악했다는 사실이 너무 소름 끼친다.”

ㄱ씨가 가진 문제의식은 최근 논의가 한창인 ‘데이터청’ 설립과 무관하지 않다.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데이터 활성화와 이를 위한 데이터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논의 없이 ‘산업활성화’ ‘4차 산업혁명’ 같은 실체 없는 단어를 앞세워 데이터청 설립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여야 입모아 “데이터청 만들겠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부터 ‘데이터부’ 혹은 ‘데이터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6월 16일 “데이터는 ‘디지털 원유’지만 꿰어야 보배”라며 데이터청과 데이터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력은 데이터 활용에 비례한다”며 데이터청 설립을 언급했다.

데이터청이란 어떤 조직인가. 취재를 종합해보면 ‘공공과 민간 데이터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 정도로 볼 수 있다. 통합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는 “공공분야 데이터는 해당 분야에만 한정된 게 한계”라며 “국가 차원의 데이터 전략 및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공공·민간 데이터를 포괄해 접근·관리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어떤 상태에 살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하는데 지금은 부동산 정보 하나만 보더라도 행정안전부·국세청·국토부 등 정보가 다 따로 있다. 부처별로 따로 놀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통합해서 (중략) 데이터청을 만들어서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빅데이터를 구축해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빅데이터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가령 국세청은 납세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과세를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전보다 수월하게 복지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파악할 수 있고, 부당한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는 부당수혜자도 찾아낼 수 있다.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맞춤화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빅데이터는 예측하기 힘들거나 흔히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 더욱 유용하다. 지진이나 해일 등 대규모 자연재해는 소규모 데이터로는 분석이 어렵지만, 빅데이터는 이를 가능하게 한다. 희귀질환도 마찬가지다.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정확도는 올라간다.

데이터청이 설립된다면 빅데이터의 활용은 공공부문에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민간이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데이터 민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데이터청을 신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 역시 민간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5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금융 데이터거래소 출범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5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금융 데이터거래소 출범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내 데이터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데이터청의 또 다른 핵심은 바로 ‘대가’다. 기업에 데이터는 돈이고, 데이터를 만드는 건 개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용자들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제공한다. 가령 페이스북에 인물 사진을 올리면 ‘아무개를 태그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데, 이는 인공지능(AI)의 정확도를 올리기 위한 작업이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알려주지 않아도 사진 속 인물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일찌감치 나왔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하차한 앤드루 양이 대표적이다. 앤드루 양은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으로 ‘테크체크(tech check)’라는 개념을 꺼냈는데 기업들로부터 데이터 사용료를 걷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자기업 후지쓰가 2017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도한 ‘개인 데이터 스토어’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용자가 개인 데이터 스토어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이는 익명으로 처리돼 중앙서버로 보내져 개개인 ‘맞춤’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활용된다. 후지쓰는 이렇게 모인 정보를 사용하는 대가로 사용자들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했다. 후지쓰는 정보를 얻어서 좋고 사용자는 대가를 받아서 좋은 셈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데이터가 모이는 만큼 개인정보가 침해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가 모여 있기 때문에 한 번 유출되면 그 타격 역시 이전보다 커진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기회가 많으면 그만큼 위험도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은 이후 다양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에 왜 속겠나? 개인정보를 이미 파악한 다음 ‘그때 광주 방문하셨죠?’라며 나를 잘 아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숨기고 싶은 민감한 질병 정보가 유출돼 보험이나 고용에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보라미 변호사는 “지금 정치권에서 오가는 이야기 수준으로만 보면 빅데이터를 구축해 정부가 관리하고 민간과 거래를 주선하겠다는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통합된 정보가 위험하기 때문에 부처별로 칸막이가 있고, 대기업이라 해도 계열사끼리는 정보별 칸막이가 있는 것”이라며 캐나다 토론토와 중국 사례를 언급했다.

■구글의 ‘스마트시티’ 시도는 왜 실패했나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캐나다 토론토시는 2017년 ‘스마트시티’ 건설에 합의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도시 곳곳에 설치한 IoT(사물인터넷) 센서 등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임원 중 한 명은 “나는 우리가 감시의 스마트시티가 아닌 ‘프라이버시’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으로 상상했다”며 사퇴했다.

중국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시민의 등급을 매긴다. 이른바 ‘사회 신용 시스템’이다. 각 개인에게 사회 신용 번호를 부여해 신용도에 따라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가령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 법원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 사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녀의 사립학교 입학, 고급호텔 숙박, 비행기 탑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부처의 정보가 통합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식별되지 않은 정보는 안전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식별되지 않은 정보라 해도 정보가 결합되고 활용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30대, 서대문구, 여성’이라는 데이터만 있을 때는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이 크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나이, 의료 정보, 결혼 여부, 신용정보 등이 결합하면 어떨까. 개인을 특정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실제 2006년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의 검색 엔진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연구 목적으로 65만 명의 검색 기록을 비식별화한 뒤 학술지에 공개했으나 언론이 정보를 교차 분석해 검색자를 찾아낸 것이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검색 기록을 조합해 사용자 번호 4417749가 조지아주의 릴번에 사는 62세 여성이라는 것을 알아내 인터뷰까지 했다.

이 같은 우려와 비판이 나오는 것은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보여준 행보 때문이다. 데이터 3법과 유사한 내용의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됐는데 당시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반대하고 막았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한 것은 ‘내로남불’이고 나중에 굉장히 후회할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데이터 3법은 연구와 통계 등의 목적으로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고, 금융기관이나 병원 등은 상업적 목적으로 가명 처리된 신용정보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데이터 3법을 ‘개인정보도둑법’으로 규정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만들어진 제도도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개인의 위치 정보와 신용카드 내역 등 28개 기관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을 10분 만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도 초기에는 유흥시설에 한정됐으나 최근에는 교회·장례식장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성당에서 신자들이 미사 참석 전 전자출입명부에 개인정보를 등록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성당에서 신자들이 미사 참석 전 전자출입명부에 개인정보를 등록하고있다. 연합뉴스

■“식별되지 않은 데이터도 안전하지 않아”
내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한 대가를 받는 부분은 어떨까.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사람들이 ‘대가’라고 생각할 만한 금액의 배당이 나올 수가 없다. 배당형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세금으로 가는 편이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가 세계 최초로 실시한 데이터 배당금은 1인당 120원이었다.

오병일 대표는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정부와 기업이 내 정보를 사용하니까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하면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처럼 들리지만 이런 논리가 개인정보의 상품화를 부추길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지금 입장에서는 데이터 배당을 소비자의 권리라고 환영만 하기에는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충분한 논의 없이 데이터청 설립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은 선임간사는 “정부는 산업활성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원유 같은 애매한 단어를 앞세우는데 실제로 얼마만큼의 산업적 가치가 있을지는 전혀 모른다”며 “데이터청 설립을 통해 개개인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이고, 잃을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데이터청의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며 “지금 논의되는 걸 보면 빅데이터 구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인에게 ‘대가’를 준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각 개인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절대 크지 않다. 이대로 간다면 가공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싶은 기업에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경향비즈] 2020. 7. 3. 

<기사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07041859001&code=9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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