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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황경옥     2016-12-12 14:07
[협회 제8회 생명윤리 활동 수기 수상작- 특별상] "육체의 생명뿐 아니라 영혼의 생명도" (2013. 10.)


육체의 생명뿐 아니라 영혼의 생명도


황경옥

(전업주부, 사랑의 교회)

2013. 10.



  2011년 봄인가 사랑의 교회에서 남편과 함께 생명사랑 아카데미 강의를 들었다. 그해 10월에 수기 공모도 했다. 그리고 입상도 했다.
  그리고 만 2년이 지났다.
  생각보다 생명과 관계된 일은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이번에 근 1년에 걸친 시어머니의 심장 판막 수술과 피부 이식 수술 과정을 지켜보며 깨닫게 되었다.
  분당의 중고등학교에서 만 5년 째 집단 상담 강의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나는 그 봉사 활동 이외에는 내가 생명 사랑과 관련된 일에 관련될 일이 없을 줄로 생각했었다, 2년 전에는.
  1944년생이셔서 올해로 만 일흔이 되신 어머님께서 작년 가을부터 평소에 숨이 너무 차서 집에 오실 때 전철역에서 십 분 거리인 집까지 서너 번을 쉬면서 올라 오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버님 소천 이후 15년째 다니고 계시던 국립의료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작년 가을 추석에 가서 뵙고 퉁퉁 부어 오른 어머님의 얼굴을 뵙고 적쟎이 놀랐다. 부정맥이라고 하는데 발등까지 다 부어오르셨다. 
  알아보니, 심장 시술이나 판막 수술을 해야 했다. 아산 병원이 심장 수술을 잘 한다고 하여 아산 병원에 예약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집에 모시기는 상황이 안되어 국립 의료원에 한 달 여 계셨는데, 별다른 처치가 없었고 아파서 입원을 했어도 처치가 없으므로 어머님께서는 죽을 병인가보다고 혼자 생각하시게 되었다.
  심장 수술은 큰 수술이라 자식들 간에 고민이 되었다. 심장 판막 수술에 동의서를 쓰라는 병원 측의 요구에 장남인 남편은 잠을 못 이루며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둘째 아들인 시동생이 여기저기 알아본 후 희박한 가능성일지라도 어머니를 살려야겠다며 삼성 의료원이나 아산 병원에서 수술을 받겠노라고 했다.
  국립의료원에서 퇴원을 하고 택시를 타고 아산병원에 도착하여 예약해 두었던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기 위해 이것저것 검사를 받는 도중, 어머님께서 감염 수치가 심하게 높은 것이 발견되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아산 병원으로 옮기자마자 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응급 상황이라며 일주일간 항생제 세례를 받았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환자를 그냥 놔두었느냐고 의사 선생님은 야단이신데 병원에서 내 입원해 계셨는데 감염이라니 우리는 당황스러웠고 또 난감했다. 7가지 항생제 중에서 하나라도 듣는 것이 있어야 할텐데 라며 의사 선생님은 걱정을 하였다. 마지막 항생제를 투여한 지 하루가 지나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새벽, 어젯밤 고비를 넘기셨다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그로부터 한 달 여후 1월 말에 1차 수술로 심장 판막 수술을 받고 그로부터 일 주일 만에 염증이 생겨 구멍이 뚫린 왼쪽 가슴 피부 부위에 2차 수술인 피부 이식 수술을 받으시게 되었다.
  30여 년 전 남편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해, 어머님은 유방암 수술을 받으셨다. 그로부터 30년 후, 두 번째 수술방에 들어가시던 날, 종교가 없으시던 어머님은 겁에 질려 보이셨다. 나는 수술 전날 잠깐 십오 분 정도 어머님과 같이 있을 시간이 있어서 짧게 전도 폭발 훈련을 직접 해 드렸다. 칠십 평생 건강이 좋지 않으시고 경제적으로 무능력하셨던 아버님을 도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하시고 달동네에서 삼남매를 대학을 졸업시키신 분이었다. 어쩌면 못 먹고 못 입고 그렇게 자식들만을 위해 평생 희생하신 어머님의 생명이 안타깝게 스러질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자식들이 함구를 하여 어머님은 당신이 하는 수술이 얼마나 위험하고 가능성이 희박한 수술인지도 알지 못하셨고 병이 다 나으면 교회 가마고 가볍게 구두로 약속을 하셨다.
  심장외과 의사들이 실패 확률이 놓아서 성공 사례 실적에 걸림돌이 된다며 안 해준다고 하는 수술을, 현금으로 2억이 있으며 죽게 되더라도 절대로 의료 소송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가까스로 하게 된 개복 수술이었다. 실은 현금 2억이란 얘기는 가당치도 않은 얘기였다. 어떻게는 어머니를 살리고 싶었던 사십 오세의 미혼인 시동생은 병원을 오가던 중 의사들이 상담 시간에 심장 판막 수술 비용만 6천만원 정도 든다는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냈다. 그리고 집에 현금이 많은 환자라는 이야기가 의사들의 귀에 들어가게 한 것이었다.
  사실, 먹고 살기 빠듯하고 물려받은 재산이 별로 없는 장남인 우리와 시누이네에게 2억이란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의 액수면 액수이지, 보유하고 있는 돈의 액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집의 시가가 기껏해야 3억 3천 만원 정도이고 어머님이 소유하신 집의 시가가 5억 정도이니 집을 처분하면 모를까 현금 2억이란 돈은 시어머니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돈이었던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수술 비용만 6천만원이나 하는 수술을 2건이나 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민과 선택을 요하는 결정이었던 셈이다.
  경제 관념이 좀 부족하고 미혼이라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시동생은 30퍼센트 미만인 수술이라도 희망이 있지 않느냐며 어떻게든 수술을 강행하려고 했고 장남인 남편과 막내인 시누이는 거기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돈과 생명, 안락사의 문제도 이와 비슷한 문제와 맥락이리라고 본다. 돈이 없는 사람은 첨단 의료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생명을 포기하야만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비참한 현실이라는 것을 나는 마흔 넷이 되던 1월에야 실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며느리의 입장이라 발언권 자체가 없기도 했었지만 나는 경제력이 없었고, 중학생인 아들을 키우며 남편은 5년에 걸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5월까지 논문을 제출해야 했던 중이라 우리도 경제적으로 핍절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장남이지만 1억에 가까운 수술에 동의한다는 결정은 우리 가족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머님을 살리겠다는데, 돈만 있으면 살릴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데 갈등하지 않을 자식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소천하신 아버님께 생전에 불효했다는 마음의 짐이 무거웠던 시동생은 어머님마저 이렇게 보내면 자기가 죽을 것 같다며 수술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여하튼, 네 시간에서 여덟 시간 걸린다던 수술은 여덟 시간을 꽉 채우고도 시간이 좀 더 지나서야 전광판에 어머님의 이름이 떴다. 기다리는 네 시간 동안 온 가족이 초조해 하며 걱정을 했고 하나님을 믿지 않는 유일한 형제인 시동생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밤 열시 반이 넘어서야 만날 수 있었던 집도의는 수술 상황이 쉽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대동맥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튀어 올라서 삼십 여분 동안 하체로 피가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튀어오르는 피를 닦느라고 수술이 지연되었으며 하체로 피가 삼십 여분 동안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나타날 지 지켜보아야 한다고만 말을 하고 입을 닫았다.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는 의식을 회복하셨고 그 중간중간에도 가끔씩 의식을 잃으셨다.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는 의사들의 말을 들으며 초조하고 불안했던 순간들도 여러 번 있었다.
  어쨌든, 일주일 후 또 여덟 시간이 걸리는 피부 이식 수술을 하시게 되었다. 결국은 염증이 생긴 갈비뼈를 세 대나 잘라내고 시간과 상황이 안 되어서 가슴이 열린 채로 수술방을 나오시게 되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인위적으로 약을 먹여 잠을 재우는 코마 상태로 근 일주일을 보내시게 되었다.
  당신도 고통스러우셨겠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자식들 입장으로서의 우리도 나름 힘들었다. 5개월 여 동안 매일 아침 10시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맞추어서 삼십 분을 면회하러 병원을 오갔다.
  영하 13도의 날씨에 분당에서 잠실나루까지 왕복 4시간 동안 병원을 오간다는 것은 내게 쉽지 않은 희생을 요구했다. 그러기를 목련 꽃꽂이가 앤스륨으로, 앤스륨에서 국화로 갈대로 바뀌는 동안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남편은 논문도 접었다. 마흔 일곱의 나이인 남편은 박사과정 학생 중 최 연장자였고 내년이면 논문 지도 교수님이 퇴임하시기 때문에 5월까지의 제출기한을 넘긴 우리로서는 엄청난 희생이었던 셈이다.
  아이는 6월에 학교 교실에서 학교 폭력을 겪었다. 폭풍같던 세월들이 시간들이 다 지나갔다.
  어제 10월 2일, 어머님께 전도 폭발 훈련을 하러 소년부에서 같이 섬기시는 손은옥 선생님이 아산병원 동관 14층에 오셨다. 지난 9월에 교구 목사님이신 박삼열 목사님이 지난 1월 수술 전에 그렇게 오시고 싶어하셨던 심방을 비로소 오시게 되었다. 심방 이후 쇠약하신 어머님을 뵈신 목사님께서 몹시 안타까워 하시며 또 오시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0월 18일 이후 피부 이식한 부위가 다 아물면 퇴원해도 좋다고 의사의 허락이 떨어졌다.
  퇴원 전에 어떻게든 전폭을 받고 싶었던 나는 24명의 기도후원자에게 그리고 사랑의 교회 중보기도실에 한 달 전부터 문자를 날렸다.
  지난 주 금요일 어머니는 또 내게 소리를 지르셨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의사가 먹기 말라고 지시가 내려진 음식 안 사온다고 6일실 병동에서 고함을 지르셨다. 45킬로그람의 체구에서 그런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시는 것인지......
결혼 초부터 뻑하면 소리지르시고 함부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내게 스트레스 주시는 어머님이 미웠다.
  “어머님, 손님이 오실 건데요. 싫으시면 가게 할까요?”
  이십 여분이면 된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리고 나는 병실을 나왔는데 손 선생님은 한 시간이 다 되어서야 병실을 나오셨다. 어머님이 나를 많이 의지하신다고, 큰 아들 내외가 잘 사는 것이 울타리라며 마음이 많아 여리시고 약하시다고 의외의 말씀을 전해 주셨다. 그리고 결신을 하셨다는 놀라운 뉴스를 전해 주셨다. 중보기도를 많이 해서인지 이미 어머님 마음이 물렁물렁 해지셔서 퇴원하면 제사도 안 지낼 거고 교회도 나갈 거라고 하셨다고 한다.
  지난 17년 11개월 여의 내 고단한 결혼 생활이 드디어 성적표를 받았다. 권위는 희생에서 나온다고 했다.
  희생이라는 것을 모르던 사람이었다, 스물 여섯의 나는.
  너무 가난한 집안이라 사람 자체는 괜찮고 좋지만은 가난이라는 굴레를 같이 쓰고 싶지 않아 헤어지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며칠 전 윤난영 사모님이 2007년에 쓰신 배우자의 선택이라는 칼럼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런데 배우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만남은 영혼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만남이다.’
  모태 신앙이던 나는 강남 8학군에서 자라 명문 여대를 나오고 남편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겸손이라는 것을 모르던 사람이었다. 좋은 조건의 혼처도 많았다. 마담 뚜의 전화도 받아보았다.
  내가 아무리 크리스천이라고 하더라도 가난은 싫었다. 그런데, 나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결혼하기 위해 제사를 안 지낼 것이며 교회를 다니겠노라고 183센티미터의 거구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남자를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당시 스물 여섯 철없던 내 믿음의 수준으로는 공자의 후손이며 제사가 집안의 큰 복받는 길이라 믿던 가난과 무식과 열등감과 온갖 상처들로 뭉친 시댁 식구들 다섯 명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제사 음식을 안 만들려고 명절 전날에 일부러 늦게 왔다며 육두문자를 날리며 인격모독을 하는 시어머니를 대하며 죽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본인이 원해서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결혼과 동시에 사표를 쓰고 변리사 고시에 인생을 걸었는데 7번 고배를 마시며 그동안 돈이나 벌 껄 그랬다며 자책하는 남편을 보면서 죽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왕따 당하는 착하기만 한 초등 5학년 아들 아이를 보면서 죽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이 숱한 산적한 어려운 문제들 가운데서 살기 위해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나는 믿음을 가진 진실한 크리스천으로 거듭났다. 그러기까지 나를 위해 기도해 준 수많은 동역자들이 있었다.
  돈과 생명, 이 두 가지 주제는 평생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어디 나만 그러한가?  돈과 생명, 그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생명이다. 왜냐하면, 생명의 주권자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돈은 나처럼 하나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가진 돈도 없는데 빚이라도 얻어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듯한 이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해 무척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생명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영혼이라는 것을...... 그 생명도 구원에 이르기까지 인도하시기 위해서 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근 1년 동안 생명의 불씨를 살려오셨다는 것을......
  17년 10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그 기간 동안 구박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얻어 듣고 핍박도 많았지만, 크리스천 며느리로서 내가 해야 할 있는 사명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육체의 생명 뿐 아니라 영혼의 생명을 위해 전도폭발 훈련자를 초청하며 목사님을 초빙하고 평생 가난과 질병에 찌들어 억눌려 살아오신 그 가엾은 영혼을 긍휼히 여기며 기도하며 사랑으로 섬기는 것 뿐이라는 것을......
  1년 동안 어머님 덕분에 병원을 제 집처럼 드나들면서 육신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영혼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 사실과 그들이 지옥으로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땅에 허락하신 고통인 질병이라는 숨겨진 축복을 통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자들이 날마다 더욱 많아지게 하시기를,  그리고 내게 허락하신 그 한 영혼인 어머님을 품을 수 있는 은혜와 능력 주시기를 위해 오늘도 나는 기도하며 어머님을 뵈러 아산 병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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