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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협회     2017-11-22 12:12
[협회 제11회 생명윤리 활동 수기 수상작- 특별상] "아버지의 안락사에 직면하여" (2016. 10.)

 


아버지의 안락사에 직면하여



ooo

(목사)

2016. 10.



어느 날 병원에서 전화 한 통화를 받았습니다. 아버지의 아들이냐고 물어보면서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셨다고 하여 달려가보니 감자떡을 드시다 기도가 막히셔서 의식 불명의 상태에 놓이셨습니다.
어머니와 저희 가족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독실한 안수 집사님으로서 늘 담임 목사님을 모시고 차를 타고 다니시면서 제가 신학을 공부하자 자진해서 교회에 출석하시고 매일 극동 방송을 들으시고 성경책을 열심히 읽으시고 필사도 하시면서 신앙 서적을 탐독하시던 분이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뵈었을 때 무더운 여름철 참외를 사 가지고 가서 드렸는데 검은 봉지에 든 참외를 가지고 나오셔서 놓고 가셨다고 하시길래 드리려고 가지고 왔다고 하며 뵈었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경상도가 고향으로서 법대를 졸업하시고 사법 고시의 꿈을 이루지 못하시고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하셨고 속정이 깊으시나 잘 표현하지 못하시는 분이셨습니다. 7살 연상의 아내와 아버지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 후에 손자를 낳고 일하시던 부동산에 가면 좋아하시며 용돈을 주시던 아버지셨습니다.
아들이 목회하는 것을 좋아하시며 유명하신 목사님들의 설교도 열심히 청취하시고 설교에 대해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었습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고에 저희 가족은 매일 중환자실에 계신 아버지를 뵈며 다시 의식이 돌아오시기 만을 기다리며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끝내 돌아오지 못하셨고 경제적으로도 저희 가정은 아버지의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매우 힘들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전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셨고 의식도 없으셨고 그저 병원에 누워 계셔서 생명을 연장하실 뿐이셨습니다.
목사 안수를 앞두고 영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저에게 아버지의 사고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왜 이러한 일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사고와 그 후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안락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생명 윤리에서 다루는 것과 같이 성경적으로 답은 자명하지만 한국의 현실 속에서 안락사에 대한 유혹을 받는 가족들에게 전혀 경제적인 지원이 나라에서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안락사에 대한 금지를 주장하는 견해는 막상 그 일을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쉬운 말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안락사와 관계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긍휼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아버지께서는 1년 넘게 의식 불명의 상태로 계시다 상태가 악화되시고 욕창도 나셔서 임종을 앞두고 집으로 옮겨 집에서 편안히 죽음을 맞게 되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안락사에 대해 지금처럼 활발하게 논의가 되지도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병원 측의 도움을 받아 안락사를 결행하지는 않았지만 안락사와 관계된 문제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깊이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안락사를 사회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제도와 국가적으로 보조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교회도 단순히 성경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만을 할 것이 아니라 안락사에 직면하는 성도들을 구체적으로 돕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신앙에 따라 일년이 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생명을 사람의 힘으로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일년이 넘는 그 시간들이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했던 저희 가정과 특별히 어머니께는 너무나도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영국 유학 전에 하나님께서 아버지를 불러 가셨지만 더 시간이 길어졌다면 저희들도 안락사의 유혹을 쉽게 물리쳤으리라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고귀하게 죽을 권리보다 생명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더 큰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안락사는 성경에 비추어 볼 때 살인이 되는 것 또한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단면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사고를 당해 힘든 가족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인 짐까지 고스란히 떠 안기며 단순하게 안락사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전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안락사에 관한 문제는 그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돕는 차원에서 공론화되며 사회적 제도 장치의 보완으로 생명을 보전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협력이 이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경제적인 비용을 감당하며 병원에 계속 입원해 있는 것은 일반적인 서민들에게는 매우 큰 경제적인 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이 귀하듯이 그 생명을 보전하는 일에 있어서 존귀할 수 있도록 교회와 국가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저희는 그냥 그 상태로 두었으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겠지만 병원 측의 권고로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아버지가 의식이 돌아 오시기를 바라며 목에 호스를 연결하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만약 저희가 시술을 받지 않았다면 아버지께서는 곧 돌아가셨을 것입니다. 시술로 인하여 생명을 연장하셨지만 사실 그 후 아버지께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셔서 저희는 그 시술을 후회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리저리 전전하다 부산에 계신 아버지를 서울 집으로 모셔 오면서 앰뷸런스를 타고 오면서 겪어야 했던 상처와 아픔으로 사실 지금도 응급차의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그때의 아픔과 상처가 다시 떠오릅니다.
지금도 좋은 일이 있으면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건강하셨던 아버지의 사고와 죽음으로 저희 가족에게는 큰 고통의 사건이었지만 그로 인해 저는 안락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안락사에 관한 문제를 단순한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아픔을 겪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편에서 이해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제적인 제도적 장치와 사회 공론화가 이루어져 저희 가족과 같은 아픔을 다른 이들이 겪지 않고 존엄하게 마지막을 지킬 수 있도록 이 사회가 돕고 섬겼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버지의 사고와 죽으심으로 인해 저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태어남이 하나님의 선물이듯이 죽음 또한 영광으로 가는 통로가 되기 위해서는 안락사가 아닌 가족의 축복 속에서 환자가 생을 마칠 수 있도록 이 사회가 돌아보고 헤아리는 일이 안락사 금지와 함께 이뤄지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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