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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문한나     2016-01-07 12:26
[협회 제7회 생명윤리 활동 수기 수상작- 우수상] "생명이라는 아주 소중한 부담감" (2012. 10.)

 

생명이라는 아주 소중한 부담감

      



문한나

(연구원, 안산샘골감리교회)

2012. 10.





23살.. 

 무언가 아직 생각이 정립되기 전에 갑자기 나에게 너무 버거운 소명이 찾아왔다.

 어디서 언제부터 준비되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소명이 찾아옴과 동시에 아주 빠르게 그 가운데에 들어와 있었다. 다시금 짧은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하나님이 치밀하게 계획해 놓으신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어려서부터 생물학박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나, 생물학에 대해서만은 막연히 최고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생명과학, 유전공학과로 전공을 선택했고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하지만 이 대학시절부터 하나님은 조금씩 움직이셔서 나로 하나님의 제자된 삶에 대해서 강하게 이야기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4학년이 되고서야 나의 생물학의 대한 관심과 하나님의 제자됨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갑자기 떠오른 ‘생명윤리’라는 단어는 나에게 당장 알아보아야 하는 영역이 되었다. 그렇게 나와 ‘낙태반대운동연합’과 ‘성산생명윤리연구소’,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으로 다음에는 파트타임간사, 그리고 정식간사까지 하나님이 나에게 계획해 놓으신 일에는 막힘이 없이 진행되었다. 

   

 처음 ‘낙태반대운동연합’ 사무실에 봉사활동을 하기위해 찾아갔던 발걸음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안산에서만 줄 곳 살아온 나에게 목동의 지리는 굉장히 낯설었다. 사무실 주변을 한 시간 넘도록 계속 헤매면서 하나님께 얼마나 기도하며 울먹였던지.. 겨우 찾아온 사무실 유리문을 열면서 심장이 뛰었다. 그렇게 겨우 찾아온 낙태반대운동연합은 나에게 새로운 지평을 알려주었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의 생활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활력이 되었으며, 캠페인과 강의,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는 것은 정말 의미가 있는 일이었고 행복했다. 물론 여자간사로서 무거운 물건을 계속 들고 옮기고 설치하고 치우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으며, 쉽지 않은 갈등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작은 생명을 위하여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을 곁에서 보는 것은 굉장한 감동이었고 거기에 잠시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 곳에서 생활하면서 확고하게 안 것이 있다. 이 생각은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주 작은 생명이라도 누군가는 계속 그 목소리를 대신 내주어야한다. 생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또한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교육과 협동간사의 생활은 생명운동을 하는 다양한 분들의 강의를 직접 눈으로 보고 학술적 필요에 대해서도 계속된 움직임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생명윤리학 석사학위에 대한 도전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생명운동을 하는 동역자분들을 알게 되고 그 분들의 활동을 보면서 나도 그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감사드렸다. 

   

 그렇게 3년이 지나 나에게는 또 다른 마음이 생겨났다. 생명윤리 전반에 대한 경험을 하고 싶었고 특히 삶의 마지막에 대해서 치밀하게 고민해보고자 하였다. 또한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있어보고 싶었고 그럴 때 나의 마음과 하나님이 무엇을 말씀하시는 지도 알고 싶었다. 

   

 그렇게 모든 간사생활을 정리하고 ‘샘물호스피스’로 무작정 발길을 옮겼었다.

   

 처음 ‘샘물호스피스’의 자원봉사자 교육을 하러 갔을 때 나는 또 연고 없는 어린학생이 되어있었다. 두 번째 찾아가는 발걸음은 처음보다 더 두려움이 깃들어있었던 것 같다. 1박 2일의 생활을 두 번이나 지내야 했기에 혼자 밥도 못 먹는 나는 밥은 누구랑 먹지? 잠은 어떻게 하지?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망설이며 2일을 보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부모님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아프신 분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나에게 봉사교육시간 중 3번의 임종경험과 아프신 분들에게 식사와 말벗을 해드리는 경험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나를 이곳에 하나님이 보내신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누구에게 수다를 떨 사람도 없던 나는 다시 한 번 하나님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죽음에 대한 현장 경험은 마무리가 되어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하나님은 더 큰 경험을 나에게 계획해 놓으셨다. 쉬는 기간에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연구원’이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실질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만한 수준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학술적인 영역에서 생명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 연락을 받자마자 이번에는 신촌으로 달려갔다.

 처음하게 된 일은 생명윤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7개월의 시간이 지난 다음 나는 ‘사전의료의향서’사업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막연하게 존엄사와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세미나와 수업을 들은 경험이 있기에 ‘사전의료의향서’라는 것이 어떤 문서인지, 왜 필요한지는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에 30통이 넘는 전화문의와 사람들을 대하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의료현장과 삶의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연구원에서 바라보는 현장은 치밀하게 이득과 위험이라는 저울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무엇가가 희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죽음을 바라보는 현시대의 관점 상 사전의료의향서가 퍼져가는 것이 나에게는 버거운 짐이 되었다. 필요한 사업이긴 했지만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하나님보다 빨리나가는 사업이 겁이나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모든 것을 정리하는 삶을 택했다. 

   

 다시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 두렵긴 했지만 나를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생각으로 2달간의 시간을 묵묵히 공부하고 성산생명윤리연구소를 도우며 지냈다. 

   

 그때 나는 다시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에서 모니터링요원을 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대리모와 대리부를 불법으로 지원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모니터하는 작업이었다. 이 사업을 하게 되면서 사회에 대한 적잖은 실망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대리부를 신청하는 사람들의 수는 200여개를 뛰어넘었다. 자신의 신상정보와 부모님의 신상정보까지 나열하여 자신의 유전정보가 좋음을 입증하려 하였다.

 정말 이렇게까지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자칫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감각하게 사람들이 움직여버릴 것 같았다. 나의 주변에 웃고 있던 누군가가 인터넷에서는 이런 글을 거리낌 없이 올리고 있지는 않을지 의심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리모와 대리부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 이 모니터 요원을 하면서 대리모가 불법은 아니기에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옳고 그름보다는 법인지 법이 아닌지가 중요하게 느껴졌다. 

 감사하게도 모니터링을 시작한지 9개월 만에 신청글은 20개도 채 안되도록 줄어들었다. 어찌된 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위협이 사회에 얼마나 많이 퍼져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유전상담사 제도에 대한 연구이다. 유전공학을 전공한 나는 생명공학에서 무엇보다도 올바른 생명가치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일이 적었고 당장 참여할 수도 없는 영역이었지만 다행히도 유전상담사 연구진행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크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대학전공을 살려서 생명에 대한 접근을 할 수 있었다. 

 무분별한 유전검사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유전상담사 제도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이 제도가 실행된다면 사회에 대한 부담감은 줄어들겠지만 유전상담사에 대한 자격과 인증에 대해서 어떠한 기준으로 검토 할 것인지 계속된 고민을 하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소명을 보여주시고 지난 4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나에게 있었다. 낙태와 안락사, 사전의료의향서, 유전공학, 대리모 등에 이르기까지 실전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동안 느낀 것은 생명문제라는 것은 무엇인가 정확히 기준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계속 찾아왔고 무엇이 옳은지 전혀 알 수 없을 때도 많았다. 다만, 확고하였던 것은 생명은 소중하고 그것을 아는 사람의 움직임과 모르는 사람의 움직임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 많은 경험을 하나님이 시키실 것이다. 솔직히 버겁다.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기에 나를 이곳에 부르신 하나님께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나와 같은 고민으로 이 현장에 남아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버겁긴 하지만 내가 떠나갔을 때 느껴지는 자책감이 더 두렵고 무감각하게 흘러가는 사회가 더 쓰라리게 되니 말이다.

 

 하나님이 나에게 가장 처음 보여주신 장면이 있다. 바로 모세가 이스라엘의 전투를 바라보며 두 팔 벌려 기도하는 장면이다. 두 팔을 들어 기도를 해야 전투가 승리로 기울었고 내리면 지는 장면을 바라보며 모세는 계속 기도할 수밖에 없었고 그 옆에는 아론과 훌이 지키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게 무슨 뜻인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왜 나에게 그 장면을 보여주셨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생명이라는 아주 소중한 부담감으로 계속 기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하나님이 마음이셨으리라...

   

 무작정 발을 옮길 수 있었던 4년 전보다 지금 나는 굉장히 어깨가 무거워 진 것을 느낀다. 팔을 내리는 것의 의미를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팔을 드는 것의 어려움도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기에 돌이킬 수 없고 이것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단 하나의 삶

   

어느 날 당신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마침내 그 일을 시작했다

주위의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잘못된 충고를 외쳐댔지만

집 식구들은 불안해하고

과거의 손길이 발목을 붙잡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결심을 흔들고

마음은 한없이 외로웠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늦고

황량한 밤, 실위에는

쓰러진 나뭇가지와 돌들로 가득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어둔 구름들 사이로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언제나 당신을 일깨워 준 목소리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 무엇인지

당신이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삶이 무엇인지를

 

 메리 올리버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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