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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김민영     2016-12-13 15:46
[협회 제9회 생명윤리 활동 수기 수상작- 특별상] "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 "(2014. 10.)

 

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 

그 사랑이면 충분합니다.



김민영

(대학원생, 강남교회)

2014. 10.

 


날씨가 선선해지며 이 계절이 깊어지니 몸이 기억하듯 그 해 가을이 생각난다.
내게 가난한 마음이 필요한 시기, 그리하여 다시금 은혜로 채워져야 할 시기임을 느끼며 오랜만에 시간을 거슬러 3년 전 가을 어느 날을 떠올려본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양가 어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직장맘'의 삶을 살아가던 나는 이전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여러 삶에 대한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는 뭔가 더 가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으로 가끔 멈칫 하기도 했지만 이내 현실을 핑계로 덮어두면서 말이다.
그렇게 뚜렷한 목표도 없이 바쁘고 분주했던 어느 날, 병원의 아는 교수님이 부르셨다.

“김선생.. 암..인것 같아.. 바로 수술하자..”

서른 두 살의 나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병이 그렇게 나에게 찾아왔고 그때부터 의료비 영수증에 ‘중증환자' 코드가 써 있는 암환자가 되었다.
기분 좋게 선선한 가을 바람이 한순간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느껴졌던 그 날의 느낌이 여전히 기억난다.
이후 정신없이 수술 전 검사를 하며 우리 가족은 1분 1초의 시계소리가 다 느껴질 만큼의 시간을 보냈다.
수술실로 이동하는 침대에 누워 어느 드라마 같이 복도 천장의 지나가는 형광등을 보며 나는 점점 두려움에 빠져들었다. 나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듯한 가족들의 얼굴을 차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을 때 손을 볼에 대고 뿌잉뿌잉하며 웃기로 했던 친정엄마는 펑펑 울고 있었고,
 “Yo! 나는 구원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하며 남편은 요한복음 3장 16절을 떨리는 랩으로 부르고 있었으며,
18개월 딸아이는 ”엄마~마~마~“ 울며 부르며 언제 병실에서 집어왔는지 이동 침대 위로 내 작은 성경책을 던져주었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욥 42:5

이가 맞닿을 만큼 떨며 속으로 주기도문만 주문처럼 반복하던 내게 딸이 던져준 성경책, 그 안의 생명의 말씀은 마취되기 전에 내 눈앞에 펼쳐졌고 떨던 이도 두근대던 심장도 곧 잠잠해지며 평안해졌다.
그리고 나에게 일어나는 이 일로 인해 나는 이제 하나님을 듣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님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소망이 생겼으며 이는 그 후의 모든 과정을 이기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동안은 노력하고 애쓰고 효율성을 중시하며 살았었는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표적치료를 하며 꼼짝없이 무기력하게 흘려보낼 수밖에 없던 그 시간들을 통하여
깊이 잠잘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어린 딸을 안아줄 힘이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직접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행복을,
그리고 여자에게는 옷이 아니라 머리카락이 날개였음을....^^
정말 이같은 소소한 것들에 대한 특별함을 마음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간들을 지나오며 내 삶이 정말 10년, 20년 아니 한 두 시간 앞도 내 것이 아님을 철저히 깨달을 수 있었다. 단 몇 십초 숨을 쉬지 않아도 당장 인체의 모든 기능이 멈추는 인간은 그야말로 나약하고 무기력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된 것이다. 이전에 분주하게 살며 이따금씩 올라오던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질문들에 대한 생각이 이후 더 깊어지게 되었다. 이는 곧 생명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내가 전공한 생물학책을 한 손에, 또 이제 나의 전부와 같은 성경책을 다른 한 손에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명윤리..
10년 전 대학원 시절.  첨단 과학기술 중 ‘인간‘ 본연의 문제와 가장 깊이 관련 있는 의생명과학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라오는 여러 윤리적 문제들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관심 있었는데 그때 하던 고민들이 다시금 내 앞에 하나하나 펼쳐지게 되었다. 
환자로 1년여를 보내며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와 장례식장의 슬픈 울음소리가 공존하는 병원과 가까이 있으면서 생명과 관련된 전반의 문제는 내게 현실적인 것이 되었다. 그리고 항암약물치료 보다는 수월하면서도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 표적치료제 주사를 맞으며 이 주사가 개발되어서 다행이다, 이것도 누군가의 임상시험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며 새삼 의학기술의 혜택을 누림에 고마워지기도 했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의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약간의 희생도 허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무심코 하기도 했으며 또 이내 생명의 주권은 하나님께 있다는 분명한 신앙고백을 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아야 하는지 다시 나의 생각들을 점검해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 즈음 교회에서는 장기기증 행사를 진행하였고 남편, 딸과 함께 장기기증을 서약하며 과학의 발전보다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생명 나눔에 대하여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내 신분증에 '장기기증', '각막기증' 스티커를 붙이는데 그게 의외로 참 신선하고 행복했다. 나의 주인이 ‘나‘인 것처럼 -심지어 예수님을 구주로 입으로 고백하면서도- 그렇게 내 힘껏 살아온 나에게 장기기증은 나의 주인이 예수님임을 몸으로 고백하는 사건이었다. 개인의 종말의 날인 이 세상 삶을 떠날 날에 대해 또 하나의 준비를 마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후련하고 감사한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공평한 것 중 하나는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땅을 영원할 것처럼 살지만 이 땅은 영원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생명윤리의 많은 이슈들 중 대리모, 낙태, 이종이식 등의 문제들은 십자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생명나눔‘으로 조금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 사람의 가치관과 학문에 따라 '생명'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생명의 창조자이시고 피조물의 모든 문제 특히 스스로는 도저히 절대로 어쩌지 못하는 ‘죄’의 문제를 해결해주신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빼고는 '생명'에 대한 많은 고민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문제이며 그저 인간의 학문 도구로만 사용될 것이다.
 ‘가을 어느 날’ 이후 몇 년의 시간을 통하여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생명'에 대한 여러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암이라는 브레이크 없이 핸들을 잡고 계속 나의 삶을 달렸다면 도저히 알 수도 깨달을 수도 없을 많은 하늘의 보물들을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직 이 세상을 창조하신 말씀을 바탕으로 앞으로 이 생명에 대한 세상의 학문들도 하나씩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는 생명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하루하루 주님께 다가가는 남은 삶이 천국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이 땅의 삶에서 이와 같은 일이야말로 ‘천사도 흠모하는“ 일이지 않을까.

그렇다. 어느 교수님의 고백처럼 나에게도 "암은 축복"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어려움의 시간들은 하나님의 우리에 대한 ‘처절한 관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 값을 치루어 구해내신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을 경험하고 자라는 데까지 우리를 키워 가시는 그런 진짜 ‘아버지’인 것이다. 그것이 자녀가 진정으로 행복한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창조자, 구원자이신 그 분의 얼굴을 맞대어 볼 때 까지 겪을 앞으로의 많은 일들 앞에서도 다시금 툴툴 털고 일어나 하나님의 크고 넓고 높은 지혜를 믿으며 이 땅에서 허락하신 시간을 자녀로서 누릴 것이다.
나를 영원히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으신 전능자 주 하나님,
그 사랑이면 충분하므로..
감사합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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