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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협회     2017-11-22 12:15
[협회 제11회 생명윤리 활동 수기 수상작- 우수상]"주께 하듯 하라"(2016. 10.)

 


주께 하듯 하라




윤민경

(지역재단 연구원, 안양 열린교회)

2016. 10.


 


2008년 10월의 어느 가을날, 당시 출석하던 교회(오륜교회)의 '다니엘세이레 기도회'에서 나는 에베소서 5장의 말씀을 가지고 '주께 하듯 하라'라는 제목으로 설교해 주신 한 장로님의 말씀을 통해 내 삶의 모습이 나의 머리와 계획으로만 나아갈 뿐, 실제 삶으로는 그런 삶을 살아내지 못했음과 내가 사는 방식이 전혀 그리스도인답지 않음에 대해 깊은 탄식과 함께 일말의 분노를 마주한다. 당시, 회사를 다니다가 부인할 수 없는 하나님의 소명에 이끌려 뒤늦게 대학원 석사를 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던 시기였으며 내 힘으로는 안 되는 새로운 분야에서 열등감을 느끼며 혼자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결정이 하나님의 뜻이며 인도하심임을 확인하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어 걸어왔건만, 온통 혼란스러운 것들 뿐이었고, 도대체 이 길의 끝엔 무엇이 있을지도 전혀 알 수 없는 혼돈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분명한 것은 그 때 나를 붙들었던 그 말씀이 생명이 되고 역동하여 나를 붙들었고, 이후의 삶에도 커다란 지표로 남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모든 고민들도 시간이 흘러 5년이나 지났다.
그 사이에 나는 죽을 만큼 힘들었던 석사과정도 모두 끝냈고, 그 전의 삶과는 뭔가 다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를 품은 엄마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꿈꾸었던 출산계획이 네 명인 까닭에 나는 임신과 함께 대학원 졸업 후에 새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나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아이를 품은 엄마의 시각에서 본 자연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소중했다. 따뜻한 가을 햇살 속에서 "힘들지? 내가 여기에 있단다. 까꿍"이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고, 말씀 속에서 책 속에서 버스에서 흘려 듣는 라디오 속에서도 어디서나 나와 그리고 태어날 나의 아기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충만한 사랑가운데 나는 그렇게 행복한 엄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함에 빠져 일상을 보내며 5년 전의 그 날카로웠던 교훈에 대해선 잠시 잊고 살짝 무뎌져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 후, 2013년 가을의 어느 날. 결혼 후 새로 출석하고 있던 교회(병점 신나는 교회)에 말씀 강사로 한 장로님이 초대되셨고, 그 분의 말씀이 선포되는 순간 나는 온 몸의 전율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사실 난 그 장로님은 잘 기억을 하지 못했으나, 그 말씀만큼은 내 골수를 쪼갰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내 삶의 지표가 된 말씀이었기 때문에 내 몸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맞다. 그 분은 5년 전 내게 '주께 하듯 하라'라는 말씀을 선포해주신 바로 그 분이셨다. 그리고 나는 다시 말씀에 사로잡혀 내가 살아가며 하는 모든 결정, 모든 일들 가운데 무엇을 하든지 주님께 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가야 함을 생각하며 다시 무디어진 말씀의 창을 날카롭게 갈아낼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두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그 말씀의 예비해주심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그렇게 다시 만난 길잡이와 같은 말씀에 사로잡혀 나는 새로운 한 주를 기쁘게 시작했다.
당시의 나는 출산 20주쯤의 산모였고, 태아가 내 자궁에 안전하게 자리잡았다는 안정기에 진입을 하고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이 시기 즈음의 출산의 과정을 겪는 동안 모든 임산부에게는 '기형아 검사'라는 과제가 주어진다. 20주쯤 아기가 안정을 찾아갈 무렵이면 채혈과 초음파를 통한 투명대 검사라는 것을 통해 아기의 기형여부를 확률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바로 전 주에 그 검사를 마쳤던 나는 "설마 무슨 일 있겠어?"라는 마음으로 사실은 그 결과를 별로 손꼽아 기다리지 않을 만큼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새롭게 시작한 한 주의 화요일 오후..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폰의 화면에는 '동탄OO병원 산부인과'라고 찍혀있었다. 내가 다니던 병원의 산부인과 번호였다.
"여보세요".
"아, 윤민경 산모님 맞으시죠? 저 OO병원 산부인과 담당의 문OO과장입니다. 지난 주 검사하신 기형아검사 결과를 알려드리려고 전화를 드렸어요"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의 의사선생님이셨다. 기형아검사의 결과에 대해 당연히 정상이다라는 판정을 기대했던 나는 그 첫 문장에서 '뭔가 이상한가?'라는 직감을 받았다.
"네, 결과가 어떤가요?"
"아, 그게 사실, 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연락을 드렸어요..........."
선생님께선 기형아검사의 방법과 어떻게 그 결과에서 기형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를 꽤나 자세히 나에게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말을 이어가셨다.
"산모의 아이가 목 뒷부분의 두께가 좀 두껍게 나타나네요. 다운증후군의 확률이 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나는 차분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이 물었다.
"그렇다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수화기 너머의 의사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일단 우선은 이 기형아 검사가 확정이 아니고 확률적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고위험군에 속함)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해서 정확히 다운증후군을 가졌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만약 다운증후군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다운증후군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죠?"
"다운증후군이라면 의사의 권고 아래 낙태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혹시 낙태 말고 그 아이를 태 중에서 치료할 방법은 없나요? 그리고 그 결과가 다운증후군임에도 출산할 의지가 있다면 그 검사는 안 받아도 되는 건가요?"
흠칫 나의 거침없는 연속된 질문에 의사선생님의 당혹스러운 주저하심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아.... 네.. 그렇죠. 치료법은 딱히 없습니다. 산모님의 의사가 그러하시면 추가검사 안 받고 출산하셔도 되지요"
"그 결과를 알았을 때 낙태 외엔 치료법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추가검사를 하는 이유는 뭐지요? 이 아이가 다운증후군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와 없다의 차이 뿐인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의사로써 고위험군에 속함을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혹시 산모님, 종교가 있으신가요?"
순간, 왜 종교를 물을까 싶었다.
"아, 네. 저는 기독교에요. 아이의 상태와 상관없이 낳아서 키울 의사가 있어서요. 그럼 저는 추가 검사를 안 받아도 될 것 같아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하는 나와 달리 오히려 저 쪽 편의 의사선생님께서 대화의 종료를 쉽게 받아들이시지 못하는 듯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 때 그가 느꼈던 내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강한 확신의 반응이 오히려 의사로써 그에게 낯선 경험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의사 선생님과 통화를 하던 중엔 어디서 그런 결단력이 나왔는지 싶을 만큼이나 통화를 끊고 나니 그제서야 손이 떨리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리고 서둘러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놀랄만한 충격적인 소식을 남편에게 전했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한 마디 던졌다.
"여보, 혹시 이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나 여타의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난다고 하면 여보는 이 아이를 지울거야?"
 남편 역시 많이 놀라고 염려하고 있음이 느껴졌지만, 차분히 대답해주었다.
"아니, 우리 아이이고 소중한 생명인데 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 아이를 어떻게 지우니."
"그래? 그럼 우린 이 아이를 낳아서 키우자. 검사도 안 받을 거야 괜찮지?, 알았지?"
그렇게 심각한 내용을 전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 남편과의 통화도 마쳤다.
그리고 난 그 때서야 내가 지금 한 2번의 통화가 얼마나 큰 의미의 통화였는지 느끼며 깊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말씀을 떠올렸다. "주께 하듯 하라"
그 말씀이 나를 붙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이 말씀이 내게 미리 예비되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방금과 같은 반응을 동일하게 보일 수 있었을까. 시간이 지난 흐른 지금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분명, 울며 불며 매우 흔들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출산하기까지 계속 불안해하지 않았을까.
결국, 우리 부부는 그 이후에 추가검사를 하지도 않았고, 양가 부모님께도 딱히 알려드리지 않은 채 출산예정일을 향해 달려갔다. 마음이 크게 요동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하나님이 모든 것을 그 분의 선한 계획 안에 이끌어 가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2014년 2월 26일 오전 10시 23분, 우리의 첫 아이를 출산했다.
우리가 보인 믿음의 결과물은, 고위험군이란 위험의 확률을 뚫고 매우 건강한 사내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는 현재 32개월로 아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으며, 나는 그 사이에 5개월 된 둘째 딸아이를 하나 더 출산했다.
놀라운 것은 첫 아이가 태어나고 2년 즈음이 지났을 때였다. 남편으로부터 새로 알게 된 사실이 그가 저 사건 이후에 진짜로 우리에게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한국이 아닌, 그 아이가 살아가기에 좀 더 편한 외국의 나라로 이민을 갈 마음으로 어떤 곳이 장애아를 가진 가정이 살기에 좋은 지 많이 알아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주의 아기. 그 땐 아직 태어나지도 않아 우리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그 아이의 심장소리는 이미 우리의 귀를 울렸고, 그 생명이 더 이상 우리 부부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비록 우리의 씨앗으로 잉태되었으나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생명이라는 것. 그것만이 우리를 지탱해준 힘이었다. 바로 주께 하듯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 아이가 주님의 방문인 것처럼 그렇게 여기며 귀하게 여겼더니, 하나님께서는 그 아이를 하나도 상하게 하지 않으시고 세상밖으로 이끌어주셨다.
그 사건이 있던 날 밤. 나는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통화와 나와 남편의 반응을 다시 생각하며 그 사실을 페이스북에 기록으로 남기고 연결된 지인들에게 기도를 요청했었다. 오히려 지금 가끔 그 기록을 찾아보면 너무 아찔하다. 그 당시의 내 믿음이 어떻게 그렇게 컸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주께 하듯 하라"라는 저 말씀의 예비하심으로 오히려 구원을 받았구나 싶다.
지금도 우리 첫째 아이의 심장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리듬에 맞춰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께.하.듯.하.라"
그리고 우리의 첫 아이인 재혁이에게 태 안에서 주어진 평생의 말씀이기도 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라."
몇 번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감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생명의 고귀함과 그것을 지키시는 하나님에 대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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