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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자료실
작성자 : 정소영     2021-06-29 13:36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문제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문제점

정소영 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1. 들어가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용어가 처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발표일 것이다. 미국 버클리대학교의 다우드나 교수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샤르팡티에 연구단장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에 대해 노벨상 위원회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통해 동물과 식물, 미생물의 DNA를 정교하게 바꿀 수 있게 되는 등 생명과학 기술의 혁명을 야기했다고 평가했다.

2001년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에서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을 발표한 이래,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 정보에 접근하여 그것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인지 2020년 노벨화학상의 수상자들 역시 자신들의 발견이 인류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한 바 있다.

노벨위원회의 평가처럼 이 기술은 동물, 식물, 미생물의 DNA를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이지만 그 적용 범위가 이 정도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인간은 이 기술을 사용하여 스스로의 진화를 촉진하고 초인(Superman)’이 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이 기술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고, 인간성의 정의(Definition)에 의문을 품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폐지시켜 버릴지도 모른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 9)?

CRISPR는 세균의 DNA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염기서열을 일컫는 용어이다. 세균 세포가 파아지라고 불리는 세균 특이적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의 세균은 죽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바이러스의 DNA 일부를 잘라 자신의 유전체에 차곡차곡 삽입한다. 바로 이 부분이 CRISPR(Clusters of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이다. CRISPR 영역은 RNA로 전사되고 잘게 쪼개진 후 세포 내 Cas9 단백질과 결합해 RNA-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한다. 그러면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그 세균에 침입했을 때, CRISPR-Cas9 복합체가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인식해 결합한 후 절단해 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

 

20126, 다우드나 교수와 샤르팡티에 박사는 공동연구를 통해 single guide RNA(sgRNA)를 만들 수 있고 Cas9-sgRNA 복합체가 시험관에서 sgRNA와 상보적 염기서열을 지닌 표적 DNA를 절단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Science 논문 게재). 나아가 이를 이용하면 인간세포를 비롯한 진핵세포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맞춤 교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RISPR-Cas9은 맞춤 단백질을 만들 필요 없이 RNA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쉽고, 정확하며, 시간과 비용 효율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특히 인간배양세포에서 유전체 DNA를 인식해 절단하고 그 위치에 맞춤 변이를 유도할 수 있음이 여러 실험실에서 독립적으로 입증되었다.

 

불과 수년 만에 전 세계 수많은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CRISPR-Cas9이 인간배양세포는 물론이고 다양한 동물, 식물, 미생물의 유전자 교정 도구로 널리 사용되었다. 이를 두고 2010년대 초반까지 소수 연구자들만 과점하던 유전체교정 기법이 CRISPR-Cas9에 의해 민주화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DNA를 고쳐 쓰게 해주는 CRISPR-Cas9은 생명과학 실험실 내 혁명을 넘어섰다. 특히 신약개발과 동식물 생명공학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EU, 중국에서는 이미 CRISPR-Cas9을 이용해서 다양한 유전질환과 혈액암 환자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병충해에 강한 동식물, 장기이식에 적합한 돼지도 개발되었다. 다만 아직 이들 유전자 교정 동식물 중에 안정성과 환경유해성 평가를 마치고 판매가 허가된 사례는 없다.

 

201810, 중국에서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초래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지 않도록 HIV 수용체에 변이를 유도한 쌍둥이가 출산되기도 했다. 과학계는 적절한 규제와 사회적 합의 없이 CRISPR 기술이 인간 유전자 변형에 사용된 것에 대해 규탄과 우려를 표명했다.

 

20131, CRISPR-Cas9을 유전자 가위로 활용해 인간배양세포의 특정 유전자에 맞춤 변이를 유도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한 김진수 (당시 서울대 교수)를 시작으로 한국도 소위 ‘CRISPR 혁명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 밖의 국내 연구 성과로는 배상수 박사(현 한양대 화학과 교수)가 개발한 Cas-OFFinder가 있는데 이는 CRISPR-Cas9의 표적 염기서열과 유사한 서열을 찾아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수백 명이 IBS(한국 기초과학연구원)와 한양대 서버에 접속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김대식 박사(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임연구원)가 개발한 Digenome-seq은 실제 실험을 통해 유전체 상에 존재하는 CRISPR-Cas9의 오프타겟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김소정 박사(현 미국 NIH 연구원)Cas9을 플라즈미드 DNA가 아닌 단백질 형태로 세포에 도입해 유전자교정을 할 수 있음을 최초로 보고하였다. 이 방법은 표적이탈효과를 크게 줄일 수 있어서 항암 치료용 면역세포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2.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법적 쟁점

 

1) 국제사회의 대처현황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쟁점은 생명윤리, , 그리고 철학적 쟁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세 가지 분야는 나누어 논의하기가 매우 어려울 만큼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기술의 발달 속도와 이 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나 구체적 합의 도출 시점까지 현격한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사용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국제적인 규범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국제적인 규범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성과를 살펴보면 20151차 인간유전자편집에 관한 국제회의(International Summit on Human Gene Editing)’가 미국 워싱턴 DC에서, 그리고 제2차 회의가 2018년 홍콩에서 열린 바 있다. 그러나 이 회의들은 국가 차원이나 국가가 주체가 되는 유엔과 같은 국제 협의체의 주도로 열린 것이 아니라 미국, 영국, 중국 등 인간 유전자 편집기술이 앞선 나라의 주요 연구소나 연구자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를 규제하고 감독하기 위해 협의한 것에 불과하다.

 

이들은 제1차 회의에서 다음 네 가지 원칙에 합의하였다.

1) 기본적인 연구 또는 전임상연구에서 법적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

2) 임상적 사용에는 유전되지 않는 체세포만 사용할 것

3) 생식세포에 관해서는 안전성과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지식이 아직 없으므로 향후 더욱 연구가 진행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자제할 것

4) 국제사회가 앞으로 더욱 폭넓게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

 

그러나 이러한 결의는 구체적인 규제방안도 없고 국제법적인 효력도 없는 선언문에 불과하다. 그러한 가운데 2018년 중국의 생명공학자인 허젠쿠이 교수가 HIV 감염유전체를 제거한 쌍둥이 여아를 유전자 편집기술로 태어나게 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큰 소동에 빠뜨렸다. 이에 대응하여 인간유전자 편집에 관한 국제회의에서는 2019년 또 다른 성명서를 발표하여 인간의 생식 유전자 편집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포하였다. 앞으로 국제적인 규제와 감시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인간의 생식세포 유전자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말자는 다짐인데 이것 역시 국제법상 효력은 없다.

 

WHO도 아직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WHO2019년 이 문제에 대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계획하였으나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고, UNESCO에서는 인간 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 편집을 전면 금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규제를 점점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향후 많은 논란이 있을 예정이다.

 

이에 본고는 첫째, 현행 우리나라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서 유전자편집 기술과 관련되는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 조항들이 유전자 편집 기술에 어떻게 적용되고 해석될 수 있는지 파악하며, 둘째 유전자 편집 기술의 소유 문제를 특허법의 관점에서 간략히 살펴봄으로써 법적인 고찰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 한국의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20141119일 시행)’분석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편집하여 동식물의 품종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 내는 일과 관련한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또는 LMO(Living Modified Organism)에 대한 규제는 국제사회나 한국이나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규제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식품을 고를 때 유전자 조작 또는 변형 (GMO) 식품인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상품 레이블에 표시하게 하고 있어서 스스로 유전자 변형 식품을 먹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선택의 자율권을 존중한 처사이다.

 

그런데 이러한 유전자 조작을 인간의 체세포나 생식세포에도 쉽게 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기술이 나오자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게 되었다. 인간은 다른 동물, 식물 또는 미생물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이고, 기술의 발견자가 곧 그 기술의 적용대상자를 통제할 수 있기에 윤리적, 도덕적, 철학적, 심지어 신학적 문제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4년 말, 한국에서는 인간과 인체에서 발생되는 세포, 정자와 난자, 골수 등 인체 유래물을 연구하거나 인간의 배아나 유전자를 취급하는데 있어 지켜야 할 생명윤리 가이드라인으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이하 생명윤리법)’을 제정하였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문제는 인간 유전자의 조작과 편집에 직결된 기술이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생명윤리법의 직접적인 적용대상이 될 것이다.

 

생명윤리법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다.

1(목적)

이 법은 인간과 인체 유래물 등을 연구하거나, 배아나 유전자 등을 취급할 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3조에서도 인간이나 인체 유래물에 대한 연구나 이를 취급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됨을 명시하고 있다.

3(기본원칙)

이 법에서 규율하는 행위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하여서는 아니 되며 연구대상자등의 인권과 복지는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연구대상자등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며, 연구대상자등의 자발적인 동의는 충분한 정보에 근거하여야 한다.

연구대상자등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며,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당사자가 동의하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연구대상자등의 안전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위험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취약한 환경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은 특별히 보호되어야 한다.

생명윤리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국제 협력을 모색하여야 하고 보편적인 국제기준을 수용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한국의 생명윤리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보호라는 목적에 입각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인간복제를 명확히 금지하고 (20), 인간과 동물간의 착상을 금지하며 (21), 잔여배아의 연구는(원시선 이전에만 가능) 오직 희귀병 치료 등의 특정한 목적에만 한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중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조항은 제47조일 것이다. 47조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편집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조항이다.

 

47(유전자치료)

인체 내에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일련의 행위에 해당하는 유전자치료에 관한 연구는 다음 각 호의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유전질환, , 후천성면역결핍증, 그 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2. 현재 이용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하여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치료를

위한 연구

유전자치료는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에 대하여 시행해서는 아니 된다.

 

47조에 의하면 인간의 유전자를 다루는 활동은 오직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만 제한하고 있으며 실제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하여 난치병을 치료하는 경우에라도 이를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의 유전자에는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래 제2(정의)의 규정에 따라 인간대상연구의 연구대상자가 되는 사람은 연구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그 연구의 대상자가 될 것을 결정해야 하고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호됨을 확인한 후에 연구에 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정의)

인간대상연구란 사람을 대상으로 물리적으로 개입하거나 의사소통, 대인 접촉 등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수행하는 연구 또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연구를 말한다.

연구대상자란 인간대상연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정자나 난자와 같이 인간으로 수정되어 성장할 잠재가능성이 있는 세포, 또는 배아와 같이 이미 수정되어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경우, 그리고 온전한 외형을 갖춘 인간으로 태어나기 직전인 태아는 인간대상연구의 객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자, 난자, 배아, 태아는 실제로는 자신이 연구대상임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하지도 못하며, 연구대상자로서의 권리를 실시할 능력도 없으므로 그들은 인간대상연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즉 제3(기본원칙)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자발적 동의,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취약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특별 보호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유전자치료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누가 인간대상연구의 대상자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단순하고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이슈인 누가 인간인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낙태를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조항이 위헌으로 판단되어 낙태를 합법화하는 수순에 들어서 있다. 이때도 가장 큰 쟁점은 누가 인간인가?’하는 것이다. 즉 여성의 자궁 속 태아는 임신 몇 주 차부터 인간으로 인정되며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부여받기 시작하는가? 하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이다.

 

많은 여성인권론자들은 낙태의 전면적인 합법화를 주장하면서 엄마의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며 오직 엄마의 인권과 복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한편 모든 태아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어 자궁에 착상되는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완전한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생명윤리의 차원에서는 후자가 원칙이다. 현재 낙태법에 관해서는 임신 12주 또는 14주부터는 인간으로서 인정하고 낙태를 금지하고 그 이전에는 낙태를 허용하자는 논의가 있다. 그러나 누가, 언제, 무엇을 기준으로 타인의 인간됨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부터 인간임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한 사람의 인간됨은 그저 권력을 가진 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되게 될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인간의 생식세포에 적용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이유도 인간의 생식세포는 그 자체로 온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자발적 동의 없이 영구히 유전되는 유전적 특징을 자의적으로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자나 난자를 제공하는 부모 역시, 자기 자녀의 유전자를 바꿀 자격이 없다. 자녀는 자신의 신체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 적도 없고 자신의 유전자를 바꾸겠다고 동의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생명윤리법에서 정자, 난자, 배아, 태아 차원의 유전자 변형은 치료의 목적이라 할지라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유전자치료를 위한 것은 아니더라도 연구목적으로 인간생식세포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윤리적인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생명윤리법은 개인의 유전자 검사 역시 규제하고 있다.

 

50(유전자검사의 제한 등)

유전자검사기관은 과학적 증명이 불확실하여 검사대상자를 오도할 우려가 있는 신체외관이나 성격에 관한 유전자 검사 또는 그 밖에 국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전자 검사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유전자 검사기관은 근이영양증이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전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다.

 

50조에서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제한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 인간을 우생학적 판단에 따라 조작하거나 통제할 위험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인간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자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자녀에게서 특정 유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를 발견할 경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통해 그 유전자를 잘라내 버리고 건강한 아이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부모로서는 당연한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은 결국 디자인 베이비를 양산하는 문을 여는 일이다.


많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선호하는 신체적 특징 또는 성격 유형의 자녀를 얻고자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기준이 다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획일화될 가능성이 높고, 유전자 검사와 조작을 할 수 있는 를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에 유전학적 불평등이 영구화되어 새로운 사회 계층이 형성될 것이다.

 

한국의 생명윤리법에서도 이와 같은 우려 때문에 제46조를 규정해 놓고 있는 듯하다.

 

46(유전정보에 의한 차별금지 등)

누구든지 유전정보를 이유로 교육, 고용, 승진, 보험 등 사회활동에서 다른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타인에게 유전자검사를 받도록 강요하거나 유전자 검사의 결과를 제출하도록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

의료기관은 [의료법] 21조 제2항에 따라 환자 외의 자에게 제공하는 의무기록 및 진료기록 등에 유전정보를 포함시켜서는 아니 된다. 다만, 해당 환자와 동일한 질병의 진단 및 치료를 목적으로 다른 의료기관의 요청이 있고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한 개인의 유전자를 누군가가 자의적으로 편집하고 수정할 수 있을 때 그 개인은 유전자 가위를 가진 사람의 소유물이 되고 종속되게 된다. 그 개인은 유전자 가위를 가진 사람이 정해 놓은 잠재력의 한계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차별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생명윤리법에서는 타인에게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강요하거나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금지하면서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생명윤리법은 인간게놈지도의 완성과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술이 야기할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주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 노력은 치하할 만하다. 그러나 앞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규제를 완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국내의 여론도 유전자를 이용하고 수정하는 것에 호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압력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보호라는 명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가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또한 실험과 연구활동 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생명윤리법으로 실제 상황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의 적용사례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생명윤리법을 어기는 경우, 강력한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되어 있지만 법의 위반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고,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인간의 과학적 호기심과 진보에 대한 열성을 언제까지 법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3) 국제 특허법 관련 쟁점 - 지적재산권의 소유관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각광을 받게 되는 이유는 결국이 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난치병 치료라는 고상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뒤에는 실제적으로 거대한 돈이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인류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돈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지도 모르겠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기술에 대한 특허분쟁은 20125UC 버클리 다우드나 교수팀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세계 최초로 특허를 출원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뒤이어 2012MIT 장펑 교수팀이 속한 브로드 연구소 역시 유사한 특허를 출원하였고, 다우드나 팀보다 먼저 특허권을 부여받았다.

 

이 두 연구팀은 서로 자신들이 이 기술을 먼저 발명하였다며 특허소송에 들어갔고 그 결과 브로드연구소의 특허는 진핵세포에서의 CRISPR기술에 관한 것이고 UC버클리의 출원은 원핵세포에서의 CRISPR기술에 관한 것으로서, 두 개 기술은 서로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았다.

 

한편 한국의 기업툴젠은 유럽에 특허를 출원했는데 이에 대하여 유럽특허 등록 직후부터 이의신청기간 만료일인 2019522일까지 KELTIE 6개사가 툴젠의 유전자 가위 특허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하였다. 유전자 가위 기술의 경쟁자인 “UC 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 역시 제3자 대리인의 이름으로 툴젠을 상대로 유럽특허청에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도 한다.

 

이렇듯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싸움이 전세계적으로 전개되는 이유는 이 기술이 신약개발 및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소 등 전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 국가 연구과제로 개발한 기술을 툴젠이라는 기업에 이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헐값에 기술을 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선두기업인 툴젠의 창업자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 연구단장이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국가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크리스퍼 원천 기술을 헐값에 툴젠으로 빼돌렸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서울대는 모든 특허에 대해 향후 사업화 성공을 가정하여 기술이전료를 책정한다면, 기술이전과 사업화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술의 가치는 가출원 시점에서 산정되기 어렵고 사업화 및 실용화과정을 거치며 실체화되므로, 기업주가와 크리스퍼의 향후 기술성만 고려하여 이전된 기술가치가 수천억 원대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론적인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대학교수의 직무발명과 국가연구개발 사업 성과물에 대한 귀속 관련 법규는 발명 진흥법 제10(직무발명), 교직원의 직무발명에 관해서는 기술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11조의 1과학기술 기본법 제11조의3(국가연구개발사업성과의 소유·관리 및 활용촉진)등을 준용한다.]

 

결론적으로 한국법 하에서 직무발명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해당 기관 또는 국가의 소유로 하고, 적절한 실시료가 합의되는 경우, 기술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3. 결론 : 인간은 결국 폐지되는 것인가?

 

인간이 자기 발전의 설계자가 되는 시대가 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원하는 유전자는 삽입하고, 원치 않는 유전자는 잘라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도 장기간에 걸친 효과에 대해서는 관찰한 바도 없고 앞으로도 관찰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이 인류의 진화와 진보라는 장밋빛 희망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

 

사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없더라도 인간은생명에 대한 통제력을 갈구하고 있었다. 얼마 전 사유리라는 연예인이 자신의 난자와 정자은행에서 구매한 정자를 수정시킨 뒤 출산을 하였다. 일본인인 사유리는 푸른 눈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특정 유전자를 가진 정자를 선택했다고 전해진다. 크리스퍼 가위로 한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 유전자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본질은 다를 바 없다.

 

미국에서는 정자와 난자의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명문대학 출신의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의 정자나 난자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고 하니 이미 인간은 스스로 유전자를 조작해 온 셈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불량국가들의 손에 넘어갔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번 펜데믹의 시작은 중국 우한의 한 실험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출되었기 때문이라는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진실파악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퍼 가위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유전자 변형체가 생겨나서 인류 사회를 위협한다고 해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국제사회에 없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창조주가 정한 선과 악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을 인간이 정한 상대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바꾸어 놓았을 때부터, 다음 단계는 생명나무열매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21세기의 인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자신의 손에 생명나무를 흔들어 그 열매를 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C.S. 루이스의인간폐지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렇듯 자연에 대해 인간이 승리한다는 것은 전체 인간 종이 한 개인에게 종속되며, 그 개인 자신도 그 안에 있는 단순한자연즉 비이성적인 충동에 종속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치의 구속을 받지 않는 자연은 조작자들을 지배하고 그들을 통해 전 인류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렇게 인간의 자연정복은 그 절정의 순간에 결국 자연의 인간 정복을 의미할 뿐입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정말 존엄하고 가치가 있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인간이 자연을 정복했다고 외치는 절정의 순간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 없이, 한계 없이 발전하는 과학은 발전이 아니라 인간 폐지 길로 가는 급행열차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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